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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리 르펜 관련해 보도하고 있는 <일요 르 파리지엥>
 장-마리 르펜 관련해 보도하고 있는 <일요 르 파리지엥>
ⓒ 일요 르 파리지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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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파인 Front National(국민전선)의 명예 회장인 장-마리 르펜(85·Jean-Marie Le Pen)이 지난 6월 7일 또 다시 '반유대주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흑인 가수 야닉 노아(Yannik Noah)는 유럽선거(5월 25일)가 치러지기 전, '국민전선이 승리하면 프랑스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후 유럽선거는 국민전선의 승리로 마무리됐고, 이에 <Le Lab d'Europe>의 여기자가 르펜에게 '그가 아직 (프랑스를) 떠나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는 미소로 답했다. 이어 기자가 다시 '노아뿐 아니라 다른 가수들도 노아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파트릭 브뤼엘도 여기에 속한다'고 하자 르펜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다음엔 이들을 가마(fournee, 오븐)에 넣으면 되겠네요."

르펜이 말한 가마는 나치의 가스실을 연상시키는 말인데, 브뤼엘이 유대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비디오는 르펜의 딸인 마린 르펜이 대표로 있는 국민전선 사이트 내에 있는 르펜의 개인 블로그에 게재 됐다. 마린 르펜은 아버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블로그를 당 사이트에서 제외하고 이 발언을 '정치적인 잘못'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르펜의 충격적인 반유대주의 발언

라시트스(인종주의자), 반유대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장-마리 르펜이 처음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1987년이다. 그해 9월 13일, RTL 라디오 방송에 초대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치 정책의) 일련의 문제에 대해 나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스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스스로 본 적이 없고 이 문제를 연구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이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역사에서 사소한 부분일 뿐이다."

1988년 1월 프랑스 사법부는 르펜의 발언을 '(나치의)끔찍한 죄에 동조하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르펜은 '인류에 대한 범죄를 평범화' 시키고 '끔찍한 죄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1991년 3월 10개의 유대인 보호 단체에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사실 그에게 이런 처벌이 내려 질 수 있었던 것은 1990년 7월부터 적용된 게소법 때문이다. 이 법은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외국인을 싫어하는 자'를 벌하기 위한 법으로 공산주의자인 장-클로드 게소(Jean-Claude Gayssot) 의원에 의해 채택되었다.

독일도 지난 1985년부터 나치의 대량학살을 부정하는 이들에겐 형법을 적용해 징역 1년을 내릴 수 있게 법체계를 손봤다. 또 1994년부터는 쇼아(홀로코스트,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를 부정하는 이들에게 일반법을 적용해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게 했다. 

벨기에도 1995년부터 프랑스의 게소법과 비슷한 법을 시행하고 있고 스위스도 1994년부터 대학살을 부인하는 자에게 징역형을 내릴 수 있게 했다.

법원의 형벌도 르펜의 막말을 막을 수 없다

유럽 각국에서 '반유대주의' 관련 발언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르펜은 '탈선'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첫 발언이 문제가 된 10년 후인 1997년 12월, 그는 또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다.

"대략 1000페이지에 달하는 제2차 세계 대전에 관한 책 속에는 강제 노동 수용소에 관한 건 2페이지에 달하고 가스실에 대한 얘기는 겨우 10~15줄에 해당할 뿐이므로 이걸 사소한 부분이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르펜은 10년 전과 비슷한 형벌을 받는다. 법원은 르펜이 '인류에 대한 범죄 평범화'와 '끔찍한 죄를 인정'했으므로, 이번 판결 결과를 신문에 발표하는 비용(30만 프랑)을 내라고 선고했다. 또 11개의 고발 단체에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1프랑과 5000프랑 사이의 손해배상금을 물라고 덧붙였다.

 마린 르펜과 장-마리 르펜의 소식을 다룬 <일요 르 파리지엥> 기사
 마린 르펜과 장-마리 르펜의 소식을 다룬 <일요 르 파리지엥> 기사
ⓒ 일요 르 파리지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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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잇단 선고도 폭주기관차 같은 르펜의 발언들을 멈출 순 없었다. 8년 뒤인 2005년 1월, 극우 주간 잡지 <리바롤>(Rivarol)과 한 인터뷰에서 그는 앞서 문제가 됐던 발언과 비슷한 말들을 쏟아냈다.

"프랑스에서는 적어도 독일 점령이 그다지 비인간적이지는 않았다. 물론 비인도적인 행위가 없진 않았으나 55만km에 해당하는 국가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발언으로 르펜은 2012년 2월, 징역 3년형(집행유예)과 1만 유로의 벌금형을 받았다.

대다수의 인종주의자들은 반유대주의자에 속한다. 그러나 반유대주의자들이 전부 인종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장-마리 르펜의 경우 인종주의자이자 반유대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996년 다음과 같은 인종 차별 발언을 한 바 있다.

"모든 인종이 동일한 건 아니다."

르펜의 발언에 많은 기자들이 항의의 뜻으로 마이크를 갖다 대자 그는 "올림픽 경기를 보라, 흑인과 백인 사이에는 확실한 불평등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하나의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2012년 3월에는 타 인종을 비하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내가 시골에 별장을 하나 샀는데 파리 15구에 사는 우리 자식들이 매일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아랍인 대신에 들판에 있는 소를 보라고 샀다."

또 그는 2013년 11월, 흑인 출신의 사법장관 크리스틴 토비라(Christine Taubira)가 일부 사람들에 의해 인종차별을 받을 때, 덩달아 '흑인은 프랑스인이 될 수 없다'는 발언을 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발언보다 놀라운 건 그는 자신이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집 살림을 운영하는 사람도 흑인이고 내 요리사도 흑인이다 (…) 더 이상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내가 흑인과, 동성애자와, 에이즈 환자와 결혼이라도 해야 된단 말인가?" - 1989년 8월

'망언' 르펜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감정

지난 5월 12~13일 여론조사 기관인 BVA가 <일요 르 파리지엥>(Le Parisien Dimanche)의 의뢰로 18세 이상 997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91%가 르펜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93%가 그를 선동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88%는 그가 공격적이라고 답했다. 또 85%는 그가 극단적, 83%는 그가 인종 차별주의자라고 말했다. 81%는 그가 반유대주의라고, 73%는 촌스러운 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중 72%는 그가 달변가인 것 같다고 밝혔고 45%는 '용기 있는 자'로 본다고 답했다.

또 다른 여론 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인의 83%가, 국민전선 당원의 86%가 그를 당의 '핸디캡'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의 딸인 마린 르펜이 지속적으로 당을 끌어나갈 것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딸 마린은 투표에 의해 재선된 데 반해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은 영구직 명예회장 자리에 있고 당의 자금을 쥐고 있어, 그를 당에서 내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잇단 망언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는 르펜의 모습은 최근 한국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과거 했던 '일제강점기 하나님의 뜻' 등의 발언으로 민심을 들끓게 만들고 있는 문창극 후보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태그:#르펜,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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