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한국 시각) 오전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7-1로 완패한 브라질의 축구대표팀 스콜라리 감독이 실망해 머리를 감싸고 있는 오스카를 위로하고 있다.

9일(한국 시각) 오전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7-1로 완패한 브라질의 축구대표팀 스콜라리 감독이 실망해 머리를 감싸고 있는 오스카를 위로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척추를 다쳐 병상에 있는 네이마르를 위해 동료들은 그 어느 경기보다 더 이기고 싶었다. 브라질 문지기 세자르와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는 네이마르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들고서 경기 시작 직전 국가를 더 힘차게 불렀다.

하지만 마음만으로 축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경기가 말해주었다. 관중석에 있는 브라질 홈팬들은 눈앞에 펼쳐진 일들을 믿기 어려웠다. 눈을 감았다가 잠시 후 다시 뜨면 주심의 킥 오프 휘슬이 다시 울릴 것만 같았다. 그만큼 브라질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그냥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요아힘 뢰브 감독이 이끌고 있는 독일 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9일 새벽 5시 브라질 벨루 오리존치에 있는 에스타디우 미네이랑에서 열린 2014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브라질 준결승전 브라질과의 맞대결에서 경기 시작 후 30분 만에 5-0을 만드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개최국 브라질을 7-1로 주저앉혔다.

30분도 안 되어 5-0

문제는 네이마르의 빈 자리가 아니었다. 골 넣는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와 함께 브라질의 가운데 수비를 책임지던 티아구 시우바가 경고 누적으로 빠진 자리가 너무나 컸다. 그 자리에 대신 들어온 사자머리 수비수 단테가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의 최강 팀 FC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라는 사실이 찜찜할 정도로 브라질 수비 라인은 '자동문'이나 다름없었다.

브라질의 수비 라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독일 선수들의 패스를 구경하며 걸어다녔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경기 시작 후 11분 만에 독일의 골 잔치가 시작되었다.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에서 토니 크로스가 올려준 것을 토마스 뮐러가 오른발 안쪽 발리슛으로 차 넣었다.

이른 시간에 터진 골이라 브라질 관중들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딱 11분 만에 추가골, 그리고 더 많은 골들이 줄줄이 터질 때마다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22분, 월드컵 역사상 기념비적인 골이 만들어졌다. '토니 크로스-토마스 뮐러-미로슬라프 클로제'로 이어지는 삼각 패스가 돋보였다. 특히, 클로제가 오른발로 넣은 이 추가골이자 결승골은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 골(16골)을 기념하는 것이어서 더욱 그 의미가 깊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11분 만에 추가골이 터질 수도 있는 일. 그 뒤로 5분 사이에 세 골이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관중석의 수비수 티아구 시우바는 물론 브라질 관중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결승골이 터진 뒤 2분 만에 토니 크로스의 왼발 추가골이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필립 람이 깔아준 공이 뮐러의 헛발질로 통과된 것을 반대쪽에서 기다리던 크로스가 왼발로 강하게 찬 것이 브라질 골문 왼쪽 구석에 가 꽂혔다.

혼을 다 빼앗긴 브라질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은 곧바로 한 골을 더 내주며 완전히 주저앉았다. 미드필더 페르난지뉴가 그렇게 쉽게 공을 빼앗길 줄은 몰랐다. 케디라가 밀어준 공을 토니 크로스가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축구에서 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잘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더 좋은 공간에 자리잡은 동료를 활용하는 것 뿐이었다.

29분, 독일 선수들은 점수판을 5-0으로 만들어버렸다. 추격 의지조차 상실한 브라질 수비수들을 앞두고 메수트 외질이 밀어주고 수비형 미드필더 케디라가 오른발로 차 넣었다.

울고 싶은 브라질

전반전 다섯 골의 실점에 충격을 받은 스콜라리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 파울리뉴와 하미레스를 동시에 들여보내며 대반전의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오스카의 아웃사이드 슛과 파울리뉴의 결정적인 두 차례 슛을 독일 문지기 노이어가 기막히게 막아내는 것을 보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독일은 후반전 교체 선수 안드레 쉬를레가 혼자서 두 골을 터뜨리며 7-0을 만들어버렸다.

69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쉬를레의 양 발 골이 만들어졌다. 69분에 넣은 팀의 여섯 번째 골은 주장 필립 람이 낮게 이어준 공을 오른발로 돌려차 넣은 것이었고, 79분에 넣은 일곱 번째 골은 토마스 뮐러가 왼쪽에서 넘겨준 공을 달려들어가 왼발로 강하게 차 넣은 것이었다.

브라질은 골잡이 프레드 대신에 공격형 미드필더 윌리안까지 추가로 더 들여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기 종료 직전에 오스카가 오른발로 한 골을 따라붙은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었다. 변명의 여지 없는 완패였다.

이로써 개최국 브라질은 오는 13일 새벽 5시 브라질리아에 있는 에스타디우 나시오날에 들어가서 3,4위전을 치러야 한다.

반면에 독일은 당당히 결승전(14일 새벽 4시, 마라카냥-리우 데 자네이루)에 먼저 올라가 하루 뒤에 벌어지는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준결승전 두 번째 경기를 다소 느긋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브라질은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나 남아메리카 축구 지존을 가리는 맞대결을 펼치고 싶었을 텐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병상의 네이마르는 더 슬픈 월드컵 폐막식을 지켜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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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FIFA 월드컵 준결승 결과(9일 새벽 5시, 에스타디우 미네이랑-벨루 오리존치)

★ 브라질 1-7 독일 [득점 : 오스카(90분,도움-마르셀루) / 토마스 뮐러(11분,도움-토니 크로스), 미로슬라프 클로제(22분), 토니 크로스(24분,도움-필립 람), 토니 크로스(25분,도움-사미 케디라), 사미 케디라(29분,도움-메수트 외질), 안드레 슈를레(69분,도움-필립 람), 안드레 슈를레(79분,도움-토마스 뮐러)]

◎ 브라질 선수들
FW : 프레드(69분↔윌리안)
AMF : 헐크(46분↔하미레스), 오스카, 베르나르드
DMF : 루이스 구스타부, 페르난지뉴(46분↔파울리뉴)
DF : 마르셀루, 단테, 다비드 루이스, 마이콘
GK : 휼리우 세자르

◎ 독일 선수들
FW : 미로슬라프 클로제(58분↔안드레 쉬를레)
AMF : 메수트 외질, 토니 크로스, 토마스 뮐러
DMF : 사미 케디라(76분↔드랙슬러), 슈바인슈타이거
DF : 회베데스, 후멜스(46분↔메르테자커), 제롬 보아텡, 필립 람
GK : 마누엘 노이어

- 주심 : 마르코 로드리게스(멕시코)
- 경고 : 단테(68분)

◇ 3,4위전 일정
브라질 - [아르헨티나-네덜란드 패자] : 7월 13일 새벽 5시, 에스타디우 나시오날-브라질리아

◇ 결승전 일정
독일 - [아르헨티나-네덜란드 승자] : 7월 14일 새벽 4시, 마라카냥-리우 데 자네이루
축구 월드컵 브라질 독일 네이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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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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