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소설에서 저자 김태영은 진정한 사랑과 거짓 사랑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절묘하게 묘사한다.
▲ <위험한 사랑>표지 소설에서 저자 김태영은 진정한 사랑과 거짓 사랑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절묘하게 묘사한다.
ⓒ 감

관련사진보기

"나는 아내를 위해 삽니다.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아내가 싫어하는 일은 안 해요.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아내가 싫어하면 어느새 흥미가 사라져버리니까. 이렇게 말하면 애처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내 이기주의 때문에 아내에게 잘하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행복해지고 싶어서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애쓰는 거지요. 내게 가정이라는 말은 곧 아내라는 말과 같아요. 내 작은 우주지요."(책 <위험한 사랑> 83쪽)

아무리 다시 읽어봐도 어색하다. 내용이 와닿지 않는다. 모든 것의 존재 이유는 아내라는 이야기다. 이 대사의 주인공은 소설 <위험한 사랑>의 조연인 임 교수. 그는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와 바람이 나서 교수직을 잃고 아내와도 이혼해야 했으니…. 결국, 저 말은 거짓임이 밝혀진 셈이다.

소설 <위험한 사랑>의 모티브와 서사는 진부하다. 여느 사랑이야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인데 장면마다 등장하는 인물들과 상황의 묘사는 참신하다. 결론도 적당히 열려있어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소설의 열쇳말은 물론 사랑이지만, '위험한'이라는 수식어가 딸려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순탄할 수만은 없는 여정을 기대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소설은 기대 이상이다.

소설의 헤로인은 윤지수다. '아내는 나의 소우주'라며 위선을 떨던 임 교수의 제자이자 내연녀였던. 소설은 둘의 관계가 어떤 이유로 만천하에 공개돼 임 교수는 교수직을 잃고 아내와도 이혼하고, 지수는 모아둔 돈과 수면제를 들고 여기저기 떠돌다 삶을 마감할 준비를 하게 되는 지점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사랑'이라는 것은 도대체 뭘까

유부남인 임 교수가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와 좋아하는 감정에 사로잡혀 연인 사이가 됐다면, 이 관계와 감정에도 사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좋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세간에 흔히 '바람'이나 '외도'라는 표현으로 규정되는 전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이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강렬한 감정만이 아니라, 결의이고 판단이며 약속'이라고 한 정의에 따른다면 정해진 배우자 외의 이성을 탐하는 것이 사랑이 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끊임없이 진화해온 동물의 한 종(種)이며 실수를 밥 먹듯이 하는 불완전한 존재기도 하다. 젊은 날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많은 날들을 허송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든 집착이든 동정이든, 아니면 세간에 금기시되는 관계였던 탓에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추억은 커녕 지우고 싶은 흑역사로 남아 있든….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아울러야

어두운 과거를 가졌지만, 윤지수는 다시 사랑에 빠져든다. 이 과정에 결의·판단·약속과 같은 단어는 무용하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불 같은 사랑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성은 마비되고 온몸과 마음이 해바라기처럼 상대를 향해 뻗어간다. 그러나, 그와 함께하는 환희의 순간에도, 어두운 과거가 마음 한켠을 잠식해 숨쉬기 힘들다. 시시각각 희망과 절망의 불규칙한 교차가 지수의 정신을 사납게 만들기도 한다.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과거의 잘못된 만남이 올가미가 돼 그녀의 목을 조여온다. 남자는 그녀의 과거를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못나서도 아니고 너그럽지 않아서도 아니다. 과거는 용서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과거가 결국, 그녀의 오늘을 있게 한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깨닫기엔 현실의 벽은 두껍고 높다.

그럼에도 만일, 남자가 지수와 결혼하게 된다면 적어도 '아내만을 위해 모든 것이 존재하고, 그래서 아내는 나의 소우주'라며 호들갑을 떨던 임 교수와는 다른 남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내의 모든 것을 넓은 가슴으로 포용하고 사는 남편 말이다. 아직 서로의 모든 것을 포용하지 못한 예비 남편과 아내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위험한 사랑> 지은이 김태영, 펴낸 곳 감, 2014년 6월 19일 초판1쇄



위험한 사랑

김태영 지음, 감(2014)


태그:#위험한 사랑, #김태영, #첫눈 속을 걷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