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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 새누리당 의원 홈페이지 방문자수가 폭증했습니다. 이유는 우선 6일 열린 '최순실 청문회' 과정에서 생긴 '쪽지사건' 때문입니다. 이 의원은 김성태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에게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세 분은 고령과 병력으로 오래 계시기에 매우 힘들다고 하니 일찍 보내주었으면 한다"라는 '재벌 배려' 쪽지를 보내 '재벌 전령사', 특위 '방해위원', '박근혜 비밀특사'라는 악명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이 의원은 다음날(7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에게 "최순실씨를 존경합니까? 좋아합니까?"라는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질문을 던져 빈축을 샀습니다. 이를 계기로 '막말 제조기'로 쌓은 그의 이력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지난 2014년 7월 8일에 보도된 이 의원의 인물탐구 기사를 다시 소개합니다. 2016.12.9 [편집자말]
▲ "이완영 의원님 지금 잠이 옵니까?" 세월호 유가족, 조는 의원 촬영해 공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0일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조는 모습을 세월호 유가족이 촬영해 공개했다.
ⓒ 세월호 가족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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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들어오기 전만 해도 노동계와 재계에서는 이완영(58) 새누리당 의원을 '노사의 달인'이라고 불렀다. 그가 지난 2012년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직전에 낸 책 제목도 '勞使 달인 이완영의 노사형통'이었다. '합리적 협상가'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랬던 그가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눈과 귀가 쏠린 세월호 국정조사특위에서 졸거나 "경비는 뭐하나?", "가족들은 전문지식이 있나, 이성이 있나?" 등의 막말을 쏟아내 '세월호 공적'으로 떠올랐다. 누군가는 "노사의 달인이 졸음·막말의 달인으로 변했다"라고 꼬집었다.  

부처가 말한 '삭삭논의', 그가 자주 인용한 이유

이완영 의원은 참외로 유명한 경북 성주 출신이다. 그의 조부와 부친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면서기, 면장 등을 지낸 공무원 출신이었다. 그도 대륜고와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조부와 부친의 뒤를 이어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이 의원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지난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산림청을 잠깐 거친 뒤 노사조정과장, 임금복지과장, 산재보험과장, 대구 남부-부산 북부지청장, 대구지방노동청장 등 주로 노동부에서 근무했다. 대통령 직속의 노사관계개혁위 운영과장과 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 상임위원도 지냈다.

25년간 노동부에 근무하는 동안 이 의원은 한국항공대에서 <근로자참가 유형과 경영성과 : 우리나라 근로자 의사결정참가 모형개발>이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등 '노사관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노동운동이 제도 속에서 순응하며 협조"하는 '상생적 노사관계'를 지향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책 <勞使 달인 이완영의 노사형통>에서 "(노동부) 사무관 초임 시절인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노조만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향상할 수 있다는 노조지상주의에 빠져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한국항공대에서 박사학위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노사협의체' 제도를 공부하면서 이러한 노조지상주의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한국노총과 가깝긴 하지만,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이 의원의 관점은 이명박 정부 때 출범한 '국민노총'(제3노총)의 문제의식에 가깝다. 이는 칼럼과 저서 등을 통해 '무노동 무임금을 지켜야 하고, 산별교섭 파업권을 제한해야 하고, 무노조 경영은 사회적 지탄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데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만 이 의원은 노조와 대화하는 쪽이었다고 한다.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노동부 관료는 대체로 노조와 만나지 않으면서 보수적인 사람, 노조와 대화하면서 보수적인 사람으로 나뉘는데 이 의원은 후자에 속한다"라며 "노조쪽과 잘 어울렸던 노동부 관료였다"라고 전했다. 그는 부처가 말했다는 '삭삭논의(數數論議, 자주 만나 대화하라는 뜻)'를 자주 인용했다.

"정치를 위해 태어났다고 할 정도로 정치감각 있어"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교육부 기관보고에서 질의하고 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교육부 기관보고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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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대구지방노동청장을 지냈다. 그는 재임기간 공적 가운데 하나로 '노사화합의 탑 건립'을 꼽았다. 노사화합의 탑은 2007년 전국 최초로 대구지역에서 노사분규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당시 그는 '키우자 기업, 늘리자 고용'을 내세우며 '기업 키우기 홈닥터'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우선 기업이 커야 일자리가 생긴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25년간 '노동부 공무원'으로 지낸 이 의원은 지난 2011년 노동부를 떠나 새누리당으로 옮겼다. 새누리당 환경노동위 수석전문위원을 맡은 것이다. 김성조(그의 친형은 한국노총 간부였다고 한다) 전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과 절친한 사이인 그는 국회에서 여당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데 참여했다. "비정규직을 사용하되 처우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2012년 4월 총선에서 경북 고령·성주·칠곡의 새누리당 후보로 전략공천받았다. 하지만 그의 전략공천은 앞서 공천받았던 석호익 후보(전 KT 부사장)가 과거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크게 일자 공천을 반납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이완영이 국회의원 배지를 주웠다"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 의원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공도 안 들이고 공천 받고, 돈도 안 들이고 당선돼 주변에서는 '국회의원 배지를 주웠다'고 하지만 준비하고 갈고 닦지 않으면 그렇게 주울 수도 없다"라며 "그는 정치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정치감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 안에서 '친박계'로 분류된다.

석호익 후보를 큰 표 차이로 이기고 국회에 들어온 이 의원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국회 환경노동위를 선택했다. 특히 2017년부터 60살 정년을 의무화하는 '정년 연장법'(고용상 연령 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을 대표발의해 통과시켰다. 장애인 고용, 자원순환, 음식물쓰레기 관리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심재철·조원진 등과 함께 '새누리당 명인'에 등극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검은티행동' 회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삿대질을 한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과 국정조사 중에 조는 모습이 포착된 이완영 의원의 태도를 비판하며 유가족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검은티행동 "조원진 이완영 의원, 사과하세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검은티행동' 회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삿대질을 한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과 국정조사 중에 조는 모습이 포착된 이완영 의원의 태도를 비판하며 유가족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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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존재감이 약했던 이 의원을 전국적 인물로 끌어올린 계기는 세월호 국정조사였다. 그는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가 시작된 첫날(6월 30일)부터 졸았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다른 의원의 질의시간에 장시간 조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밤새워 준비하는 바람에 잠깐 졸았다"라고 해명했다. 심지어 "별것도 아니다, 여기 들어와 보라, 다 졸고 있다, 생리 현상 가지고 그러는 건(비판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라고도 했다.

또한 이 의원은 지지부진한 국정조사 진행에 분통을 터뜨리는 유가족에게 "내가 당신에게 말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유가족들이 시끄럽다'는 뜻으로 "경비는 뭐하냐?"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 2일 진행된 해양경찰청 기관보고에서 "구조는 정부가 전문성을 갖고 하면 되고 가족들과는 소통 차원에서 하면 된다, 가족들이 전문지식이 있나, 이성이 있나?"라며 세월호 가족들을 비하하는 막말을 쏟아냈다.

이러한 막말을 두고 "유가족을 조롱하고 폄하했다"(세월호 가족대책위), "어이없는 갑질 그 자체"(이정미 정의당 대변인) 등의 비판이 나왔다.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에서 심재철·조원진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그를 '새누리당 명인'으로 꼽았다. 한 누리꾼은 "조원진 의원과 망언 배틀을 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노동부 관료 시절 부처가 말했다는 '삭삭논의'를 강조하며 노조와 대화했다. 그래서 '노사의 달인', '노사관계 전문가' 등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농민의 아들, 근로자의 친구'(홈페이지)라던 그는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을 끌어안지 않았다. 졸고, 막말하고…. 그들의 아픔이 지루했던 모양이다.    


태그:#이완영, #세월호 침몰사고, #졸음, #막말,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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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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