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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기상이변과 기후변화가 우리들의 삶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7개 대학의 대기과학과 교수들과 학생, 연구원들은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이에 대비하고 있을까. 이들은 이제 일상의 날씨는 물론 기후변화 등 대기과학과 관련된 굵직한 주제들에 대해서도 전에 볼 수 없던 학문적인 열정을 쏟고 있다. 국내의 7개 대기과학과를 차례로 순례하며 그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기자주> 

강릉원주대 대기환경과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정명재 교수
 강릉원주대 대기환경과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정명재 교수
ⓒ 온케이웨더 정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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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폭염이나 혹한, 폭우, 폭설과 같은 극한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아 대기환경 문제 또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어려운 숙제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가장 원초적이고 핵심적인 연구를 하는 학문이 바로 '대기과학'이다. 국내 대기과학과는 ▶강릉원주대 ▶경북대 ▶공주대 ▶부경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등 총 7군데가 있다.

날씨 전문매체 온케이웨더에서는 대기과학의 중요성을 조명하고 미래 대기과학도들을 위해 국내 대기과학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1회 국립공주대 편에 이어 두 번째로 강원권에 있는 강릉원주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를 소개한다. 다음은 정명재 학과장(43·교수)과 나눈 일문일답.

- 강릉원주대 대기환경과학과의 역사가 궁금합니다.
"강릉대학이 종합대학교로 승격되기 위해 많은 학과를 신설하고 교세를 확장해나가던 1980년대 후반입니다. 수학과, 전자계산학과, 경제학과 등과 함께 대기과학과가 설치돼 1988년 첫 입학생을 받았습니다. 그 후 강릉대학은 1991년 강릉대학교로 승격됐고, 1993년에는 이공대학이 교세확장에 따라 분리되면서 대기과학과도 다른 자연과학계열 학과들과 함께 자연과학대학 소속으로 바뀌었죠. 당시 대기과학을 전공한 전문 인력이 부족해 설치된 해에 기상학과 해양학을 전공하신 1명의 교수님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꾸준히 교수진을 확보하고 학과의 기반을 다진 결과 1999년에 석사과정, 2002년에는 박사과정을 설치하게 됐죠. 이제 대기과학의 다양한 분야를 세부적으로 전공한 7명의 교수진이 학과를 꾸리고 있습니다."

- 학과명이 대기환경과학과로 바뀐 건 언제였죠.
"1996년입니다. 당시 전통적인 대기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점차 그 사회적 중요성이 높아졌던 대기환경 분야의 교육과정을 개발하게 됐어요. 그래서 학과명도 '대기환경과학과'로 변경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우리 학과가 개설된 지는 올해로 26년째입니다. 20주년이던 지난 2008년에는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열어 많은 졸업생과 재학생, 교수님들이 그동안 발전된 학과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우의를 다지기도 했죠. 한편 2007년엔 강릉대학교가 강원도의 대표적인 국립대학으로서 원주대학과 통합했습니다. 교명 선호도 투표 결과에 따라 2009년 현재의 '강릉원주대학교'로 교명이 변경됐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강릉원주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라디오존데를 띄우고 있는 강릉원주대 대기환경과학과 학생들의 모습. 라디오존데(radiosonde)는 기압·온도·습도 등의 대기 상층의 기상상태를 관측해 지상에 송신하는 측정 장치다.
 라디오존데를 띄우고 있는 강릉원주대 대기환경과학과 학생들의 모습. 라디오존데(radiosonde)는 기압·온도·습도 등의 대기 상층의 기상상태를 관측해 지상에 송신하는 측정 장치다.
ⓒ 정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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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까지 졸업생은 몇 명인가요.
"올해 2월 기준으로 학부 과정을 마친 졸업생은 남자 457명, 여자 316명으로 총 773명입니다. 대학원 졸업생은 60여명 정도 되고요."

- 졸업 후 어떤 진로를 주로 선호하나요.
"기상청,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기상연구소, 극지연구소 등에서 대부분 근무하고 있으며 기상환경 산업분야의 민간회사에서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과학교사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고요. 영동과 영서 지역의 판이한 기후특성 때문인지 우리 학과의 학생 대부분이 중·고교 시절부터 날씨나 환경, 기후변화에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여러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만큼 자기 전공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크다는 얘기죠. 최근엔 학부생들의 대학원 진학률도 부쩍 높아졌습니다."

- 현재 학과 정원과 남녀 비율은 어떤가요.
"학과의 입학 정원은 34명이며, 현재 재학 중인 1~4학년 학생들 중 남학생은 약 55%로 남녀 비율이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지금까지 졸업한 학생들의 남녀 비율은 6:4 정도로 계속 비슷한 비율을 유지해왔어요. 한편 대학원에서는 24명의 재학생과 6명의 수료생 등 총 30명이 공부 중입니다."

- 강릉원주대 만의 차별성 또는 특이성은 무엇입니까.
"우리 학과에서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기상 및 환경관측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진의 비율이 특히 높습니다. 우리나라 전역과 동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위성 및 원격탐사 관측에 관한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죠. 예전에는 다소 간과됐던 기상이나 환경 관측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면서 지상관측시설을 운용하기 어려운 산악지역이나 해상에서 인공위성을 사용한 관측의 활용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2010년 6월 천리안위성을 쏘아 올려 세계 7번째의 정지기상위성 보유국이 된 점이나, 2018년 천리안 후속위성과 환경·해양 감시를 위한 또 다른 위성 발사 계획 등이 그것을 잘 말해줍니다. 인공위성은 발사 후 위성에서 관측된 자료를 분석하고 그로부터 필요한 기상 및 환경정보를 만드는 수많은 연구 인력과 전문가들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학과의 절반이 넘는 교수들이 인공위성 자료의 분석 또는 관련 알고리즘 개발과 관련해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학과만이 갖고 있는 차별성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통고지설 예보경시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일기도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 강릉원주대 대기환경과학과는 강원지방기상청과 매년 두 차례의 예보기술 대회를 열고 있다.
 ‘통고지설 예보경시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일기도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 강릉원주대 대기환경과학과는 강원지방기상청과 매년 두 차례의 예보기술 대회를 열고 있다.
ⓒ 정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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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의 기상·기후 특성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세요.
"일기예보를 유심히 듣거나 영동·영서지역을 자주 왕복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백두대간의 서쪽과 동쪽의 날씨가 드라마틱하게 다를 때가 많습니다. 겨울철에 영동지역에는 폭설이 내리는데 영서지역에서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죠. 또 서울을 비롯한 영서지역은 30℃를 웃돌아 더운 반면 영동지역은 20℃ 안팎의 서늘한 날씨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 터널을 들어가기 전에는 맑고 푸른 하늘이 보였는데 터널을 빠져 나오자마자 짙은 안개와 비가 내리는 때가 있습니다. 이처럼 강원 영동지역은 동해와 백두대간에 인접한 지리적·지형적 특성에 따라 우리나라 서쪽과는 사뭇 다른 국지적 기상현상이 많이 나타나죠. 때로는 매우 극단적인 재해기상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과거 실제로 일어났던 사례를 들어 좀 설명해 주시죠.
"지난 2002년 태풍 '루사'가 우리나라는 통과했을 때, 강릉에 우리나라 최대 일강수량인 870㎜의 집중호우가 내려 엄청난 인명과 경제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2011년 강릉에서는 하루에 77.7㎝의 적설을 기록했으며, 지난겨울에는 일주일여에 걸쳐 1m가 넘는 폭설이 내려 최장적설기간 및 최대 누적적설량 기록을 수립했죠. 그밖에 2006년에는 속초에서 초속 63.7m의 바람이 불어 일 최대 순간풍속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강원 영동지역에서는 다양한 기록적인 재해기상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치예보 기술이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러한 현상들을 정확히 예측하고 예보하는 데는 수치예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역적인 기상 특성을 잘 아는 숙련된 예보관의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이유죠. 그래서 강원 영동지역의 기상학적 특성 분석과 예보기술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기관이 필요한 겁니다. 강원지방기상청이 강원도청소재지인 춘천이 아닌 강릉에 위치한 것도 이 지역 기상의 특수성과 예보의 어려움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 지역 기상 특성을 살린 예보기술 대회를 연다면서요.
"강원지방기상청과 매년 두 차례의 예보기술 대회를 열어 기상학과 날씨예보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고 예보실력 향상도 꾀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양간지풍 예보기술 대회'를 통해 강원도 영동의 강풍과 관련된 예보 경연을, 가을에는 '통고지설 예보기술 대회'를 열어 지역 대설사례와 관련된 일기예보 실력을 겨루게 합니다. 주로 3~4학년 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해요. 두 차례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강원 영동지역의 독특한 기상학적 특성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고 지역에 특화된 예보능력을 함양하게 됩니다. 심사위원단은 강원기상청 예보과장, 방재예보관과 학과 교수들로 구성하며 최우수상·우수상 각 1명, 장려상 2명 등을 선정해 상을 준다."

- '양간지풍' '통고지설'은 무슨 얘기입니까.
"'양간지풍'은 강원도 영동의 양양과 간성 또는 강릉 사이에서 부는 국지적인 강풍을 일컫습니다. 봄철 남고북저의 기압배치 하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이 지역으로 불어 내려오는 서풍이 푄현상에 의해 고온건조해지고 대기도 불안정해지면서 국지적으로 강풍이 나타나죠. 대개 강풍 피해와 대형 산불을 불러옵니다. '통고지설'은 북한에 위치한 통천과 휴전선 남쪽에 위치한 고성 사이에서 겨울철에 부는 북서~북동풍과 동해바다 그리고 백두대간의 지형적 영향 등으로 자주 많은 눈이 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학생들이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운고계, 미세먼지측정기, 3차원 풍향풍속계, 미세먼지측정기를 점검하고 있다. ⓒ온케이웨더
 학생들이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운고계, 미세먼지측정기, 3차원 풍향풍속계, 미세먼지측정기를 점검하고 있다.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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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일사계를 갖춘 ‘태양복사 관측시스템’과 에어로졸 관측을 위한 ‘태양분광광도계’.
 다양한 일사계를 갖춘 ‘태양복사 관측시스템’과 에어로졸 관측을 위한 ‘태양분광광도계’.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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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과의 산학협력 활동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2001년 3월 6일 기상청과 맺은 MOU를 바탕으로 강원지방기상청과 밀접한 교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교과의 이해를 돕기 위한 현장학습, 방학 중 학생 인턴 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죠. 영동지역의 대설과 폭우, 지역 내 특이 기상현상이나 기후 등과 관련해 학·관 공동연구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설립된 국립기상연구소 산하 재해기상연구센터가 2012년 3월부터 강릉원주대의 강릉캠퍼스 내에 입주했어요. 재해기상의 특성분석, 발생메커니즘 규명 및 조기탐지 등에 관한 활발한 학·연 공동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 학·연 공동 연구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시죠.
"겨울철 이 지역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대설 및 한파의 특성을 분석하고 예측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재해기상연구센터와 함께 학·연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일주일에 걸쳐 강릉에 내렸던 117㎝의 기록적인 폭설 등이 연구대상이 되겠죠. 또한 2004년부터 매년 강원기상청 등 지역 내 기상관련 연구소 및 공군, 해군 등과 함께 학·연·관·군 예보기술 워크숍을 열고 있습니다. 각종 자연재해에 취약한 강원 영동지역의 재해기상 대응 능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죠. 작년에는 '국지 위험기상 연구', '수치모델', '위성활용과 해양' 등 3개의 주제를 놓고 학·연·관·군 소속 10여 명의 전문가가 열띤 토론을 벌인 적도 있고요."

- 대기과학이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학문으로 꼽힐까요.
"대기과학은 수학·물리·화학·생물 및 전산과학을 기반으로 한 비교적 새로운 자연과학의 한 분야입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빠른 성장과 발전을 보이는 학문입니다. 과거 기상학이나 대기과학을 전공하고 졸업하면 기상청에 취직해 일기예보 하는 길 밖에 없는 줄 안 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이 고도화되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여가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는 때입니다. 기상, 기후 및 환경정보에 대한 관심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그에 따라 대기과학 전문가들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차 증대되고 있다고 봐요. 따라서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대기과학 지식을 활용하는 새로운 분야나 직종이 탄생될 수 있겠죠. 대기과학이 젊은 학생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학문으로 꼽히는 이유가 이런 데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학과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씀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태풍, 폭우, 폭설, 한파, 열파, 가뭄 등의 극단적인 기상현상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상, 기후 및 환경에 대한 정보는 앞으로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보다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 확실합니다. 기상학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종합 학문이 된 만큼 공부해야 할 것이 많고, 개척해 나가야 할 일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정진한다면 새롭게 발전하는 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앞으로 후학들이 보다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열정적으로 대기과학을 공부해 다방면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강릉원주대, #대기과학과, #기상학, #대기환경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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