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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에서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영역인데요. 그 안전이 흔들리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우려점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의료진들의 다급한 목소리, 시끄럽게 울리는 의료장비의 알람, 도움을 요청하는 보호자들의 간절한 외침, 그 속에서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응급실의 이미지입니다.

응급실은 항상 긴장감이 흐르는 현장이기에 의료 제도가 어떠한 형태로 바뀌든, 긴박한 응급실의 풍경은 절대로 달라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의료기관의 영리자회사 허용 논란에서도 응급실은 논외로 취급되고는 합니다.

영리자회사가 되면 응급실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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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리자회사가 허용되면, 수많은 종합병원들은 지금까지처럼 의료진이 원하는 의료기기가 아니라 투자자가 원하는 의료기기를 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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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그럴까요? 응급실이 24시간, 365일 항상 긴장감이 흐르는 그런 곳은 아닙니다. 이런 말만으로는 상상이 안 가신다고요? 직접 혹은 주변 사람이 응급실을 이용해 본 경험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꼭 생명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 아니더라도, 복통이나 고열 같은 단순한 증상으로도 응급실을 찾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요?

응급실 역시 진료가 이루어지는 많은 공간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의료기관의 영리자회사가 허용되고 현실화된다면, 응급실 역시 다른 의료 현장들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자회사가 의료기기를 임대 혹은 판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은 의사의 처방이나 조언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면 위중할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응급실 의사가 특정 의료기기를 처방하거나 권유하였을 때, 어떤 환자나 보호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요?

물론 현재도 학교법인 병원 이른바 대학병원에서는 의료기기의 임대 및 판매가 가능하므로 큰 변화는 없을 거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주장입니다. 대학병원과 여타 병원들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많은 병원들은 대학병원만큼 재정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정부도 그러한 이유를 들어 영리자회사를 허용한다고 합니다. 그런 병원들에게 투자자의 돈은 더욱 달콤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투자자의 입김은 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영리자회사가 허용되면, 수많은 종합병원들은 지금까지처럼 의료진이 원하는 의료기기가 아니라 투자자가 원하는 의료기기를 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도떼기시장 같은 응급실에서 기약없는 대기

앞으로는 의료기관이 직접 숙박업도 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응급실은 일반 병실과 달리 환자 곁에서 보호자들이 잠시나마 눈을 붙이고 쉴 공간도 없습니다. 또한 수도권에 위치한 많은 상급병원들의 경우 상당수 환자가 지방에서 올라오기에, 쉽게 귀가하기도 힘이 듭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기관 내에 위치한 숙박기관은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의료기관이 이를 악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듭니다. 보호자들이 숙박기관을 많이 이용하게 만들 목적으로 입원 결정 후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환자들을 방관하는 것이지요. 응급실에서 입원 대기를 하는 경우 의료기관은 입원료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의료기관이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지금의 현실에서도 일부 상급병원 응급실은 입원 대기 환자들로 넘쳐납니다. 응급실에서 2~3일 정도 대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의료기관이 환자를 빨리 입원 시키는 것보다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숙박업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면 어떨까요. 의료기관은 더 이상 적극적으로 입원 대기 환자를 해결하려 들지 않을 것이고, 응급실 환자의 입원 대기 기간은 더욱 길어지게 될 것입니다. 도떼기시장 같은 응급실에서 기약 없이 며칠이고 대기하는 상황이 늘어날 게 뻔합니다.

그 외에도, 현재 응급실에서 추가 비용 없이 지급하고 있는 환자복이나 침구류를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질을 떨어뜨린 후에 상대적으로 질이 좋은 제품을 의료기관 내에서 영리자회사가 판매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또한 응급실에서 퇴원하는 환자에게 몸에 좋은 식품이나 운동을 권유하고, 이를 의료기관 내 영리자회사를 통해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말씀드린 가정들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더욱 큰 문제는 영리자회사의 허용이 초래할 의료서비스 자체의 영리화입니다. 현실적으로 돈을 벌 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행위가 존재하더라도, 이를 드러내놓고 추구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리자회사의 운영이 현실화된다면, 이를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병원들이 우후죽순 생길 것입니다.

의료인이냐, 회사원이냐 기로에 놓였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산재신청 서류 작업을 부담스러워 하지요.
 의료기관이 노골적으로 수익을 강요하는 현실이 온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애써 모른 척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환자에게 해가 되는 행태임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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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의료인들은 지금도 응급실에서 환자를 대할 때 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병원 재정 상태를 핑계로 수많은 압박을 받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몇 마디 충고로 환자를 안심시키고 돌려보낼 일도 검사를 진행하고 약을 처방합니다. 또한 정확하다는 이유로 보다 고가의 검사를 권유하고, 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퇴원할 때는 반드시 외래로 다시 방문할 것으로 재차 권유합니다.

지금까지는 상당수의 의료인들이 이렇듯 의료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진료 행태가 변해가는 현실을 모른 척 외면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전적으로 의료기관의 수익만을 위한 행위는 아니라고 믿었고, 또한 일정 부분은 환자를 위한 것도 분명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노골적으로 수익을 강요하는 현실이 온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애써 모른 척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환자에게 해가 되는 행태임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때가 오면 눈앞에 있는 환자는 모르더라도 의료인 스스로는 모두가 알게 될 것입니다. 본인이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으로서 일하는지, 아니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회사의 한 직원으로서 일하는지.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기관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 정책을 멈춰야 합니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사회 전체에 '건강은 돈으로 사야만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돈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1항에 적혀있듯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위하여 노력할 책무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대희 기자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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