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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에서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영역인데요. 그 안전이 흔들리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우려점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세월호 사고 이후 '생명'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충격적이고 슬픈 사고 이후 뒷북 같은 느낌이라 아쉽지만, 이 기회에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 수준이 높아지면 좋겠다.

병원은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공간이다. 병원은 그 자체로 생명을 다루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병원의 안전 수준은 그리 높지 못하다는 게 현장에서 일하는 병원 노동자로서의 솔직한 느낌이다.

하루 3교대, 8시간 근무? 꿈같은 소리

 10일 오전 신촌세브란스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및 의사들이 회진을 돌고 있다.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반대'를 외치며 집단휴진에 돌입한 병원은 전국 약 60여곳으로, 이들은 오는 24일 2차 전면 휴진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 응급실 간호사 이직률은 특히 심한 편이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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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보호자들이 "간호사님~ 이것 좀 해주세요", "이것 좀 봐주세요"라고 했을 때 간호사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잠시만요~!"이다. 왜냐하면, 간호사가 한꺼번에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보통 간호사는 3교대 근무를 한다. 하루 24시간 동안 8시간씩 근무하는 거다. 그러나 이건 그야말로 꿈같은 소리다. 한두 시간 시간외근무는 기본이고,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도 허다하다. 일이 미숙한 신규 간호사에게는 12시간 근무도 감사할 지경이다.

내가 일하는 병원 노조에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어떤 부서에서 일하고 싶은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답변은 '화장실 가고 밥 먹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라는 답변이 나왔다. 심지어 신규 간호사는 근무 중에 화장실 가는 시간이 확보되지 않을까봐 물도 마음대로 못 마신다고 한다. 생리적인 욕구마저 처리해야 할 '일'처럼 여기며 사는 간호사들. 밥 굶는 간호사가 다수고 버스, 지하철 타고 퇴근하는 게 소원인 간호사들이 실제 대학병원에 있다(동영상 : 나는 사직을 준비하는 서울대병원 간호사입니다).

지금은 경제불황으로 전보다 사직율이 조금 감소했으나, 서울대병원노조 조사에 따르면 2012년 당시 5급 간호사 평균 근속 년수는 1.7년이었다. 젊은 시절 한때는 교대근무라는 조건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현실에서 과연 얼마나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간호사들은 부족하지 않은 인력으로 제대로 된 간호업무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고 싶어한다. 

환자 안전의 핵심은 '의료인력'

최근 들어 모든 병원에서 병원 감염 관리를 비롯해 환자 안전과 관련된 많은 프로그램들이 도입되었다. 세미나나 워크숍도 많아졌고 덩달아 관련 서류와 절차도 늘었다. 그러나 인력 충원 없는 각종 평가는 그저 '쇼'에 불과할 뿐이다. 암기와 테스트는 있지만 실제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인력에 대해서 병원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래서야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심각해질 뿐이다.

환자 안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 인력 수준이다. 이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정규 간호사의 수가 10% 증가하면 수술 환자의 사망률이 5%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병원에 정규 간호사가 많을수록 요로감염률 감소, 상부위장관 출혈 감소, 수술 환자의 폐렴 감소, 수술 환자의 혈전증 감소, 수술 환자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 등이 보고된 바 있다. 병원에 간호사를 비롯해 인력이 부족하면 죽지 않아도 될 환자가 병원에서 죽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 병원의 간호사 인력 수준은 OECD 국가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3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입원 환자는 15∼20명으로, 일본(7.0명)이나 미국(5.0명)보다 3배 이상 많다. 특히 간호사가 매 시간 돌봐야 하는 '급성기 병상' 1개당 간호사 수는 0.28명에 불과해 OECD 평균인 1.13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비정규직과 외주화... 환자 안전에 빨간불

 환자를 위한 정책대안이기보다는 오히려 대형병원과 제약 및 의료기기 업계를 위주로 한 특정 자본의 이해와 상당히 맞물려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지금은 경제불황으로 전보다 사직율이 조금 감소했다. 그러나 몇 년 전만 해도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은 하루에 한 명꼴로 사직을 했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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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인력의 절대적 수가 적은 것도 문제이지만, 병원 의료 인력에 있어 비정규직이 많은 것도 환자 안전에 악영향을 끼친다. 최근 들어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 부문 인력에서 계약직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잦은 인력 교체로 업무 숙련도가 저하되고, 의료팀 내 혹은 의료팀 간 의사소통 부족 등이 발생해 의료 사고의 가능성이 증가한다.

2013년 12월 1일. 서울대병원에서 위탁운영하는 시립보라매병원에서 2년 계약을 3개월 남겨두고 해고된 임산부 간호사가 있다. 2014년 6월 9일. 역시 2년 계약을 하루 남겨놓고 해고된 환자 이송 직원이 있다. 그리고 6월 30일이 계약만료인, 더 이상 계약 유지가 불투명한 무수한 비정규직 병원노동자들이 있다. 2년마다 바뀌는 비정규직이 일하는 병원. 과연 환자에게도 좋을까?

의료 부문 비정규직만 문제가 아니다. 흔히 '비필수업무'로 여겨지는 시설, 급식, 진료 보조 등의 외주화도 병원에서는 문제가 된다. 이는 병원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은 각종 희귀난치성 질환과 암환자들이 많은 곳이다. 이곳의 환아 급식은 외주위탁되어 있다. 최근 아랍 환자가 증가해서 할랄식(아랍식사)을 제공해야 하나 어린이병원은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본원의 서울대병원 직영 급식과에서 어린이병원 환자식을 제공한다. 그러니 각종 치료식은 더 말해 무엇할까.

병원의 모든 노동자는 환자 안전을 위해 유기적으로 다 연결되어 있다. 이 중 한 곳에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는 환자에게 갈 수밖에 없다. 전기나 화재 안전과 같은 시설관리 업무를 외주화하면 병원 시설 안전 점검에 문제가 발생한다.

살 수 있는 환자가 죽을 수도... 의료민영화의 악영향

 6년 만에 열린 서울대병원 파업 현장. 조합원들이 구호를 따라 외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 6년 만에 열린 서울대병원 파업 현장. 조합원들이 구호를 따라 외치고 있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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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병원 경쟁이 극심해지고 병원의 영리성이 커짐에 따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치료 재료비를 절감하려는 꼼수가 횡행하는 것도 아픈 현실이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저질 재료를 사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간다. 주사기, 붕대, 반창고 등 치료 재료를 저질 재료를 사용하게 되면 환자 감염 가능성 증가, 투약 오류의 가능성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 병원들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윤보다는 생명, 외형적 성장보다는 인력 확충 및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백방 노력해도 모자를 판에, 정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의료민영화'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병원이 영리 추구를 더욱 노골적으로 하도록 하고, 상업적으로 운영하도록 촉진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환자 안전에 악영향을 끼치는 정책이다.

미국의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질에 관한 연구를 종합한 한 연구에 의하면, 비영리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비해 영리병원에서 입원한 환자의 사망률이 2% 더 높았다(<경향신문>,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① 영리병원의 목적은 이윤 창출 보도 참고). 비영리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으면 살았을 환자가 영리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에 (이 수치만큼) 죽어나간다는 얘기다. 병원의 영리성, 상업성이 커질수록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늘리려 한다. 당연히 환자들에게 피해가 간다.

최근 정부가 행정예고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병원의 영리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정책은 병원의 영리성과 상업성을 지금보다 몇 갑절 더 크게 만들 정책이다. 이 정책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살릴 수 있었던 환자가 죽어나가는 가슴 아픈 현실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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