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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섬 산악회에서 지난 5월, 통영 비진도를 다녀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4월 예정되어 있던 관매도 기행은 미뤘습니다. 관매도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역과 멀지 않은 곳입니다. 진도군에 속한 조도 아래 위치한 섬이 관매도이니 아주 가깝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벌건 대낮에 속수무책으로 300여 명의 생명을 잃어 버렸으니 하늘도 땅도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도 제대로 된 진상 규명뿐만 아니라 정부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상황이니, 이런 국가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에는 섬이 참으로 많습니다. 국가 통계포탈에 공시된 2009년 한국도시 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의 개수는 3358개라고 합니다. 이중 유인도는 482개이고 무인도는 2876개입니다. 시도별로 섬이 가장 많은 지역은 1964개로 전남이 단연 많고 이중 신안군이 전국 섬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1004개의 섬을 거느리고 있다고 합니다. 신안군의 섬 개수는 매우 인상적인 숫자입니다. 섬이 많기로는 인도네시아가 세계에서 제일 많다고 합니다. 섬의 개수가 무려 1만3700여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뒤를 필리핀이 7000개, 일본이 6800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수입니다.  

비진도는 통영시에 속한 섬으로 매우 아름다운 섬입니다. 그래서 비진도는 '미인도'라고도 합니다.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해전에서 승리한 보배로운 곳이라 뜻에서 비진도라 이름 붙여졌다고 전해집니다. 안 섬과 바깥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 섬 사이에 긴 사주가 형성되어 하나의 섬으로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새벽에 출발해서 통영 여객터미널에서 비진도 승선을 기다렸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한산한 모습에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실감했습니다. 한 시간 남짓 배를 타고 내린 비진도 내항은 한가로웠습니다. 비진도 섬에도 6·4 지방선거 모습을 벽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항 회관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예쁜 꽃들을 벗하며 한산초등학교 비진분교를 지났습니다. 금오도 비렁길 같은 분위기의 길을 따라 언덕을 넘으니 외항마을이 보입니다. 저 멀리 마주한 바깥 섬 선유봉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는 듯 했습니다.

통영 비진도의 해송 숲은 태풍 피해와 섬 개발로 그 면적이 많이 줄었다.
▲ 통영 비진도의 해송 통영 비진도의 해송 숲은 태풍 피해와 섬 개발로 그 면적이 많이 줄었다.
ⓒ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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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부터 마을 사람 지켜주는 해송 숲

외항마을에 닿아 해송 숲을 발견했습니다. 해안가를 둘려쌓고 있는 해송 숲은 산등성이에 외항마을을 감싸 안 듯 형성되어 있습니다. 공씨 소유의 선산에 조성된 해송 숲은 100년 정도 됐습니다. 토종 소나무에는 육송과 해송(곰솔), 반송 등이 있는데, 이곳 외항마을에 자생하는 소나무는 해송입니다.

육송과 해송은 쉽게 구분이 됩니다. 두 소나무는 나무 빛깔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육송은 나무 위로 갈수록 붉어지는 반면, 해송은 검은 갈색을 보입니다. 외항마을 해송 숲은 대단히 넓었으나 해수욕장과 민가가 조성되면서 지금은 1000여 평 정도로 축소됐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외항마을 사람들 대신 해송 숲이 대신 태풍으로부터 피해를 입었습니다. 해송 숲 덕분에 사람들은 태풍으로부터 보호를 받았습니다. 섬 생활은 자연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태풍입니다. 공씨 집안에서 태풍으로부터 마을 사람도 보호하고, 조상님도 제대로 모시기 위해 선산에 해송을 심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외항마을 해송 숲은 소공원으로 조성되어 여름철마다 육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변했습니다. 지금도 외항마을 사람들은 해송 숲의 혜택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바깥섬 정상인 선유봉에 올라 하트 모양의 안 섬을 바라봅니다. 외항마을 사람들의 생사고락을 지켜봤을 해송 숲이 저에게도 커다랗게 다가옵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진정성이 담긴 특별법이 제정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함께 이루어져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기원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 전북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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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북 전주고에서 한국사를 담당하는 교사입니다. 저는 대학때 부터 지금까지 민속과 풍수에 관심을 갖고 전북지역 마을 곳 곳을 답사하고 틈틈히 내용을 정히라여 97년에는<우리얼굴>이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전북지역의문화지인 <전북 문화저널> 편집위원을 몇년간 활동한 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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