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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이 주최한 ‘통일영향평가를 제안한다’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 통일영향평가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이 주최한 ‘통일영향평가를 제안한다’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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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주최로 '통일영향평가를 제안한다' 심포지엄이 열렸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고경빈 연구위원은 평화재단을 대표하여 '통일영향평가'를 새롭게 제안하고 발표했다. 고경빈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통일은 이제 더 이상 미루거나 기다려서 추진하는 과제가 아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과제이다. 우리 국력이 충분히 신장할 때까지 통일을 미루어 둔다거나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우리 현실 상황에 비추어 적절한 자세가 아니다"라며 "통일영향평가를 통해 주요한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남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시야에 넣고 그 시행 결과가 통일 친화적으로 될 수 있도록 사전에 점검되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특히 '통일영향평가'의 사례로 세종시 건설 문제를 들었다. "세종시가 남한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한반도 전체에서 보면 남쪽에 너무 치우쳐 있어 통일 후 다시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또는 반대 입장에서 지금 이미 인구 과밀의 포화상태이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국가의 제반 기능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 통일된 이후 북한주민이 대거 쏟아져 들어온다면 도시문제는 물론 경제, 사회적으로 파생되는 문제가 더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미리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세종시 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찬반 문제와 관련 없이 중요한 국책사업에 대한 한반도적 관점의 검토는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본격화를 위한 전제는 북한의 진정한 협상자세"라며 "현 단계에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본격화보다는 이를 가동하기 위한 환경적 조건의 마련이 더 중요하며, 북한의 진지한 협상자세를 견인해 내는 노력이 성과 도출보다 중요합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중 간 패권경쟁과 동북아 역내 국가 간 갈등구조의 형성은 한반도 통일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통일 환경의 조성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며, 한·미 동맹에 대한 발전적 해석과 아울러 한중 간 신뢰관계 형성을 위한 창조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는 하정열(한국안보통일연구원) 원장, 송영훈(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김도태(충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추장민(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정현곤(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평화재단이 주최한 '통일영향평가를 제안한다' 심포지엄에서 법륜 스님이 통일영향평가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 법륜 스님 평화재단이 주최한 '통일영향평가를 제안한다' 심포지엄에서 법륜 스님이 통일영향평가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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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은 4시간에 걸친 긴 시간의 토론을 경청한 후, 마지막 닫는 이야기를 통해 '통일영향평가'를 제안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먼저 통일이 정말 중요한 과제로 우리들에게 인식되어 있느냐 하는 점을 짚으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저희 평화재단에서는 어떻게 하면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느냐, 이에 대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거보다 더 큰 인명 재산 피해가 올 텐데 그것은 우리 민족에게는 공멸입니다. 그래서 전쟁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평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현재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요. 그리고 미래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은 분단된 상태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겠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상황은 내적인 성장 동력이 소진된 상태라고 보여집니다. 그런 면에서 다시 한 번 희망을 갖고 더 성장하려면 통일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같은 민족이여서 통일하자는 것을 넘어서서 통일은 우리의 비전입니다.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로 통일 문제가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동아시아의 세력 재편이 일어나면서 분단된 상태로는 우리의 자주권이 과거에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자주권을 행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중의 하위변수, 어쩌면 일본의 하위변수로 전락해서 우리의 불행을 자초하는 결정마저도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없는 그런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가난하면 그런 것도 감수하겠는데, 세계 십 몇위의 경제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 나라들이 너무 크다 보니까 약소국의 서러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변경하려면 과거에는 한미 동맹과 중국과의 관계가 종속적이었다면, 이제는 우리도 자주권을 갖는 입장에서의 한미 동맹과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럴려면 통일이 되지 않고서는 자주권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더 나아가서 본다면 우리에게는 과거 100년의 상처, 분단의 상처뿐만 아니라 일제 침략의 상처가 있지 않습니까. 이것을 치료하려면 통일 이상 좋은 치료법은 없습니다. 또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다 분단으로부터 오는 갈등입니다. 분단 극복을 해야 우리 안에 진정한 국민통합이 이뤄지지 분단된 상태로는 노력을 해도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습니다.

이런 여러 측면에서 볼 때 현 시점에서의 통일 문제는 우리에게 시급하기도 하고 절대적이고 유일한 통로입니다. 북한주민들이 겪고 있는 생존권과 인권 문제도 분단된 상태에서 북한 자체에서 풀려고 한다면 제가 볼 때는 수 십년간 저 고통을 더 이어가야 할지 모릅니다. 북한주민들에게 기적 같은 생존권 해결과 인권 개선을 가져다주려면 통일만이 희망이 될 수 있지 그 외에는 암담합니다. 이런 면에서 통일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그냥 명분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통일이 우리 국가 운명에 절대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통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인식이 여러 정황 속에서 생겨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첫 번째로 중요한 일입니다. 

이런 인식이 된다면 두 번째는 우리의 모든 활동이 통일로 가는데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하는 것이 평가가 되어야 합니다. 한미 FTA 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이익인가 아닌가만 보지 말고 이것이 통일로 가는데 이익인가, 통일된 이후에도 이익인가 두 가지가 모두 평가가 되어야 합니다. 중국과 FTA 하는 것이 통일로 가는 데에 유리한가, 통일된 후에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인가 검토되어야 합니다. 통일된 후에 문제가 된다면 '통일되면 이 문제는 재검토 하자' 하는 단서가 붙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통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는가, 통일 이후에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고려해서 모든 문제를 봐야 합니다. 외교도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게 통일에 도움이 되느냐, 통일 이후에 어떻겠느냐, 통일로 가는 데는 장애인데 통일 이후에는 도움이 된다던지, 이런 식으로 전부 검토를 해서 통일로 가는 데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통일영향평가를 하자는 것입니다. 세종시 수도 이전, 한미 동맹, 주한 미군 등에 대해서도 다 이렇게 통일영향평가를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군사기지 건설 문제도 환경영향평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영향평가를 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권은 통일에 유리한가, 헌법 개정은 통일에 대비할 때 어떠해야 하는가, 이런 기본의식을 가져줘야 합니다.

개발 시대에 있지만 환경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듯이, 분단 시대에 있지만 통일이 지상 과제라면 통일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모든 검토를 해줘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들에게도 통일 의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북한 영유아 지원 사업을 할 때도 어디에 지원하는 것이 통일에도 도움이 되고 통일 이후에도 효과가 많이 나겠느냐. 이런 문제가 전부 검토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통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만 실현이 가능합니다. 통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고, 통일이 정말 중요하고 통일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통일영향평가라고 하는 이 새로운 기준이 모든 국가 정책에 반영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통일이 100년 후가 아니라 가까이 다가와 있다고 보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통일에 대비한 모든 고려를 해서 공간을 비워두고 무엇이든지 준비해놓아야 하는데, 전혀 통일을 꿈도 안 꾸고 있다가는 나중에 비용도 엄청나게 들 뿐만 아니라 통일도 어려워지고 통일 이후에도 많은 장애가 나타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영향평가를 제안하는 것이니까 이해를 좀 해주시고 정부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많은 노력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통일영향평가를 제안하는 고경빈 평화재단 연구위원의 발표를 듣고, 그 취지를 다시한번 강조하고 있는 법륜 스님.
▲ 법륜 스님 통일영향평가를 제안하는 고경빈 평화재단 연구위원의 발표를 듣고, 그 취지를 다시한번 강조하고 있는 법륜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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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참석한 전문가들도 대부분 참신한 아이디어임을 인정하면서, '통일영향평가' 라는 새로운 제안이 우리사회를 통일 지향적으로 전환시켜 주길 기대했다.

참가자 중 한명인 김범수씨(대학생)는 "통일영향평가가 법제화 된다면 우리사회 전체가 통일지향적으로 변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보였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역시 참가자  중 한명인 김진아씨(주부)는 "물론 현실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발 한발 나가고자 하는 다짐이 느껴져서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며 현실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했다.

'통일영향평가'라고 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새롭게 제안된 뜻 깊은 자리였지만, 언론의 관심이 높지 않아 다소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언젠가는 오늘의 노력이 큰 결실을 이룰 것이란 믿음을 가지며 모두 보람되고 기쁜 마음으로 심포지엄을 마쳤다. 


태그:#통일영향평가, #법륜 스님, #평화재단, #고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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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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