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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현 SBS 노조위원장
 채수현 SBS 노조위원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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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래 SBS노조)는 14대 위원장으로 채수현 라디오기술팀장을 뽑았다. 채 위원장은 1996년 SBS에 입사해 SBS노조 정책국장과 부위원장, 그리고 언론노조에서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두어달 늦어져서 업무를 압축할 수밖에 없어 바쁘게 보내고 있다"는 채 위원장은 위원장 선출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원래 위원장은 기자와 PD가 번갈아 가면서 하는데 PD쪽은 폭이 좁을뿐더러 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에게는 사측이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주어 잘 안하려고 한다"라며 "난 노조활동을 오래했기 때문에 안 하려고 했지만 할 사람이 없어서 맡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상파 3사 중 SBS가 가장 낫다는 평가에 대해 채 위원장은 "두 방송사가 59점이고 SBS는 65점이라 나은 것처럼 보인 것일 뿐, 의제 설정에서 외면한 문제도 있고 또 (보도를)했지만 다른 것을 옆에 붙여서 영향력을 줄인 부분도 있다, 아직도 좌고우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관련 검증 보도를 놓친 것에 대해서는 "최 장관 내정자 건은 확인을 못해서 보도를 못했다고 하는데 확인은 경찰이 해야지 왜 기자에게 요구하나?"라며 "문 전 후보자 보도도 동영상을 보면 논란이 있을 수가 없고, 보도 후에 문제가 생기면 반론 보도를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KBS가 보도해도 SBS는 보도하지 않아야 하는데 (기사에 대한) 보강 없이 보도한 것은 정치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뜻"이라고 사측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공정방송, 시청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

다음은 지난 2일 SBS 목동 사옥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일문일답.

- 노조 위원장을 맡은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바쁘게 지냈어요. 두어달 늦어져서 밀린 업무를 압축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난 6월 말 대의원 대회 끝나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근데 알다시피 뉴스 쪽에서 일이 생겼잖아요. 그걸 수습하는 중이고 지상파 방송사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졌어요. SBS는 비상경영계획안을 내놓아서 그것 준비하고 대응하느라 바빠요."

- SBS노조는 지난 3월부터 위원장 후보 공모를 세 차례나 했지만 지원자가 없어서 추대형식으로 위원장이 되셨어요. 원래 노조위원장을 할 생각이 없으셨습니까.
"그동안 SBS노조는 PD와 기자들이 번갈아 가면서 위원장을 맡았어요. 인력 구조상으로 보면 기자들은 인원이 많아요. 그러나 PD는 그렇지 않을뿐더러 대체로 노조를 하는 PD는 교양쪽이었어요. 그러다보니 폭이 좁아요. 그래서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그동안 회사가 노조 위원장을 했던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준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것이 학습효과가 되어서 노조위원장을 안 하려고 해요. 제가 위원장이 되어 집행부를 꾸려보니, 불이익을 받을까봐 대의원조차 안 하려고 합니다.

앞에 하셨던 선배들이 저에게 하라고 권유하셨어요. 전 언론노조에서 정책실장으로 일하기도 했어요. 4년 정도 해서, 하기 싫다고 했죠. 제가 나이도 있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노조를 이끄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무도 할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죠. 하고 보니 앞의 선배들이 어렵게 일을 할 때 제가 편하게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임기가 2년인데 무엇이 목표인가요?
"저희 조합원들이 겁을 많이 내고 있어요. 노조활동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까봐 겁을 낸다는 거죠. 그래서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조합비는 내지만 나서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러면 사측은 노조가 힘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2년 동안 조합원들이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도록, 조합과 함께하면 두렵지 않다는 걸 각인시키는 게 목표예요."

- MBC나 KBS는 공정 방송을 외치며 사장 퇴진 운동을 벌였어요. SBS도 공정방송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나요?
"공정방송이 첫째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의 원인은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에 있습니다. 사장은 인사와 예산편성 권한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로 언제든지 방송 내용에 간섭한 수 있습니다. SBS도 자유로울 수 없고 전 세계 어느 언론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내부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 방송 소비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 채 위원장께서는 출마의 변을 통해 "공정방송과 투명경영을 위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독립 경영 쟁취'는 지속해야 할 과제"라고 하셨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SBS는 민영방송입니다. 정상적으로 말하면 상업방송이죠. 그럼에도 방송법이 정한 것에 따라서 MBC나 KBS와 다르지 않은 공적 책무를 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긴 특이합니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주회사가 지배하고 있어요. 2004년에 1인 지배(로 발생하는 부작용이)가 너무 심각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자는 의견에 따라 지주회사를 만들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습니다. 좋은 뜻으로 출발했는데 지주회사가 오히려 SBS 경영을 지배하고 독립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SBS가 생산한 콘텐츠를 홀딩스가 다른 자회사 쪽으로 가져가 영업을 하면서 대가를 낮게 지불한다든지, SBS가 자율적으로 경영해야 함에도 홀딩스가 간섭하는 경우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옵니다. 이런 것을 방지해야만 SBS가 좋은 뉴스와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어요. SBS가 지상파 방송사로써 거대업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홀딩스로부터 완전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서 독립 경영을 쟁취해야 합니다. 그게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어요."

- 그것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노조에서 홀딩스가 SBS 경영에 간섭할 때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필요하다면 법률적인 조치도 취하는 것밖에는... 그리고 지상파 방송과 보도전문, 종합편성 채널은 지주회사가 방송에 대해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왜냐면 지상파의 광고영업을 대행하는 미디어랩조차도 지주회사가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미디어랩보다 훨씬 중요한 지상파 방송사를 지주회사가 소유하고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막아야죠."

"SBS, 100점짜리 방송 되기엔 부족하다"

- SBS는 이 정권 초기만 하더라도 지상파 3사 중에는 그나마 낫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SBS가 낫다는 건 방송3사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 비교를 하려면 다른 방송사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KBS는 권력 공백기를 이용해 요사이 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사장이 오면 지금처럼 하긴 어려울 겁니다. KBS와 MBC는 59점짜리 방송으로 보시면 됩니다. SBS는 겨우 59점짜리 방송사들 사이에서 좀 나아서 65점 정도 되었는데 그걸 잘한 거라 볼 수 없겠죠. 셋 중 1등이긴 하나 100점짜리 방송은 아니죠.

SBS 뉴스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서 비교적 공정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은 나간 것만 들여다봐서는 안 되고... 의제 설정에서 외면한 문제도 있고 또 했지만 다른 것을 옆에 붙여서 영향력을 줄인 부분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관련 뉴스와 최경환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 아들의 취업에 관련한 부분입니다. 정확하게는 KBS나 MBC와 비교하면 안 되고 절대적인 가치를 놓고 비교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100점짜리 방송이 되기엔 부족하죠. 중요한 것에는 여전히 좌고우면하죠."

- 지난해 사장이 바뀌었습니다. 이후 SBS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SBS뉴스는 사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바뀌는 구조가 아닙니다. 좋았다면 그전에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쁜 것도 마찬가지죠. 단지 사람들이 KBS나 MBC와 비교를 하니까 좀 좋은 것처럼 보이고... SBS는 소유구조에 맞춰서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맞아요."

- SBS는 정권이 사장선임을 하지 않아 공영방송인 MBC, KBS에 비해 외압에서 자유로울 것 같은데, 아닌가요?
"특별하게 말할 것은 없는데 저희는 대주주가 있잖아요. 아무래도 대주주 눈치를 많이 보겠죠. 문 전 총리 후보자 보도 등에 대해 위에서 전화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정황상 그것을 미리 예상한 자기 검열이지 않았나 싶어요. 눈치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죠."

- 앞서 언급된 문창극 총리 후보자나 최경환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은 SBS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많아요. 먼저 보도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은데요.
"최 장관 후보자 아들 관련 건은 SBS가 찾았고 최 장관 후보자 아들하고 인터뷰까지 했어요. 최 후보자 아들이 다녔던 회사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증가했는데, 그것이 어떤 것의 대가인지 확인을 못해서 보도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돼요. 포괄적인 뇌물로 볼 수 있어요. 보도를 해야 했어요. 확인은 수사예요. 수사는 검찰이나 경찰이 해야지 왜 기자에게 수사를 요구해요? 핑계죠.

문 전 총리 후보자 건은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 기사를 묵혔다고 했어요. 그러나 동영상을 보면 논란이 있을 수가 없어요. 문 후보자는 편향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고 종교관에 빗대어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거예요. 보도 후에 문제가 생기면 반론보도를 해주면 돼요. SBS는 KBS 보도가 나간 뒤 보강 없이 똑같은 내용을 보도했어요. 논란이 될 것 같아 보도를 안 했다면 KBS가 했더라도 SBS는 보도하면 안 되죠. 정치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뜻이에요."

"방심위 박효종 위원장, 편향적이고 적절하지 않아"

-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은 KBS가 문창극 후보자 동영상을 왜곡하고 짜깁기했다고 주장했어요.
"전체적인 것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해 방송한 겁니다. 리포트 1분 20초 하는데 전체를 낼 수는 없잖아요. 발췌해서 방송하는 게 맞아요."

- 최근 정부 비판적인 보도에 대한 방심위의 심의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방심위는 없애든지 고치든지 해야 합니다. 방송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문제제기를 한 경우에 있어서는 심의 자체를 못하도록 해야 해요. 자율심의로 가야죠. 각 방송사에서 문제제기할 부분이 있으면 각 방송사의 고충처리위원회를 통해서 먼저 해결하고 해결이 안 되면 방심위에 조정을 받아야지 몇 사람의 요청이 있다고 해서 바로 방심위가 심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를 비판하거나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심의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러면 문제점에 대해 누가 말하겠어요. 또 방심위에서 제재를 받으면 재허가 받을 때 벌점을 받아요. CBS처럼 재판에 가서 이기더라도 재판 기간이 길어지면 제작자들도 귀찮죠. 그럼 자기검열해서 피해 가는데 이것을 노리는 거죠."

- 방심위원장으로 박근혜 대통령 캠프 출신 뉴라이트계 박효종 교수가 임명된 것은 어떻게 보세요?
"그분의 성향이야 각자 평가할 수 있지만 박 위원장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예측이 가능하잖아요. 과거 행동이나 발언을 보면 매우 편향적이고 적절하지 않아요. 우리 언론에 심각한 문제를 미칠 수 있어요."

-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SBS는 전파를 빌려 방송하고 허가를 받기 때문에 비록 대주주가 있다고는 하나 국민의 방송이에요. 1인이 지배하는 방송사가 아니라 시청자와 주주, 종사자가 주인인 방송입니다. 그러니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고 문제가 있으면 욕만 하지 마시고 바로 전화하셔서 권리를 행사하세요. 시청자들이 사장이나 지배구조는 못 바꾸더라도 내용은 바꿀 수 있어요. 그래서 100점짜리 SBS 방송이 되도록 만들어주세요. '누가 지상파 방송언론이 가는 길을 묻거든 눈을 들어 SBS를 보게하라'는 말이 나오도록 노력할 테니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채수현, #SBS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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