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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고 있다는 긴급 뉴스가 전해졌다. 너무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연안 인근이고, 주변 어선들도 구조에 참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해경, 해군 등 정부가 총력적인 긴급구조에 나서고 있다니 '큰 인명피해는 없겠지'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출근길에 나섰다.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 때문에 계속 이어지는 방송, 언론의 속보에 눈과 귀를 뗄 수 없었다. 곧이어 MBC를 필두로 하는 모든 방송이 '학생 전원구조'라는 긴급 속보를 타전했고, 그때서야 '불행 중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60일이 지났다. 기다리라던 어른들의 말만 믿고 서로를 격려하던 아이들은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고, 아직도 12명의 실종자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희생자 숫자를 집계하면서 '사망 292명, 실종 12명, 구조 172명'이라고 발표하고, 언론사들도 이를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자가 172명이 아니라 '탈출 172명, 구조 0명'이라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차량을 몰고 세월호에 승선한 사람들을 감안하면 총인원이 476명이라는 정부 발표도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퍼져 있다.

세월호의 침몰과 구조과정을 실시간 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은 그 날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 그리고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국가, 참사에 원인을 제공한 부패한 사회시스템의 '쌩얼'에 경악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세월호와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살인 행위의 현장을 그 날 전 국민이 고통 속에서 지켜봤다.

유가족과 국민들은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내보낸 MBC, KBS 등의 보도로 인해 하루아침에 천당과 지옥을 경험했고,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날려버린 데 분노했다. 뻔히 눈앞에서 벌어지는 해경의 늑장 대응, 부실 구조를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는데도 연일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방송, 언론의 보도로 인해 유가족과 국민들은 깊은 절망으로 치를 떨어야 했다.

지난 5월 8일 유가족들이 처음으로 영정사진을 들고 KBS에 이어 청와대까지 이르는 항의시위에 나섰다. 이날의 시위는 세월호 참사 초기 언론의 전원구조 오보,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 보도 등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임계점을 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 사상 최악의 '보도참사'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명백한 신호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MBC가 가장 먼저 오보를 냈다.
▲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의 '학생전원구조' 오보 시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MBC가 가장 먼저 오보를 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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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야당 위원들은 지난 2일 MBC에 세월호 참사 초기 '전원구조 오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취재기자들의 보도본부 최초 보고 내용 및 보도 경위에 관한 자료 등을 요청했다.

이에 10일 여당은 MBC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를 반대하고 나섰고, <조선>, <동아>도 언론자유를 내세우며 사설 등으로 MBC를 엄호하고 나섰다. 공영방송 KBS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련의 보도에 대한 유가족들의 항의로 보도본부장이 교체되고, 사장이 해임된 데 비해 같은 공영방송 MBC는 '학생 전원구조'라는 사상 최악의 오보참사의 원인을 제공하고도 여전히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여당이나 <조선일보>·<동아일보>가 만일 진심으로 언론자유를 위축 시킬 위험 때문에 MBC의 자료제출 범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자 했다면 최소한 MBC의 '전원구조' 오보를 밝힐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 진지한 공론을 만들어가야 한다. 세월호 참사 '전원 구조' 오보의 원인을 밝히는 것마저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곡해한다면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응당 스스로 오보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백배 사죄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은 4·16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적 원인은 물론이고 그 배경을 이루는 근본원인, 구조 및 사고 수습과정의 부실, 은폐, 왜곡 등 범죄행위에 더해 재난보도, 재난관리시스템 전반의 개선을 위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 용지를 들고 거리로 나서고, 일반 시민들은 전국 방방곳곳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유가족을 법률적으로 대리하고 있는 '대한변협 세월호 진상규명 특위'는 법원을 통해 진도VTS, 제주VTS에 대한 세월호 참사 당시 교신 및 로그기록 일체, 항적기록 일체 등에 대한 증거보전절차를 마쳤다. MBC의 '전원 구조' 최초 보도는 국가와 더불어 방송사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명백한 오보로 밝혀졌다.

만일 MBC가 국회의 자료제출요청에 대해 거부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4·16 세월호 참사 '전원 구조' 오보의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손해배상책임을 추급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MBC를 상대로 한 증거보전절차에 나서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과정에서도 진상규명의 범위와 조사대상에 MBC를 포함한 세월호 보도참사가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 세월호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가족대책위가 다시 영정 사진을 들고 MBC로 향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여야는 머리를 맞대야 하고, MBC는 이에 협조해야 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그날, 대한민국 언론의 신뢰도 같이 침몰했다. 4.16 세월호 참사 '전원구조' 오보가 진상규명의 대상이 아니라고? 소가 웃을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웹진 [e-시민과 언론]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김택수 (법무법인 '정세')변호사입니다.



태그:#MBC, #세월호 국정조사, #민언련, #김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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