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8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서 열린 월드컵 4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클로제는 개인 통산 16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역대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8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서 열린 월드컵 4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클로제는 개인 통산 16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역대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 EPA-연합뉴스


독일의 간판 스트라이커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월드컵 무대에서 열여섯 번째 공중제비를 하자 이를 바라보던 브라질의 '축구 황제' 호나우두의 얼굴은 굳어졌다.

마침내 호나우두의 대기록이 깨졌다. 클로제는 9일(한국시각) 열린 브라질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전반 22분 결승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월드컵 통산 16호골을 기록했다. 이로써 공동 1위였던 호나우두(15골)를 제치고 축구 역사상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선수가 됐다.

앞서 가나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클로제가 월드컵 15호골로 자신과 타이기록을 세울 때만 해도 호나우두는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이날 브라질이 독일의 폭격에 무너지며 1-7 참패를 당하자, 호나우두도 조국에 패배를 안긴 클로제의 골을 바라보며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목수가 될 뻔했던 월드컵 최다골 공격수

불과 17세의 나이에 브라질 국가대표가 되어 1994 미국 월드컵에 나간 호나우두와 달리 클로제는 '천재형'은 아닐 뿐더러 평범하지도 못했던 선수였다. 성인이 될 때까지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축구를 포기할 뻔했다.

1978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독일로 이주한 클로제는 19세까지 독일 7부리그 블라우바흐라는 무명 구단에서 뛰었다. 재능이 부족해 축구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부모의 권유를 받아들여 목수 일을 병행하며 아마추어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클로제의 재능은 서서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1998년 5부리그 FC 홈부르크, 1999년 카이저슬라우테른 2군(3부리그)을 거치며 착실히 성장한 끝에 드디어 카이저슬라우테른 1군에 합류하면서 분데스리가 진출의 꿈을 이뤘다.

폴란드와 독일을 놓고 고민하다가 독일 국가대표 유니폼을 선택한 클로제는 2002 한일 월드컵에 참가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헤딩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단숨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클로제의 활약 속에 독일은 준우승을 차지했고, 그의 독특한 공중제비 골 뒤풀이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한일 월드컵이 끝난 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한 클로제는 독일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확실히 자리 잡았고, 조국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다시 5골을 터뜨리며 '월드컵의 사나이'로 떠올랐다.

클로제의 최다골 기록,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7년 독일 최고의 명문구단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은 클로제는 4년간 98경기에 출전해 24골을 터뜨리며 변함없는 득점력을 자랑했다. 클로제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4골을 터뜨리자 좀처럼 깨질 것 같지 않던 호나우두의 월드컵 최다골 기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어느덧 서른 중반의 노장이 된 클로제는 이탈리아 라치오로 옮겨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독일 대표팀의 요하임 뢰브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경험과 골 결정력을 두루 갖춘 클로제를 또다시 발탁했다.

182㎝로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탁월한 위치 선정과 긴 체공 시간, 그리고 빠른 판단력으로 '헤딩 머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클로제. 브라질 월드컵은 그의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월드컵이 될 무대였고, 그는 최고의 골잡이답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클로제는 이번 대회에서 2골을 터뜨리며 기어코 호나우두를 넘어섰다. 클로제의 A매치 기록은 133경기 70골. '독일 폭격기' 게르트 뮐러(68골)를 넘어선 최다골이자 로타 마테우스(150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경기 출전이다. 평범하지도 못했던 그가 노력과 땀으로 독일 축구의 역사의 간판이 된 것이다.

클로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노력의 결과물이 나와 기쁘다"며 월드컵 최다골 신기록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기록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망의 결승전에서 클로제가 또 새로운 역사를 만들지 전 세계가 그의 발끝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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