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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빗이끼벌레·녹조라떼·저질토... 영산강도 '4대강 사업 종합세트' 4대강조사단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은 8일 오마이뉴스가 직접 채취한 큰빗이끼벌레와 함께 '녹조라떼', 저질토, 역행침식, 농지침수 등으로 대변되는 '4대강 문제 종합세트'를 직접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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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찾은 광주 광산구 영산강 덕흥대교 인근. 강가에 이르자 물 위에 떠 있는 원형의 생물이 보였다. 큰빗이끼벌레였다. 지난 6월 26일 광신대교 인근에서 처음 발견된 영산강의 큰빗이끼벌레를 이날 덕흥대교 인근에서 <오마이뉴스>가 직접 채취했다.

강가에 엉켜있는 풀을 걷어내자 큰빗이끼벌레가 더 자세히 보였다. 주로 물 위에 둥둥 떠 있었고, 이따금 가라앉은 것도 눈에 띄었다. 강과 지면이 만나는 곳에선 큰빗이끼벌레와 죽은 붕어가 나란히 놓여있기도 했다. 담수화된 저수지에 사는 큰빗이끼벌레답게 벌레가 발견된 곳의 물은 거의 흐르지 않고 있었다.

지난 7일 낙동강에서 4대강 사업의 민낯(관련기사 : 물고기 사체와 큰빗이끼벌레로 악취 진동... 낙동강, 식수 맞나?)을 파헤친 '4대강조사단(단장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이 8일 영산강을 찾았다.

이날 광주환경운동연합과 영산강 곳곳을 다닌 4대강조사단은 <오마이뉴스>가 직접 채취한 큰빗이끼벌레 이외에도 '녹조라떼', 저질토, 역행침식(두부침식), 농지침수 등으로 대변되는 '4대강 문제 종합세트'를 직접 확인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6일 광신대교 인근에서 처음 발견된 영산강의 큰빗이끼벌레를 8일 영산강 덕흥대교 인근에서 다시 발견했다.
▲ 영산강 큰빗이끼벌레 채취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6일 광신대교 인근에서 처음 발견된 영산강의 큰빗이끼벌레를 8일 영산강 덕흥대교 인근에서 다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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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6일 광신대교 인근에서 처음 발견된 영산강의 큰빗이끼벌레를 8일 영산강 덕흥대교 인근에서 다시 발견했다. 강가에 큰빗이끼벌레와 죽은 붕어가 나란히 놓여있다.
▲ 큰빗이끼벌레와 죽은 붕어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6일 광신대교 인근에서 처음 발견된 영산강의 큰빗이끼벌레를 8일 영산강 덕흥대교 인근에서 다시 발견했다. 강가에 큰빗이끼벌레와 죽은 붕어가 나란히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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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6일 광신대교 인근에서 처음 발견된 영산강의 큰빗이끼벌레를 8일 영산강 덕흥대교 인근에서 다시 발견했다.
▲ 영산강 큰빗이끼벌레 채취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6일 광신대교 인근에서 처음 발견된 영산강의 큰빗이끼벌레를 8일 영산강 덕흥대교 인근에서 다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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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세트 1·2] 큰빗이끼벌레·녹조라떼... "이런 생물은 처음봤다"

지난 6월 26일 영산강 광신대교 인근에서 처음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한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환경운동을 시작한지 12년 정도 됐는데 큰빗이끼벌레라는 생물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신대교에서는 큰빗이끼벌레를 볼 수 없었다. "전날 내린 비로 떠 내려간 것 같다"라는 최 처장의 설명에 따라 <오마이뉴스>는 광신대교에서 약 1km 떨어진 덕흥대교 인근으로 이동해 큰빗이끼벌레의 생존을 확인, 직접 채취했다.

최 처장은 "큰빗이끼동물이란 생물을 미워할 수는 없지만, 이 생물이 영산강에 나타나게 한 사람들은 미워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영산강이 큰빗이끼벌레가 번성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돼 버렸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영산강에서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녹조도 여러 차례 발견할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으로 세워진 전남 나주 죽산보 인근의 죽산교 밑에서 악취를 풍기는 진한 녹색 녹조를 확인했다. 한참을 나무 막대기로 저어도 녹색빛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녹조가 짙게 형성돼 있었다.

본류가 아닌 지류에서도 심한 녹조현상이 발견됐다. 영산1호 배수문 인근의 지류에는 배수문을 사이에 두고 녹조가 퍼져 있었다. 심한 악취가 났으며 곳곳에서 죽은 물고기를 발견했다.

이날 조사에 나선 박철웅 전남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수질 개선을 하려면 지류부터 손을 봐야 하는데 승촌보와 죽산보로 아무 의미 없는 공사를 해놓으니 영산강 본류는 물론 지류까지 오염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승촌보와 죽산보는 구경거리 이외엔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영산강 죽산교 인근에 녹조가 심하게 퍼져 있다. 한참을 나무 막대기로 저어도 녹색빛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녹조가 짙게 형성돼 있었다.
▲ 막대기로 저어도 짙은 녹조 8일 영산강 죽산교 인근에 녹조가 심하게 퍼져 있다. 한참을 나무 막대기로 저어도 녹색빛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녹조가 짙게 형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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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영산강 죽산교 인근에 녹조가 심하게 퍼져 있다.
▲ 죽산교 녹조 창궐 8일 영산강 죽산교 인근에 녹조가 심하게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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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세트 3·4] 저질토·역행침식... "무산소층 돼 강바닥 생물 절멸"

4대강조사단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승촌보와 죽산보 인근에서 강바닥의 퇴적물을 채취했다. 4대강조사단이 이날 오전 한국수자원공사가 제공한 배를 타고 승촌보 상류 500m 지점에서 채취한 저질토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겼다. 색깔은 검은색에 가까운 녹색이었고, 모래가 거의 섞여있지 않았다.

"적어도 10cm 이상 이러한 물질이 영산강 바닥에 코팅돼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한 박창근 교수는 "승촌보가 생기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오염물질이 바다까지 쓸려가지 못하고 여기 머무는 것"이라고 저질토의 형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우리도 처음 함안보에서 이러한 저질토를 확인하고 생각하지도 못한 결과라고 생각했다"라면서 "장차 저질토가 무산소층이 돼 강바닥에 사는 생물은 절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산강의 지류인 전남 나주 지석천에선 역행침식의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지석천-영산강의 합류점에서 지석천 쪽으로 약 200m 거슬러 올라오니 강 왼편의 제방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4대강 사업으로 영산강 강바닥을 파내 지석천-영산강 합류점에 낙차가 생겼고, 이에 따라 지석천의 강바닥도 점차 깎이면서 측면의 제방이 흘러내린 것이다.

박철웅 교수는 "예전에 없었던 지형교란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시설 등이 필요하게 됐고, 결국 예산이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라면서 "영산강 본류에 이뤄진 잘못된 공사가 지류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4대강조사단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이 8일 영상강 곳곳을 돌며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날 오전 4대강조사단이 승촌보 상류 500m 지점에서 채취한 강바닥 저질토를 만져보고 있다. 저질토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겼다. 색깔은 검은색에 가까운 녹색이었고, 모래가 거의 섞여있지 않았다.
▲ '심한 악취' 영산강 저질토 4대강조사단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이 8일 영상강 곳곳을 돌며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날 오전 4대강조사단이 승촌보 상류 500m 지점에서 채취한 강바닥 저질토를 만져보고 있다. 저질토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겼다. 색깔은 검은색에 가까운 녹색이었고, 모래가 거의 섞여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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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조사단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이 8일 영상강 곳곳을 돌며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날 조사에 참여한 박철웅 전남대 지리교육과 교수가 영산강-지석천 합류점 인근의 역행침식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 "저곳이 역행침식" 4대강조사단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이 8일 영상강 곳곳을 돌며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날 조사에 참여한 박철웅 전남대 지리교육과 교수가 영산강-지석천 합류점 인근의 역행침식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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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세트 5] 농지침수... 전문가 우려가 현실로

죽산보는 인근 농지의 상습침수로 문제가 됐던 지점이다. 특히 정부가 상습침수의 원인을 4대강 사업으로 보고, 보강공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가 죽산보 건설 당시 "지하수 상승에 따른 농지침수가 예상된다"라고 한 경고가 현실이 된 것이다.

8일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한국수자원공사에 용역의뢰를 해 영산강 죽산보 인근 농경지 침수 원인을 '(죽산)보 설치로 인한 지하수위 상승'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고, 복토를 통한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토와 주민 배(보)상에는 약 40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죽산보 건설로 인한 지하수위 상승과 이에 따른 농사 피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농지침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죽산보에서 만난 강용호 한국수자원공사 죽산보사업소장은 "농지침수는 지하수위가 농경지보다 높았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며 "수자원공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죽산보 건설에 따라 본류 수위가 상승했고 지하수위도 동반 상승했지만, 농경지보다 낮으므로 침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죽산보 건설 당시 지하수 상승에 대비해 배수체계개선 시설물을 설치했지만 그 기능이 저하되면서 일부 구간에 한해 영농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라면서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시공사·나주시·농어촌공사와 협의해 영농에 지장이 없도록 해소대책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창근 교수는 "수자원공사는 '의사결정 중'이라는 이유로 용역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보고서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해소대책 사업을 벌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박 교수는 "수자원공사는 '복토 사업과 같은 해결 방안이 주민들의 동의를 받은 사안'이라고 하는데 주민들에게 보고서도 공개하고, 검토할 시간도 줘야지 얼렁뚱땅 동의서만 받으면 되느냐"라면서 "이런 식으로 사업을 벌이면 수자원공사는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영산강 조사를 마친 4대강조사단은 9일 금강, 10일 한강으로 이동해 조사를 이어간다. 조사를 마친 뒤에는 채취한 저질토 시료 분석을 전문기관에 의뢰할 예정이다.

4대강조사단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이 8일 영상강 곳곳을 돌며 실태조사에 나섰다. 죽산보에 도착한 조사단이 저질토 채취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가 제공한 배에 오르고 있다.
▲ 저질토 채취 위해 배에 오르는 4대강 조사단 4대강조사단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이 8일 영상강 곳곳을 돌며 실태조사에 나섰다. 죽산보에 도착한 조사단이 저질토 채취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가 제공한 배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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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영산강, #큰빗이끼벌레, #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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