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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여경의 날'을 앞두고, 경찰 내부 전산망에서는 '여경의날 행사 실시에 대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설문 항목은 여경의 날 특진과 표창, 조직 기여도, 행사의 개선방향 등에 대한 것이었다.

과반 이상이 '여경의 날'과 '여경의 특진과 표창'이 남경(남자경찰)에 대한 역차별이고 '여경의 날 조직 기여도'도 부정적이라는 의견이다. 업무에서 남경이 여경보다 우위라는 사고에서 비롯된 판단이다. 과연 '여경의 날' 행사가 남녀평등에 위배될까? 남경과 여경이 업무에서 불평등한가?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평등은 획일적 평등이 아니라 균형적 평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평등이 무엇일까? 철학적으로 평등은 "인간은 똑같이 존엄하다"는 의미이다. 엘리트주의는 남녀, 우열, 강자와 약자 같은 차이점으로 인간을 구분한다. 평등주의는 이성적 능력, 발전의 무한성, 역할의 존엄성, 인간의 절대적 가치와 같은 동일성을 우선시 한다. 정치학적으로 평등은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므로, 인위적 및 사회적으로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는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즉 의·식·주, 교육, 건강 같은 기본권 충족과 보호, 기회 평등, 법 앞에서 평등을 의미한다. 최저 기준에서는 획일적 기준이 존재하지만, 그 이상은 현재 상태와 노력에 비례하는 균형적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먼저, '여경의 날'과 '여경에 특진과 표창'은 평등에 부합하는가? 여경의 날은 '대한민국여경재향경우회'가 주최하는 위로파티에서 비롯되었다. 1991년 서울 경찰청 주관으로 지방청 단위로 행사가 개최되었고, 1995년 여경기구 창설인인 7월 1일을 '여경의 날'로 정했다. 이후 2000년 경찰청 공식 주관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여경의 날' 생성과 발전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여경의 탄생을 기념하고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2013년 5월말 현재 전체 10만 4600여명 경찰 가운데 여경은 8403명으로 8% 수준이다. 따라서 남녀 경찰 비율이 비슷해질 때까지, 여경만을 위한 제도나 행사는 평등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음으로 남경과 여경의 업무가 불평등한가? 창설부터 상당 기간 동안 여경은 전화를 받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등 부수적 업무를 수행하다가, 여성·어린이·청소년 관련 업무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치안센터나 교통순찰대 뿐만 아니라, 형사·감식·대테러 업무까지 진출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부터 '상설여성기동대'를 중심으로 집회 및 시위현장에서 질서유지까지 담당하고 있다. 남경의 입장에서 동일한 영역이라도, 자신의 업무가 여경보다 중요하고 무겁다고 느낄 수 있다. 대단한 오류이다. 평등은 남경과 여경이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특성에 적절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으로 동일한 기회를 주면 힘센 조직의 구성원은 항상 앞서나가게 된다. 그래서 국가는 동등한 출발이 가능해질 때까지 약자에게 특별한 법이나 제도를 적용한다. 남경이 압도적인 현 경찰조직에서, 여경만을 위한 법과 제도는 평등성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리고 남녀는 동일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남성우월주의와 다름없다. 남녀는 역량에서 동일한 영역도 있지만, 다른 영역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남경은 자신과 다른 업무를 하는 여경을 무능력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남경이 침범하지 못하는 특수한 영역으로 간주하고, 자신과 동등한 임무를 수행하는 동료로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덧붙이는 글 | 이영숙님은 현재 경찰로 복무중입니다.



태그:#여경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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