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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강원도 횡성으로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아들은 태권도장에서 가는 물놀이를 떠났고, 딸마저 나와 여행을 왔으니 아내에게는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아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즐기기를 기대하면서 떠난 횡성 여행은 무척 즐거웠다.

종교를 떠나 기도하고 싶어지는 곳

딸과 함께 먼저 들른 곳은 '풍수원성당'이었다. 이 성당은 1907년에 지어졌는데 국내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란다. 더구나 한국인이 국내에 지은 최초의 성당이라니 종교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800년대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곳에 신앙촌을 이루기 시작했다니 성당의 역사보다 풍수원의 역사는 훨씬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풍수원성당은 국내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자, 한국인이 최초로 세운 성당이기도 하다.
▲ 풍수원성당 풍수원성당은 국내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자, 한국인이 최초로 세운 성당이기도 하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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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하고 소박한 고딕양식의 성당과 소박한 스테인 글라스를 보고 나면, '십자가의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길 옆에는 판화가 이철수씨가 석판에 성경 이야기를 새려놨는데,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에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 옆에서 역대 사제들의 묘소를 볼 수 있고, 야외의 기도장소도 보였다. 무슨 이유인지 숲을 걷고 나서 정화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경사가 조금 있었지만 딸이 열심히 잘 걸어준 덕에 힘들지 않은 산책이 됐다.

성당 내부의 엄숙함과 십자가의길은 마음을 경건하게 하는 점에서 닮아있다.
▲ 성당 내부와 십자가의길 성당 내부의 엄숙함과 십자가의길은 마음을 경건하게 하는 점에서 닮아있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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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원성당의 유물전시관도 상당히 흥미있는 곳이다. 어지간한 민속박물관 보다 더 많은 물건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풍수원의 오랜 역사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성경이나 미사에 쓰였던 물건들도 잘 보존돼 있었다. 성당만 보고 이곳을 보지 못한다면 많이 아쉬운 일이다. 특히 아이들이 옛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근현대의 농촌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 유물전시관 근현대의 농촌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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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원성당에서 나오는 길에 맛있는 메밀국수를 먹었다. 아침 일찍 나온 탓에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나와서 일찍이 배가 고팠던 차였다. 딸은 메밀국수를 좋아하는데 감자전과 함께 먹고나니 기운이 충전됐다.

숲이 만든 갤러리 속 갤러리

'미술관 자작나무숲'은 횡성에 가면 언젠가는 한 번 꼭 가보리라 마음먹은 곳이었다. 이런 곳을 딸과 둘이 오게될 줄은 몰랐다. 원종호 관장이 1991년부터 이곳을 만들고 가꿨다고 한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곳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갔을까, 존경심마저 생겼다.

자작나무에 포위된 전시장이 그대로 멋진 사진이 되었다.
▲ 무술관 자작나무숲 자작나무에 포위된 전시장이 그대로 멋진 사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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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다소 비싼 입장료 때문에 망설였지만, 막상 들어가서 둘러보니 입장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게 가꿔진 자작나무 숲과 정원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그 모습만으로도 본전 이상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길를 산책하다 보면, 2전시장과 아기자기한 정원을 만날 수 있다.
▲ 미술관 자작나무숲 숲길를 산책하다 보면, 2전시장과 아기자기한 정원을 만날 수 있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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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시장에서는 '개관 10년 전(展)'이 열리고 있었는데, 자작나무를 모티프로 한 작품부터 여러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상설전시관인 2전시장은 '원종호 갤러리'인데, 원종호 관장의 자작나무를 모티프로 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흥미롭게 봤다.

전시장의 재미있는 점은 다른 관람자가 없고, 자신이 마지막 관람자일 경우 불을 끄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딸은 전시장의 작품보다는 자작나무가 멋진 숲과 정성들여 가꾼 정원을 훨씬 좋아했다. 그래서 주로 숲을 산책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입장권으로 받은 엽서를 보여주면, 이곳에서 맛있는 차를 한 잔 마실수 있다.
▲ 스튜디오 갤러리 입장권으로 받은 엽서를 보여주면, 이곳에서 맛있는 차를 한 잔 마실수 있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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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갤러리'에서는 잠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입장권으로 받은 엽서를 보여주면 음료를 한 잔씩 마실 수 있었다. 커피와 망고주스를 마시면서 쉬었는데, 여느 카페와 마찬가지로 맛도 좋고, 분위기도 정말 좋은 곳이었다.

딸과 나는 '미술관 자작나무숲'은 근래에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역시 이번에 못 온 가족들과 함께 다시 오는 것에도 동의했다. 아내와 아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찐빵마을 지나 별빛마을, 딸과의 오붓한 캠핑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별빛마을 서울캠핑장'에 도착하기 전에 '안흥찐빵마을'에 잠시 들렀다. 우리 가족은 모두 안흥찐빵의 마니아다. 강원도에 올 일이 생기면 무조건 안흥찐빵을 사먹으러 온다. 딸과 네 개를 사서 캠핑장으로 가지고 왔다. 물론 다음날 박스로 사서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별빛마을 서울캠핑장'은 폐교된 분교에 만들어진 캠핑장이다. 두 번째로 이용하게 됐는데, 텐트가 설치돼 있어서 텐트 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아내가 있다면 텐트 치는 것이 큰 어려움은 아니지만, 아내가 없을 때는 큰 일을 하나 덜어서 편리했다.

폐교를 캠핑장으로 멋지게 만들어 놓은 곳이다.
▲ 별빛마을 서울캠핑장 폐교를 캠핑장으로 멋지게 만들어 놓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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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가족들이 먼저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끔씩 쏟아지는 소나기 때문에 텐트 안에 숨었다가 다시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비가 그치면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이 운동장으로 나와 운동을 하면서 즐거워 했다. 그나마 우리는 그늘막을 쳐서 소나기의 영향은 많이 안 받았는데, 딸이 이 점을 상당히 뿌듯해 했다.

교실에는 탁구장과 나무블럭 놀이실, 바둑과 장기를 둘 수 있는 곳 등 다양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나는 딸과 알까기를 해서 지기도 했다. 관리사무실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라켓이나 물품을 대여해주고 있어서 편하기도 했다. 캠핑장에서 아쉬운 것이 딱 하나 있다면 개수대인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서 사용하고 나면 허리가 많이 아팠다. 혹시 개수대 위에 발을 올려놓고 설거지 한다고 해서 욕할 일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알면 좋다.    

캠핑장은 별마을, 달마을, 산마을로 구분되는데, 학교 건물 뒤쪽 달마을 옆에는 '복실이'라는 강아지와 닭장이 있는다. 복실이는 이름 그대로 복실복실하고 귀엽다. 순하고 사람도 좋아라 해서 한참을 놀아줬다. 괜히 복실이 보러 가자며 아빠만 자꾸 번거롭게 했다. 

지난 해에는 없던 복실이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 복실이 지난 해에는 없던 복실이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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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을 사면서 산 한우와 삼겹살로 저녁을 먹고, 딸과 카드놀이며, 끝말잇기, 나라 이름 대기로 잠을 참으며 밤늦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행이 비는 오지 않았고, 일찍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참고로 딸은 항상 '캠핑의 완성은 아침 라면'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어디로 캠핑을 가든 아침식사로 라면은 필수다.

요란하거나 넓지는 않지만, 가족 단위로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 별빛마을 서울캠핑장 요란하거나 넓지는 않지만, 가족 단위로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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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짐정리를 함께하고, 집에 오는 길에 찐빵 두 상자와 차에서 먹을 찐빵을 따로 사서 새참으로 먹으면서 집으로 왔다. 처음 딸과 함께한 여행. 딸은 무척 만족한 모양새다. 아빠랑 둘이 온 여행은 처음이라며 가끔 이렇게 여행을 가잔다. 아빠야 언제든지 좋은데…, 나중에 딸의 마음이 변하지는 않을는지.

꼭 딸이 아니라도 가끔은 자녀들과만 여행을 하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아빠와 자녀만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 자녀들과의 친밀감도 높이고, 이해도 더 많이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는 것은 덤이지만, 그녀도 이런 시간을 가끔 가지면 좋지 않을까?


태그:#횡성, #풍수원성당, #미술관 자작나무숲, #별빛마을 서울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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