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의 박윤강(이준기 분)과 정수인(남상미 분).

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의 박윤강(이준기 분)과 정수인(남상미 분). ⓒ KBS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가 25일 첫 선을 보였다.

지극히 서부영화적인 제목 '총잡이'를 내세웠는데, 정작 드라마의 배경이 된 것은 고종 친정 3년, 개화와 수구의 세력이 첨예하게 맞붙는 시기이다. 아직 조선 군대의 무기는 구식 무기인 칼과 활이요, 화승총이 아닌, 신미년에 미국의 양요에서 첫 선을 보인 총에 대해 무위소 부관은 조선에서 당할 무기가 없다 고개를 젓는 그런 때이다.

신식 무기의 대명사인 총인데, 그래서 당연히 개화 세력의 대변자가 되어야 할 총구는 아이러니하게도 개화 세력의 대표자들을 향한다. 저잣거리에서 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수구 세력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나라가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이라는 연설을 하던 개화파의 거두 현암(남명렬 분)을 쓰러뜨린다. 그리고 현암을 지켜보던 박진한은 칼을 휘두르고 활시위를 당기며, 저격을 했던 총잡이를 쫓는다.

현암이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고종(이민우 분)은 분노한다. 자신이 친정 체제 이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했던, 그리고 그를 위해 불러들이려 했던 개화 세력이 하나 둘 쓰러지는 것이 곧 자신의 개화 노력에 대한 제지라고 느낀 고종은 구식 무기를 쓰는 별장 박진한(최재성 분)으로 하여금 자신을 도와 개화를 실현한 마지막 인물 오경(김정한 분)을 지켜 줄 것을 부탁한다.

개화기라는 '생소한' 배경에 다소 '익숙한' 얼개

우리가 알고 있는 개항 시기의 역사적 대립각 중 하나는 구식 군대의 칼과 신식 군대 별기군의 총, 결국 임오군란으로 귀결된 신구 세력과 그 상징적 무기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고정 관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발상을 한다. 개화를 추구하려는 고종, 하지만 아직 그의 손에 쥐어진 무기는 구식 군대의 칼과 활, 정작 그의 개화를 제지하려는 수구 세력들이 개화 세력을 암살하는데 사용하는 것은 총이라고.

결국 이를 통해 개화와 수구, 총과 칼이라는 우리의 역사적 고정 관념을 뒤엎으며, 무기란 결국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즉, 이는 조선 제일 검이었지만 이제 개화를 추구하는 고종의 오른팔이 되어 수구 세력의 제거 대상이 된 무관 박진한의 아들이자, 그 역시 총구 앞에서 결코 주눅 들지 않으며 칼을 뽑아 덤비는 무예에 능한 박윤강(이준기 분)이 총잡이가 될 수 있는 드라마적 배경이 되기도 한다.

1회는 개화 세력과 그를 불안하게 여기지만 절대적 힘의 우위를 자랑하는 수구 세력의 대립, 각각의 인물들을 설명하는데 진력한다. 조선 제일 검 박진한과, 그의 아들임에도 기생집 한량으로 세월을 보내는 박윤강,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현암의 제자가 될 만큼 개화적 의식이 뚜렷한 정수인(남상미 분), 그런 수인을 돕는 보부단 수장의 딸 최혜원(전혜빈 분)과 그 주변 인물들의 역학 관계를 설명했다.

비록 드라마는 고종 시대 칼과 총이 맞부딪치는 역사적 격변기를 대상으로 삼지만, 극의 얼개는 그리 낯설지 않다. 개혁을 하려던 왕의 최측근으로 왕을 돕는데 앞장서다 정치적 기득권 세력의 눈 밖에 난 아버지, 아마도 결국 그 아버지는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사는 아버지를 심드렁하게 여기던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각성하고, 아버지의 복수와 그가 완수하지 못한 신념을 위해 떨쳐나서는데, 여기에 신념에 찬 여주인공이 합류한다.

이미 <공주의 남자> 등의 사극을 통해 익숙해진 얼개이다. 작가진은 <드라마 스페셜>을 통해 입봉한 신인작가들이지만, 김정민 PD가 바로 <공주의 남자>의 연출자이다. 덕분에 <조선총잡이>는 드라마로서는 생소한 칼과 총의 대결에 개화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정작 전개의 방식은 어디선가 본듯 익숙하다.

그리고 그 익숙함은 낯선 배경과 '총잡이'라는 낯선 이야기를 들고 나온 <조선총잡이>의 생경함을 보완해주는 안전장치이자,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뻔해보이게 만드는 위협 요소이기도 하다. 부디 <조선총잡이>가 뻔한 '복수'를 매개로 한 사극을 넘어, 격동의 개화기를 제대로 담는 한편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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