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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산수국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헛꽃을 피운 후, 작은 참꽃들을 피워내는 산수국은 토양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한 겨울에는 비썩 마른 헛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 산수국 어느새 산수국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헛꽃을 피운 후, 작은 참꽃들을 피워내는 산수국은 토양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한 겨울에는 비썩 마른 헛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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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헛꽃이 먼저 피어나고 다닥다닥 참꽃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참꽃의 숫자가 워낙 많으니 참꽃만으로 승부해도 충분했을 터인데 헛꽃까지 피운 것을 보면 산수국은 욕심이 많은 꽃인가 봅니다.

한 겨울, 백설의 흰눈이 내린 날 말라버린 가지에 붙어있는 헛꽃을 보노라면 그 아름다움이 한창 꽃을 피웠을때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딱새가 산수국 줄기에 둥지를 지었습니다. 너무 정교하고 점점 커질 이파리들 사이로 적절하게 햇살을 막고, 비를 막고, 바람이 불어와도 안전하게 집을 지었습니다. 지붕이 없어도 비 한 방울 새지 않게 지었습니다.
▲ 딱새 딱새가 산수국 줄기에 둥지를 지었습니다. 너무 정교하고 점점 커질 이파리들 사이로 적절하게 햇살을 막고, 비를 막고, 바람이 불어와도 안전하게 집을 지었습니다. 지붕이 없어도 비 한 방울 새지 않게 지었습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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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는 산수국꽃을 바라보는데, 포로롱 딱새 한 마리가 날아갑니다.

날아간 곳을 살펴보니 이렇게 알을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푸라기만 집어다 집을 지었는데, 어쩌면 이렇게 정교하게 지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산수국 이파리가 적절하게 햇살과 비를 막아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나뭇가지들을 잘 붙잡고 지어 태풍이 와도 끄떡없을 것 같습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오로지 땀을 흘리는 수고만으로 자연에서 얻는 것으로 지은 집입니다.

커다란 밤나무가 집 근처에 있습니다. 얄굿한 냄새가 한창 풍기는 나무지만, 양봉을 하거나 가을에 잘 익은 밤을 따는 재미가 있는 좋은 나무 입니다. 이외로 시골을 다니다 보면 집 곁에 밤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 시골집 커다란 밤나무가 집 근처에 있습니다. 얄굿한 냄새가 한창 풍기는 나무지만, 양봉을 하거나 가을에 잘 익은 밤을 따는 재미가 있는 좋은 나무 입니다. 이외로 시골을 다니다 보면 집 곁에 밤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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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는 집을 떠올렸습니다.
과연 사람들의 집은 저 딱새의 집보다 더 나은 것인지...그러면서도 시골에 남아있는 작은 집들은 그나마 자연과 접해있어 도심의 집들보다는 그 황량함이 덜합니다.

조금 불편해도 그것만 감수할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허물어져 가는 집이라도, 도심의 재개발지구와 시골의 폐가는 그 느낌부터가 다릅니다.

갑천에서 만난 시골집, 작고 아담한 집 곁에 밤나무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습니다. 삭막한 도심의 집과는 달리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조금 불편해도 이렇게 자연과 가까운 곳에 집을 짓고 살며,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와 향기들을 만끽하며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시골집 갑천에서 만난 시골집, 작고 아담한 집 곁에 밤나무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습니다. 삭막한 도심의 집과는 달리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조금 불편해도 이렇게 자연과 가까운 곳에 집을 짓고 살며,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와 향기들을 만끽하며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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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꽃향기 중에서 백미는 밤나무꽃의 얄굿한 향기일 것입니다.

밤꽃꿀은 꿀 중에서도 높게 쳐줍니다. 가을이면 잘 익은 알밤을 선물로 주고, 가시가 돋힌 밤송이는 잘 마른 것들을 모아 불쏘시개로 쓰면 그만입니다.

밤꽃 향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밤이 주는 선물로 인해 시골에 집을 짓고 살면 꼭 곁에 심어두고 싶은 나무입니다. 그러면 아침마다, 저 밤나무에 새들도 놀러와 지저귈 것이고, 밤꽃이 진 여름름날에는 밤나무 아래 평상을 만들어 그늘 아래서 쉴 수 있겠지요.

마당엔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오래 전에 사람이 떠난 집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쓸쓸합니다.
▲ 폐가 마당엔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오래 전에 사람이 떠난 집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쓸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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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갑천 국도주변의 마을을 천천히 돌아보았습니다.
폐허가 된 집, 사람들이 떠난 집들이 제법 많습니다. 주인이 떠난 집 마당에는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가꾸던 밭에 개망초만 무성해서 눈물이 났는데, 이곳도 개망초가 무성하니 슬픕니다.

장독대가 아직도 건재한 것을 보니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장독대 장독대가 아직도 건재한 것을 보니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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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증거입니다. 예쁜 빨간 가죽신과 구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노부부가 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신발 사람이 사는 증거입니다. 예쁜 빨간 가죽신과 구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노부부가 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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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폐허인줄로만 알았던 어느 집에는 장독대도 있고, 처마밑에 신발이 가지런하게 놓여있습니다. 노부부가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입니다. 그렇게 기대고 살아갈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 분들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
이 분들은 왜 여기를 떠나지 못하고 계신 것일까?

그 깊은 사연 알지 못해도, 그냥 그렇게 낡은 집이지만 노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감사합니다.

이불빨래가 폐가 사이에 널려있습니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이 그곳을 지키고 사는 이들의 삶이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 빨래 이불빨래가 폐가 사이에 널려있습니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이 그곳을 지키고 사는 이들의 삶이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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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고있던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젠 산골 외딴집에서 할머니가 홀로 살아가고 계십니다. 최소한의 농사만 짓다보니, 할아버지와 함께 가꾸시던 밭은 개망초가 우거졌고, 온갖 잡풀들이 우거졌습니다.

늙어도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겨우 알겠습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집'입니다. 그러나 이 집이 우리네 세상에서 돈 버는 수단이 되어버린 이후, 우리는 평생 그 집 한 칸에 인생을 저당잡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딱새의 집을 보면서 '집'의 목적에 충실한 집을 보면서 나는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 고민해 봅니다.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온통 '돈'이더군요. 사람 사는 세상과 새들이 사는 세상은 다르지 않은데, 사는 방식이 이토록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태그:#산수국, #딱새, #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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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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