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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현의 <커피는 원래 쓰다>의 표지
 박우현의 <커피는 원래 쓰다>의 표지
ⓒ 이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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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퀴즈를 하나 풀어보시지요.

[문제] 다음 중 보기에 쓰인 모카의 의미가 나머지와 다른 것은?
① 모카 하라 ② 모카 마타리 ③ 카페 모카 ④ 모카 예가체프

이 문제는 책 <커피는 원래 쓰다>에 실린 문제입니다. '뭐, 이것쯤이야!'라며 단숨에 답을 찾아내시는 분도 계실 테고, '어라, 이게 뭐지?'라며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답을 아는 분은 고수까지는 아니어도 커피를 좀 아시는 분이고요. 모르시는 분은 기사를 다 읽으시면 알게 됩니다. 모두가 그렇게 점점 '호모커피엔스'가 되는 것이니까요.

사람을 구원한다는 커피 이야기

"이 책은 커피라고 하는 생각의 에너지가 어떻게 인간의 영혼을 깨우고 세상을 바꿔 왔는지에 대한 돌아보기다. 카네시로 카즈키의 소설 화법을 빌자면 커피로 구원받은 한 중년 남자의 커피를 둘러싼 모험담이다."(본문 6~7쪽)

저자 박우현씨가 밝혔듯 이 책은 '커피로 구원받은 사람' 호모커피엔스가 쓴 커피 이야기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가 만난 공정무역 커피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아름다운가게'의 공정무역 커피인 '킬리만자로의 선물'을 기획한 사람으로 건축이 전공이지만, 건축보다는 영화와 커피의 매력에 빠져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저자 박우현은 누구?
대학 때 건축을 전공했지만 건축보다 영화에 탐닉했다. 졸업 후 건축과 영화판을 기웃거리다 우연한 기회에 시민단체 '아름다운가게'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곳에서 공정무역에 매료되었고 급기야 공정무역 커피사업을 맡는 영광을 누렸다. 네팔 공정무역 커피 '히말라야의 선물'을 론칭한 후 전광수커피 기획실을 거쳤고, 현재는 커피 컨텐츠 그룹 '이터널선샤인'에서 커피와 인문사회학의 접점을 찾고 있다.
세계 무역시장에서 원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커피. 원유가 고갈될 거라는 게 명확하듯, 커피 또한 고갈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저자는 그 돌파구로 공정무역을 이야기합니다. 어느 날 커피는 저자와 운명처럼 조우했고,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터닝 포인트였다고 합니다. 이런 정황을 보아하니 저자는 분명 '커피로 구원받은 사람'이 맞습니다.

그가 쓴 칼럼 제목 중에는 '태초에 커피가 있었다'도 있습니다. 성경 구절을 커피에 대입해 해석했군요. 위 글귀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한복음 1장1절)를 차용한 것입니다. 저자는 카네시로 카즈키의 소설 화법을 운운하지만, 실은 '커피로 구원받는다'는 말도 성경의 차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총 여섯 파트로 구성된 책 <커피는 원래 쓰다>는 '잃어버린 커피를 찾아서' '언젠가 세상은 커피가 될 것이다' '커피는 원래 쓰다' '커피로 먹고 살기' 등 동화적 상상과 당연성 그리고 실재성 등을 비빔밥처럼 버무려 맛깔 나는 커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자는 결국 커피가 세상을 평정할 것이고, 커피로 누구나 구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금은 황당하고, 조금은 거창합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사람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가장 먼저 마신 사람은 고종황제라고 알고 있죠. 그런데 저자는 느닷없이 정약용이 처음 마셨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가장 먼저 마신 사람은 고종황제라고 알고 있죠. 그런데 저자는 느닷없이 정약용이 처음 마셨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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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가장 먼저 마신 사람은 고종황제라고 알고 있죠. 그런데 저자는 느닷없이 정약용이 처음 마셨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조금 튀죠? 저자의 주장은 대강 이렇습니다.

서학에 관심이 많던 정약용이 차를 좋아했는데 커피도 서양의 차이기에 당연히 관심을 가졌을 것이랍니다. 탄압받던 천주교가 중국에서 들어왔기에 조정은 중국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을 것이고, 당연히 일본과 통신사 교류를 지속하고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경계가 허술한 왜관을 통해 커피가 들어왔다는 겁니다.

차를 좋아하는 정약용은 일본교류를 통해 몰래 스며든 커피를 당연히 마셨다는 것이죠. 그가 마신 커피가 머리를 맑게 해 에너지가 증폭돼 <목민심서>를 썼다고 합니다. 재미있지요?

또 영화 <메트릭스>에 나오는 빨간약은 진실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약이었다면서 커피 열매가 빨간 색이니 커피가 비밀의 열매요, 상징의 열매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스튜어트 리 앨런의 저서 <커피견문록>에서 구약성서의 선악과가 빨간색이었다는데 주목했다면서 커피와 구원, '호모커피엔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그게 마냥 싫지는 않습니다. 희한하게도 마력이 있습니다. 커피가 쓰다는 것을 누가 모를까요. 그런데 책 제목으로 '커피는 원래 쓰다'를 달아놨습니다. 참 특이합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책은 각 파트마다 5~7꼭지의 칼럼이 들어가 있습니다. 각 칼럼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말하는 듯하다가 묘하게 공정무역 이야기와 맞아 떨어집니다.

공정무역 커피 이야기

세계적으로 하루에 20억 잔가량이 소비되는 커피, 1년으로 환산하면 6000억 잔입니다. 한국은 세계 11위 커피 소비국이고요. 지난 4일 발표한 관세청의 '커피 수입 동향'에 따르면, 성인 1인당 연 298잔의 커피를 마셨답니다.

2012년 5384톤이 수입됐던 원두는 지난해 13.8% 늘어나 6127톤이 수입됐습니다. 올 상반기 원두 수입량은 10.8% 증가한 2724톤을 기록, 2191톤에 그친 조제품 커피 수입량을 앞질렀습니다. 정리하면 믹스커피 재료인 로브스타 종은 줄고, 원두로 쓰는 아라비카 종은 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커피의 고급화가 진행 중이란 뜻이지요.

저의 경우 믹스커피를 마시지 않은 지 3년이 지났습니다. 핸드드립이 생활화됐습니다. 단 커피를 버리고 쓴 커피를 선택하니 커피맛이 무엇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렇다면 공정무역 커피란 무엇일까요. 공정무역은 열대우림을 덜 파괴하고, 생산자에게 정당한 값을 지불하자는 뜻에서 시작됐습니다. 저자는 그간 자선행위 쯤으로 여겨졌던 공정무역 이야기가 아닌, '공생 개념'으로 접근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저자는 "우리는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조금은 특별한 자선행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불우이웃 돕기 수준으로 공정무역을 바라보는 것을 경계합니다. 저자는 스타벅스가 어렵사리 공정무역에 뛰어든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요. 한국에서는 아름다운가게 등 시민단체를 통한 공정무역을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이제는 기업이 이익을 남기고, 소비자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생산자는 질 좋은 커피로 제값을 받는 공정무역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조금 비싸다는 이유로 유기농 커피를 외면하면 더 큰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값싼 커피에 대한 욕구가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남용을 낳게 되고, 결국 생태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말지요. 커피를 기를 만한 땅이 죽어 더 이상 커피를 생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공정무역은 그래서 생산자·소비자 모두의 '웰빙'과 '로하스'를 표방하는 거죠.

또 저자는 책에서 카페들이 '오늘의 커피' '리필 커피'에 더 정성을 들여 손님을 모셔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오래된 커피를 싸게 소비할 요량으로 내놓는 '오늘의 커피'가 아니라, 한 잔 한 잔에도 정성을 다하는 바리스타, 그들의 노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그들의 노고를 인정할 수 있는 착한 소비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합니다.

생산자·소비자·종사자 그 누구도 홀대받지 않으면서 맛있는 커피, 본연의 쓴맛으로 승부하면서 세계 교역 2위 품목의 품격을 지키는 커피. 커피로 인해 윤택한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그런 커피가 이제 당신의 손에 들려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책은 그런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 이제 문제에 답을 알려드릴 차례입니다. 이 문제의 답은 생산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예멘의 모카항을 중심으로 수출된 커피들이 바로 모카 하라, 모카 마타리, 모카 예가체프입니다. 카페 모카는 아시지요?  에스프레소에 모카소스 얹어 우유를 넣고 달콤한 시럽을 넣은 커피, 네 그거죠. 하하.

용어 설명
*호모커피엔스- '호모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라는 말을 차용한 용어로, 저자가 '커피로 깨어난 사람' 정도로 규정하는 앞으로의 인류를 지칭한다. 전적으로 저자의 용어

*카네시로 카즈키- <레볼루션 No.3>, <연애소설>, <GO> 등의 소설을 쓴 일본 작가

*킬리만자로의 선물- 아름다운 가게에서 2009년에 론칭한 공정무역 커피 이름, 이외에도 2008년 '안데스의 선물', 2006년 '히말라야의 선물' 등이 있다.

*자바 트레커- '자바와 길고 고된 여행을 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공정무역을 하는 커피업자들을 말한다. 딘 사이컨은 동명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로하스-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약자다. 2000년 미국의 내추럴마케팅 연구소가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건강한 삶과 환경 보존을 동시에 추구하고 실천하려 하는 운동이다.

덧붙이는 글 | <커피는 원래 쓰다> 박우현 저/ 이스퀘어 출판/ 2011년 초판/ 208쪽/ 값 12000원



커피는 원래 쓰다 - 호모커피엔스의 탄생

박우현 지음, 이스퀘어(2011)


태그:#커피는 원래 쓰다, #박우현, #이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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