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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의 모습
▲ 터키 음악인 주말리 공연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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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악기 '사즈'를 보이고 있다.
▲ 터키 음악인 주말리 자신의 악기 '사즈'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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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것은, 한 인간의 영혼이 자신의 육체에서 자유롭게 해방되는 것입니다. 터키와 한국에서 각각 비극적인 사고가 생겼기 때문에, 그것을 서로 위로하고 망자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서 이번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주말리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14일 서울 홍대 앞의 한 클럽에서 독특한 공연이 열렸다. 터키 출신으로 벨기에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주말리(Cumali, 38)와 한국의 전통음악 창작단체인 '예인스토리(Ye-in Story)'가 함께 공연을 한 것이다. '주말리'라는 이름의 의미는 '금요일의 사자'란다. 하지만 주말리의 인상은 사자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선해 보였다.

이번 공연의 제목은 '세마(Samah)'다. 터키어로 '영혼의 춤'이란 의미다. 최근 한국과 터키에서는 모두 불행한 사고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로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5월 13일 터키에서는 '소마탄광 폭발사고'로 역시 3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두 사고 모두 전형적인 인재였고, 사망자의 숫자도 비슷하다.

'영혼의 춤'이란 제목도 여기에서 나왔다. 한국과 터키의 사회적인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위로하고 추모하고, 나아가서 기억하자는 것이다. 예인스토리의 허훈(45) 음악감독도 이 점을 강조한다. 허훈 감독은 몇 년 전에 흥행에 성공한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OST를 총감독했던 인물이다. 허 감독은 이번 공연에서 기타를 담당했다.

"흔히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잖아요. 근데 지금 터키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그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서로 추모하자, 라는 의미로 만들어지게 된 공연입니다.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프니까 우리 서로 위로하자, 이런 의도입니다. 음악인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슬픔과 분노를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겁니다."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공연

공연 중의 모습
▲ 허훈 음악감독 공연 중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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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즉흥적으로 공연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일면식도 없던 외국인과 만나서 서로 마음을 맞춰서 연주하며 교감하게 된 것이다. 이번 공연은 대금, 아쟁, 경기 소리, 장구, 기타, 사즈로 구성됐다.

사즈(Saz)는 주말리가 연주하는 악기다. 기타와 비슷하게 보이는 이 악기는 터키에서 가장 인기있는 악기다. 주말리는 9살 때부터 이 악기를 연주했다. 자신의 사즈는 7줄로 구성되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3줄부터 9줄까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전문 음악인들이 모였다고는 하지만 처음 합주를 시작했을 때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주말리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모여서 연주를 할 때부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음색이나 정서도 잘 맞았고요. 다른 나라 음악과 함께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음악을 잘 듣는 것입니다. 그렇게 잘 듣고 나면 같이 연주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유일하게 어려웠던 점은 악기들 사이에 톤을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주말리는 작년에 전주에 방문했다가 판소리와 한국전통음악의 매력에 빠졌다. 특히 한국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 힘을 담아서 한꺼번에 뿜어내는 그 목소리에 반했다고 한다. 한국의 전통 악기에도 관심이 많다.

"제가 한국의 전통음악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악기들이 참 매력적이고, 한국의 전통악기와 터키의 전통악기가 비슷한 것들이 많습니다. 한국의 판소리와 유사한 그런 구성진 가락이나 노래로 만들어진 음악들도 터키에 있습니다."

사즈, 아쟁, 경기소리의 만남

공연 중의 모습
▲ 터키 음악인 주말리 공연 중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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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지 않은 공연장소에는 약 50여 명의 관객들이 들어왔다. 터키 전통악기와 한국의 전통악기, 거기에 기타까지. 과연 어떻게 어우러질까. 의심과 호기심은 곧 감탄으로 바뀐다. 기타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음감의 사즈, 대아쟁과 소아쟁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음색, 그것을 뚫고 나오는 경기소리의 청아한 목소리.

공연은 한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예인스토리와 주말리의 합주도 있었고, 주말리의 사즈 독주도 있었다. 이번 달 말 터키로 귀국하는 주말리는 10월에 다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때는 좀 더 큰 공연을 할 계획이다.

흔히 '형제의 나라'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터키음악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터키 악기에 대해서도 모른다. 물론 터키 사람들도 한국음악에 대해서 모를 것이다. 다만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해서 한국과 터키의 음악인들이 서로 교류하게 되고,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너무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그냥 편하게 앉아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감상해 보자. 때로는 추임새도 넣어가면서. 기타와 사즈, 아쟁과 경기소리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말리는 공연 전에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한단다.

"모든 개개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입니다. 그 흐름에 가만히 귀를 귀울이기 바랍니다. 그러면 음악을 들으면서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 주말리와 예인스토리의 공연모습1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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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리와 예인스토리의 공연모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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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주말리, #예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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