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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화상 경마장 개장을 두고 마찰이 빚어지는 현장에 유니폼을 입은 건장한 유도부와 탁구부 선수들이 나타났다. 주황색이 유도선수들이고, 붉은 색이 탁구 선수들인데, 이들은 한국마사회 소속이다. 이들 중에는 88올림픽의 탁구 영웅 현정화 감독도 있었다. 마사회는 하다하다 운동선수까지 동원하느냐는 주민들의 항의에 부딪혔다.
 학교 앞 화상 경마장 개장을 두고 마찰이 빚어지는 현장에 유니폼을 입은 건장한 유도부와 탁구부 선수들이 나타났다. 주황색이 유도선수들이고, 붉은 색이 탁구 선수들인데, 이들은 한국마사회 소속이다. 이들 중에는 88올림픽의 탁구 영웅 현정화 감독도 있었다. 마사회는 하다하다 운동선수까지 동원하느냐는 주민들의 항의에 부딪혔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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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 아래 마사회)가 6월 28일 용산 화상경마장 기습 개장을 시도한 이후 1주일 만에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었다. 용산 화상경마장 가까이에는 성심여중·고와 원효초 등이 있다. 지난 5일 오전, 학교 앞 화상경마장 개장을 막으려는 학부모, 교사, 지역주민과 마사회 직원, 경마장 이용객들 사이에 몸싸움이 계속되는 중에 일군의 운동선수들이 나타났다.

마사회 소속 유도부와 탁구부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단체로 나타난 것이다. 이들 속에는 88올림픽 탁구 영웅 현정화 감독도 있었다. 주말 특훈을 하는 것도 아니고, 탁구장이나 유도장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단체로 화상경마라도 하러 온 것일까? 알고보니 이들은 마사회 홍보실 소속으로, 화상경마장 홍보를 위해 방문한 것이었다. 선수들은 학부모와 마사회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방문한 것.

"하다하다 이제 유도 선수 같은 운동부들까지 동원하느냐?"는 학부모와 주민들의 항의에 이들은 모습을 감추었다. 탁구부 선수들을 인솔하여 함께 용산 화상경마장에 들른 현정화 감독도 "여기 왜 왔느냐?"고 주민들이 따지자 별다른 대답 없이 급히 자리를 떴다.

마사회는 언론을 통해 '단순한 홍보 목적이었다'라고 해명했지만, 학부모와 교사, 주민들을 막기 위해 국민적 탁구 영웅과 운동선수들까지 동원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한우농민회·한돈협회... 정말로 학교 앞 화상경마장 찬성 맞나?

학교 앞 화상 경마장 개장을 찬성하는 단체들이라며 집회장에 나타난 단체들 속에는 한국한돈협회, 전국한우농민회, 한국낙농육우협회 등 경마와는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농업관련 단체들이 대거 등장했다. 용산구장애인 단체도 있고 환경단체 이름도 보인다. 과연 이들이 정말 학교 앞 경마장을 찬성하는 것일까, 정말 찬성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 앞 화상 경마장 개장을 찬성하는 단체들이라며 집회장에 나타난 단체들 속에는 한국한돈협회, 전국한우농민회, 한국낙농육우협회 등 경마와는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농업관련 단체들이 대거 등장했다. 용산구장애인 단체도 있고 환경단체 이름도 보인다. 과연 이들이 정말 학교 앞 경마장을 찬성하는 것일까, 정말 찬성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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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전국새농민회, 한국한돈협회, 전국한우농민회, 낙농진흥회, 한국낙농육우협회,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한국축산경제연구원, 한국관광농원협회, 한국동물약품협회….

언뜻 FTA 반대 집회에나 등장할 것 같은 이 단체들은 6일 화상경마장 개장 찬성을 주장하는 단체의 피켓에 등장한 '찬성 단체' 이름들이다. 특히 한우협회나 낙농협회, 한돈협회 등은 말(馬)과는 아무 관련 없는 단체들이다.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지지한다고 피켓에 등장한 단체 중에는 용산구장애인협의회와 나라사랑환경회라는 단체도 있었다. 장애인 단체나 환경단체가 왜 화상경마장을 찬성하고 나선 것일까.

화상경마장 반대 측 관계자는 "정말 이 단체들이 화상경마장을 찬성하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이들 단체들의 이름을 일일이 기록하여 책임을 따지겠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경마기수협회, 마주연합회,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 한국마사회노동조합, 한국대륙말생산자협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같은 말(馬) 관련 단체들의 이름도 있었다. 이들은 집회를 하면서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나이 지긋한 여성들이 나와 춤판을 벌이기도 했다. 반대 측 주민들은 "이게 집회냐, 지금 어디서 춤판이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비난했다.

서명 경품, 무료 마권, 식사 제공, 버스 동원...

용산 화상경마장에 내걸린 세월호 현수막. 마사회 임직원 일동 명의로 걸린 세월호 현수막 바로 아래 달린 경마장 시범운영 현수막.
 용산 화상경마장에 내걸린 세월호 현수막. 마사회 임직원 일동 명의로 걸린 세월호 현수막 바로 아래 달린 경마장 시범운영 현수막.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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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학부모,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산 화상경마장을 개장하겠다는 마사회의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먼저 버스 동원이다. 마사회는 거의 매일 버스로 화상경마장 이용객을 실어 날랐다. 마사회 본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영업소에 있는 이용객들, 건장한 청년들에서 노인들까지 실어 날랐다. 가끔은 술 냄새가 진동하는 남성들까지 있었는데, 이들 중에는 욕설을 하며 반대 측 학부모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마사회는 시범개장 기간이라는 이유로 입장료, 좌석료, 경마 관련 책, 식사 쿠폰 등이 포함된 2만1000원짜리 입장권과 2만 원짜리 마권을 공짜로 나누어주면서 호객행위에 나섰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가끔 격하게 몸싸움을 걸어오는 중년 남성들 중에는 "밥이랑 마권이랑 공짜로 준다고 해서 왔는데 왜 못 들어가느냐?"고 고성을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공짜 식사와 마권에 현혹되어 용산 화상경마장을 찾은 경마 이용객들은 곳곳에서 반대 측 주민들과 충돌을 일으켰다. 이 와중에 성심여고 교장과 교감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고, 학부모가 실신하거나 다쳐서 수차례 구급차가 출동했다.

또 마사회가 마권을 나눠주며 화상경마장 찬성 서명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영등포와 과천 등 경마장에서 용산 화상경마장 개업을 지지하는 서명을 받았는데, 서명을 하면 '천 원짜리 마권'을 공짜로 나누어줬다는 것이다. 마사회는 "서명 활동과 구매권(마권) 배포는 별개"라며 구매권 배포는 "노을경마(야간개장) 기념 이벤트"라고 해명했지만 비난을 잠재우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기에 마사회는 화상경마장 반대 측 교사와 학부모, 지역주민 가운데 1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9명에 대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민형사상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화상경마장 '주민투표' 제안, 새로운 돌파구 되나

화상 경마장 현장을 찾아 현명관 마사회장을 만나고 나오는 박영선 원내대표, 우원식 최고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단들. 이들은 마사회에 용산 화상 경마장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지만 마사회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화상 경마장 현장을 찾아 현명관 마사회장을 만나고 나오는 박영선 원내대표, 우원식 최고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단들. 이들은 마사회에 용산 화상 경마장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지만 마사회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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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원식, 장하나, 김상희 의원 등이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반대 측 주민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6일에는 박영선 원내대표, 우원식 최고위원, 김우남 농림수산위원회 위원장, 장하나, 김광진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3명이 현장을 찾았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해당 상임위 위원장이 동시에 지역 현안 현장에 등장하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이들은 김율옥 성심여고 교장과 대책위 관계자들을 만난 후 현명관 회장이 있는 마사회 건물로 올라갔다. 화상경마장을 찬성하는 단체 측에서는 "박영선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1시간이 넘게 현명관 회장 면담을 마치고 나온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안하무인이다. 장관도 국민의 대표들인 국회위원들을 이렇게 대하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 '젊은 국회의원들이 뭘 아나?'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새정치연합 대표단은 "마사회 건물에 올라가니 건너편 학교가 너무도 가까이 보이는 것에 놀랐다"면서 면담 결과를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국무총리 직속 국민권익위원회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 반대 입장을 왜 무시하느냐'고 따지자 마사회는 "강제성 없는 잘못된 권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또, 새정치연합 대표단이 "무상급식 사례처럼 용산 주민들의 주민투표로 화상경마장 개장 여부를 결정하자"는 제안을 내놓자, 마사회 측은 즉답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달라"고 밝혔다고 한다.

용산을 지역구로 둔 여당인 새누리당의 진영 의원도 현장에 나타났다. 학교 앞 경마장을 막아달라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울부짖음에 "나도 마사회가 이해가 안 된다."며 마사회를 비판했다.
 용산을 지역구로 둔 여당인 새누리당의 진영 의원도 현장에 나타났다. 학교 앞 경마장을 막아달라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울부짖음에 "나도 마사회가 이해가 안 된다."며 마사회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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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여부나 개장 여부에 대한 주민들과의 대화를 시작하고 그동안만이라도 경마장 영업을 중단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마사회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고. 결국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한 새정치연합 대표단은 "국정감사와 법률 개정 등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자리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외에도 서윤기, 김문수, 이윤희, 박운기 등 10여 명의 새정치연합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학교 앞 도박장 개장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오후에는 용산을 지역구로 둔 현역 국회의원인 진영 의원이 김재리 서울시의회 의원과 함께 현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진영 의원이 나타나자 학부모들은 울부짖으며 경마장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현역 용산구 국회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세요"라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요구에 진영 의원은 "나도 마사회가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지금까지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국회에 가서 여러분들의 의견을 모두 전달하고 할 일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끝내 '학교 가는 길이 경마장 가는 길' 되나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 위원회가 내건 현수막. 정말 학교 가는 길이 경마장 가는 길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우려 속에 현수막 앞에 세워진 경찰차가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 위원회가 내건 현수막. 정말 학교 가는 길이 경마장 가는 길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우려 속에 현수막 앞에 세워진 경찰차가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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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영선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방문한 것과 때를 같이하여 화상경마장 맞은편 길가에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명의의 "학교 가는 길을 도박장 가는 길로 만들지 말라!"라는 현수막이 2개 내걸렸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지난주 청와대에 가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들은 시험 중인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생들을 막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더 이상 학생들을 제지하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둘러싼 대립이 극심하게 계속되는 가운데 '주민투표로 학교 앞 화상 경마장 개장 여부를 결정하자'는 제안으로 새로운 국면이 열릴지 주목된다. 버스 동원과 무료 마권, 금품 제공 서명, 운동선수 동원 등 각종 무리수로 궁지에 몰린 마사회 측으로 다시 공은 넘어갔다.

6일 서울 용산 용산화상경마장 앞에서 화상경마장의 개장에 찬성·반대 측 관계자들이 피켓과 플래카드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용산역에 있던 기존 시설을 용산 전자상가 인근으로 확장·이전하려 했으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반발로 개장을 미뤄오다 지난달 28일 일부 층에 한해 시범개장 했다. 용산 화상경마장에 대한 반대가 잇따르자 마사회는 3∼4개월 시범운영을 한 뒤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운영 여부를 최종결정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밝힌 바 있다.
 6일 서울 용산 용산화상경마장 앞에서 화상경마장의 개장에 찬성·반대 측 관계자들이 피켓과 플래카드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용산역에 있던 기존 시설을 용산 전자상가 인근으로 확장·이전하려 했으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반발로 개장을 미뤄오다 지난달 28일 일부 층에 한해 시범개장 했다. 용산 화상경마장에 대한 반대가 잇따르자 마사회는 3∼4개월 시범운영을 한 뒤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운영 여부를 최종결정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밝힌 바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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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용산 경마장, #학교 앞, #주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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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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