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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책하면 '경제적 가늠'에만 함몰되어 있는 우리사회에 이 부부가 들려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가게를 열면서 "돈 많이 버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는 홍상봉(59)· 최병숙(54)씨 부부의 진실은 무엇일까.

지난 20일, 올 3월에 시작한 그들의 커피가게(안성 수도침례신학대학교 건너편)에서 만났다.

그들의 노후대책은 5년 후 카페를 해보자는 거였지만, 구체적인 계획도 부족했다. 하지만, 얼떨결에 이 가게를 얻어 시작했다는 이들 부부. 어떤 사연이 있길래. 지금은 아내 최병숙 씨가 직접 내린 커피를 들고 있고, 남편 홍상봉씨는 젬베를 신명나게 두들기고 있다.
▲ 아내와 남편 그들의 노후대책은 5년 후 카페를 해보자는 거였지만, 구체적인 계획도 부족했다. 하지만, 얼떨결에 이 가게를 얻어 시작했다는 이들 부부. 어떤 사연이 있길래. 지금은 아내 최병숙 씨가 직접 내린 커피를 들고 있고, 남편 홍상봉씨는 젬베를 신명나게 두들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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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커피 전문점을 시작한 사연

처음엔 가게를 할 생각이 아니었다. 남편 상봉씨가 음악연습실(지인들과 함께 하는)을 구하려고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지금의 장소를 만났다. 1층이라는 것에  마음을 뺏긴 상봉씨. 음악연습실은 항상 지하실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넘어서고 싶었다는 게 선택의 이유다.

10여 평 작은 규모지만, 1층이라 월임대료가 비쌀 거라는 생각에 첨엔 엄두를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건물주에게 문의했다. 건물주가 "여기서 뭐 하실 거냐"고 묻는 말에 얼떨결에 튀어나온 그의 대답에 본인도 놀랐다. 대답은 간단했다. 바로 "커피요".

사실은 이들 부부의 노후대책 목록엔 '부부가 운영하는 소박한 카페'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남편이 퇴임하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된 5년 후의 일이라 생각했다. 생전 장사를 해보지 않은 그들로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운 게 아니라  막연한 희망사항이었던 것.

그가 '얼떨결'이라 말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다. '원했지만 막막했던 이들 부부의 노후대책'을 그의 입으로 고백해버린 거다.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지만, 그의 내면에 잠재한 강한 바람이 그의 입을 열게 한 것이리라.

이렇게 얼떨결(?)에 시작한 가게. 장사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 부부는 오히려 가볍게 맘을 먹었다. 초심을 버리지 말자고. 초심(?)이라니. 애당초 악기연습실을 하려고 했으니 욕심 부리지 말자는 거다. 말하자면 큰돈 벌려고 시작한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보는 것에 방점을 두자는 거였다.

그 초심은 가게를 인테리어 하는 데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가게의 탁자 등 웬만한 건 상봉씨가 직접 제작했고, 자신이 하지 못하는 전기시설 등은 지인의 손을 빌렸다. 한마디로 이 가게의 인테리어 콘셉트는 '심플한 DIY'다.

아내 최병숙 씨가 홀에 온 손님을 위해 커피를 직접 내리고 있다.때론 남편 홍상봉씨도 커피를 내린다. 커피점을 하는 바람에 이 두 부부는 하루종일 같이 있게 되었다.
▲ 커피 내래는 아내 아내 최병숙 씨가 홀에 온 손님을 위해 커피를 직접 내리고 있다.때론 남편 홍상봉씨도 커피를 내린다. 커피점을 하는 바람에 이 두 부부는 하루종일 같이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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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많이 올까 걱정하는 이 부부 말려줘요"

최소한의 비용으로 시작했기에 빚을 지지 않았다. 또한 월고정비용도 최소화했다. 그들이 내게 말해 준 월고정비용은 다른 가게에 비하면 매우 적었다. 이들 부부가 맘이 쫒기지 않는 이유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길게 가고 싶은 이들 부부의 지혜가 만들어낸 작품이지 싶다. "최소한의 생계유지만 된다면 괜찮다. 혹시 손님이 너무 많이 오더라도 번거로워서 우리가 감당할지 의문"이라며 웃는 이들 부부를 누가 말릴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커피만큼은 재료를 좋은 것으로 한다. 왜? 고객에 앞서서 이들 부부가 마실 거고, 그들이 좋아하는 지인이 마실 거니까. '좋은 재료에 저렴한 가격'이 이들 부부가 추구하는 바다. 왜냐하면 당장 돈 버는 것보다 단골을 만들어 오래가는 게 목적이니까.

이런 형국이다 보니 주변에서 오히려 이들 부부를 걱정하곤 한다. "그렇게 해서 남겠냐"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지금 그 장소는 가게 할 만한 장소가 아녀"를 거쳐서 "미친 짓 하는 것"이라는 심한 말까지. 하지만, 이들 부부가 이미 합의해서 그들의 능력에 맞게 시작한 일이라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오빤~ 독학 스타일~"

이쯤하고 왜 하필 '커피점'과 '음악연습실'일까. 그건 바로 남편 상봉씨의 배움의 열정 때문이다. 그에게도 믹스커피를 하루에 20잔 마시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커피는 마시고 싶고, 믹스커피로 인해 속은 쓰리고. 이때 우연히 만난 원두커피가 그의 운명을 돌려놓았다.

그 후 평생교육원을 다니고, 인터넷을 뒤져 커피에 대해 공부했다. 인터넷을 통해 커피동호회에 가입했다. 그들의 모임에도 나가 동호회 젊은이들과 함께 커피의 신세계를 개척해나갔다.

동호회원들에게 뭔가 돌려주고 싶어 드럼을 배웠다. 드럼에 맘을 뺏긴 그는 드럼학원을 갔지만, 그의 성에 차지 않았다. 다시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드럼을 혼자 배워나갔다. 그러면서 만난 '카혼(페루 타악기)'도 독학을 했다. 이런 흐름들이 결국 그를 '젬베'라는 신세계(상봉씨가 자주 쓰는 표현)로 인도했다.

직장을 마치고 혼자서 인터넷을 통해 연습하고 연구하다보면 밤을 새기도 했다. 그랬다. 그는 뭔가에 빠지면 혼자 힘으로 공부하고 파고들어 달인이 될 때까지 연습하는 '독학 스타일'이었다. 커피도 악기도 모두 그의 독학의 산물이었다.

가게 전면에 항상 기타와 젬베가 놓여 있다. 이건 장식용이 아니라 남편 홍상봉씨가 지인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구비해놓은 것이며, 동시에 상봉씨의 취미활동공간이기도 하다.
▲ 젬베와 기타 가게 전면에 항상 기타와 젬베가 놓여 있다. 이건 장식용이 아니라 남편 홍상봉씨가 지인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구비해놓은 것이며, 동시에 상봉씨의 취미활동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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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가 커피와 악기가 공존하는 이 공간을 이웃들과 공유하고자 이 가게를 열었다. 돈 버는 것에 '올인'하는 삶보다 더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이들 부부는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더군다나 이들 부부는 입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우리의 노후대책은 배우자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것을 한 번도 말려본 적이 없다는 아내 병숙씨. 이들 부부의 노후대책은 다름 아닌 '남편과 아내'였다. 그래서 이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아내가 내린 커피 향과 남편이 치는 젬베 소리가 방문객을 웃게 만든다.


태그:#노후대책, #커피전문, #커피, #젬베,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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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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