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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협회장으로 김철민 기자가 당선되었다. KBS 기자협회는 지난 18~20일에 치러진 신임 기자협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김철민 기자를 88.9%의 찬성률로 기자협회장에 선출했다.

김 기자는 1993년 공채 20기로 KBS에 입사해  주말 <뉴스9> 앵커, 방콕 특파원, 사회1부 팀장, <뉴스12> 앵커 등을 두루 거쳤다. 현재는 지난 2012년 KBS새노조 '95일 파업'에 참여했다가 다른 조합원들과 달리 프로그램에 복귀하지 못하고 보복성 인사로 정책기획국 기획부에서 파견 근무 중이다.

김 기자는 기자협회장 당선 소감을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시기에 KBS 전체 기자들의 의견을 지혜롭게 조율해야 하는 엄중한 직책을 맡게 돼서 아주 부담이 크다"고 담담히 밝혔다.

KBS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먼저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에 따른 보수신문의 'KBS 때리기'가 진행되고 거기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도 예고되어 있다. 사장 선임도 관건이다. 문창극 사태가 KBS 보도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정권이 손 놓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신임 사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KBS가 또 한 번 요동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음은 지난 26일 김철민 신임 KBS 기자협회장과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길환영 사장 해임 이후 KBS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2011년 <뉴스12> 앵커로 있을 당시 김철민 기자
 2011년 <뉴스12> 앵커로 있을 당시 김철민 기자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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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 축하드립니다. 소감부탁드립니다.
"구성원들의 단합된 힘으로 사장을 해임 시킨 건 KBS 역사상 처음 있었던 일입니다. 공영방송 KBS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구성원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시기에 KBS 전체 기자들의 의견을 지혜롭게 조율해야 하는 엄중한 직책을 맡게 돼서 아주 부담이 큽니다."   

- 88.9%로 당선되셨던데 KBS 기자들이 김 협회장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길환영 사장 퇴진 이후 새 사장 선임까지 KBS가 중대한 국면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부 정파적인 세력들은 KBS가 무정부 상태가 됐느니 진보의 해방구가 됐느니 하면서 여론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정부, 여당의 눈치만 살피던 KBS가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딴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공정보도하고 진정한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보탬이 돼 달라는 선후배, 동료들의 목소리를 끝까지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 취임사에서 "낙하산 사장이나 권력, 자본의 외압이라는 핑곗거리에 또다시 안주하려 든다면 공영방송 KBS는 역사의 퇴행길에 화석처럼 파묻혀 버리는 거대한 공룡이 되고 말 것"이라며 "KBS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일에 조직의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모아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KBS를 국민 품으로 되돌리려면 가장 먼저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KBS 사장 임명 방식이나 이사회 구성 방식 등을 개선해서 정치권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롭게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현재 KBS 노조나 기자협회, 학계나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하는 이사회의 특별 다수제나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등이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법적, 제도적 개선작업은 정치권의 영역입니다. KBS 구성원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치권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 힘으로 가능한 한도 내에서 보도의 독립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내부적 견제 장치들을 촘촘하게 엮어 내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내 편성규약이나 단체협약 등에 본부장, 국장 임명 동의제나 중간 평가제 등과 같은 내부적 제도를 실효성있게 만드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길환영 사장이 해임된 후 KBS 보도가 달라졌다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문창극 후보자 검증 보도나 재벌들의 미국 부동산 은닉 실태를 보도한 것처럼 권력이나 자본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또 밀양 송전탑 주변 주민들과 같은 소외된 이웃들의 목소리가 우리 뉴스에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희망적인 신호라고 해석합니다. 기자들 개개인이 관성적인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 공영방송 언론인으로서 실천적 의지를 가다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훨씬 더 좋은 뉴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망언을 보도한 11일 KBS 9시뉴스 화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망언을 보도한 11일 KBS 9시뉴스 화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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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아래 방심위)가 왜곡과 짜깁기에 대해 심의를 하겠다고 밝혀 논란인데 어떻게 보세요?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문창극 후보자 관련 KBS 보도는 왜곡이나 짜깁기가 아닙니다. 강연 전체의 맥락을 요약하고 함축한 것입니다. 방심위는 그동안 정파적인 표적심의의 칼날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왔습니다. KBS 추적 60분 '천안함' 편에 대해 방심위는 공정성이나 균형성에 문제가 있다고 '경고'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에선 이게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또 CBS에서 김미화씨가 진행했던 '김미화의 여러분'에 방심위가 같은 이유로 '주의' 처분을 내렸지만 이것도 법원에서 역시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밖에 JTBC 등 여러 매체의 비판적 보도 프로그램에 대해서 최근 방심위가 정파적인 표적 심의를 잇따라 내리고 있는데, 이는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방심위는 법률에 의해 설치된 일종의 준정부기관입니다. 방송사에 여러 가지 징계를 가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심의를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비판 언론에 심의와 징계를 통해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청와대나 여권이 방통심의위를 언론 장악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공직자 인사 검증 보도에 심의하고 징계 내린 적 없어"

- 심의하는 박효종 방심위원장이 문 전 후보자와 비슷한 인식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제대로 심의가 이뤄질까요?
"이번에 새로 임명된 방심위원장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 계셨던 분이고 대표적인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집필에 깊숙이 관여하신 보수 성향의 학자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창극 후보자와 비슷한 친일적·보수적 강경 발언을 많이 하신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분이 문창극 후보자 관련 KBS 보도에 대해 얼마나 객관적인 심의를 해 주실 것인지 사실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방송의 선정성, 폭력성 등을 정말 객관적으로 심의해야 하는 방심위가 마치 우리 사회 보수, 진보의 전쟁터처럼 변질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인사 검증 보도에 대한 방심위의 심의가 있었나요?
"공직자 인사 검증 보도에 대해서 방심위가 심의를 하고 징계를 내린 전례가 없습니다. 과거 어느 정부에서나 개각 때마다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검증보도는 비교적 자유롭게 또 강도높게 이뤄져 왔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하고 논문 표절을 하고 병역을 기피한 인사들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고위 공직자에 임명되도록 그냥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 보도는 언론 본연의 사명입니다. 이같은 언론 본연의 임무에 심의의 칼날을 들이대고 징계를 내리는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심의가 KBS 보도에 영향을 주진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청와대나 여권에선 KBS 뉴스에 징계를 내려 정권 비판이나 권력 감시 기능을 축소시키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의 편파적 징계가 내려진다고 해서 KBS 뉴스가 위축되거나 왜곡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노조가 있고 기자협회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지켜달라는 시청자들의 엄중한 요구가 KBS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문 후보자 사퇴 이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측에서 KBS 때리기에 나섰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일부 보수 언론들을 중심으로 청와대 인사실패의 책임이나 이에 따른 여론 악화의 책임을 KBS 뉴스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매우 불순한 시도입니다. KBS를 다시 정권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문창극 후보자 검증 보도는 KBS에서 촉발됐을 뿐이지 보수 일간지를 비롯한 모든 언론에서 다같이 다루었던 사안입니다. 개인의 자질 부족으로 낙마한 청와대의 인사 실패 책임을 KBS에 돌려서, KBS를 진보의 해방구이다 무정부 상태다 하는 식으로 매도해서 KBS에 강경 보수 인사를 새로운 사장으로 내려 보내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KBS를 다시 정권홍보 방송으로 만들려고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 기자협회에선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부 정파적인 세력들의 'KBS 왜곡보도 프레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 요청 등과 같은 법적 대응 조치를 실행하고 있고, 아울러 보도나 비평, 해설 등을 통한 적극적 반론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청와대의 인사 실패 책임을 KBS에 화살을 돌리려는 시도는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많은 분들이 거론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내부 출신의 전문성을 갖춘 분일 수도 있고 외부의 덕망있는 분이 오실 수도 있습니다. KBS의 정치적 독립성이나 공정성을 실천할 수 있는 분이라면 어떤 분이 오신다 해도 좋습니다. 다만 정치권에 몸담았던 전력이 있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은 반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 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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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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