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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해임제청안이 통과된 길환영 KBS 사장. 사진은 5월 9일 길환영 사장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기자들에게 둘러 쌓인 채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는 모습.
 지난 5일 해임제청안이 통과된 길환영 KBS 사장. 사진은 5월 9일 길환영 사장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기자들에게 둘러 쌓인 채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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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KBS는 이사회를 열고 길환영 KBS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KBS 양대 노조는 지난 6일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이로써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청와대 개입' 폭로로 시작된 KBS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함철 언론노조 KBS본부(아래 새노조) 부위원장을 만나 길환영 사장 해임과 새 사장 선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함 부위원장은 길 사장의 해임제청안 가결을 두고 "KBS 모든 구성원이 염원했던 사항"이라면서 "이사회가 길 사장이 사장으로서의 모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가결 처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길 사장 해임으로 이제 새 사장 선임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KBS는 류현순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KBS 이사회는 지난 11일 "방송법에 따라 30일 이내에 신임 사장을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 부위원장은 새 사장의 덕목으로 '외압에 휘둘리지 않을 사람',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진 사람', '미래에 대한 안목과 실천의지를 가진 사람'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함 부위원장의 바람대로 KBS 새 사장이 임명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사장 선임 공모를 거친 뒤 후보 1인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KBS이사회의 여야 비율이 7대 4이고, 지난 8일 청와대가 윤두현 YTN 플러스 사장을 신임 홍보수석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함 부위원장은 "여권 추천이사 7명이 단합하면 정권 지향적인 사람이 사장으로 올 가능성이 너무 농후하다"라면서도 "온 국민이 (KBS를) 지켜보고 있다, 여권 추천 이사들이 정권지향적인 사람을 새 사장으로 앉히는 일을 함부로 하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KBS의 파업이 MBC에도 영향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함 부위원장은 "이번에 저희가 국민들이 지지하는 싸움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면서 "MBC도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가 MBC로 옮겨져 갈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아래는 함 부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김시곤의 폭로, 길환영 해임 앞당겼다"

함철 KBS 새노조 부위원장
 함철 KBS 새노조 부위원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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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KBS이사회에서 결국 길환영 KBS 사장이 해임됐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지난 5일 이사회에서 결국 길환영 사장이 해임제청안을 가결 처리했습니다. 그것은 KBS 모든 구성원이 염원했던 사항입니다. 더 이상 KBS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갈등의 골이 더 깊어져만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길 사장이 사장으로서의 모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사장)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이사회가 (해임제청안을) 가결처리한 것이죠. 구성원 모두가 환영했어요.

길 사장은 정권의 통치철학을 이행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드러나긴 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길 사장이 KBS사장으로 있으면서 방송이 잘못됐습니다. 길 사장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은 구성원 누구나 알고 있었죠. 시간 문제였지 길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 때문에 그 시간이 앞당겨졌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 길 사장이 PD 출신이기 때문에 퇴진 요구가 있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길 사장이 PD 출신이기 때문에 기자들이 거세게 반발한다는 점은 KBS 사태 초기부터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직종간 분열을 일으키려는 길 사장의 마타도어(흑색선전)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인규 전 KBS 사장은 기자 출신이었는데도 지난 2012년 기자협회에서 가장 먼저 파업을 선언하고 퇴진 투쟁을 벌였거든요. 

이번에도 기자들이 가장 먼저 제작거부를 하고 파업에 참여했어요. 결국 사장이 보도에 너무 깊숙하게, 과도하게, 전방위적으로 개입하고 장악해 왔기 때문에 그 분노가 쌓여서 퇴진 요구가 나온 것입니다. 사장이 PD 출신이라서 그랬던 건 아닙니다.

그럼 기자들이 왜 항상 싸움을 전개하고 진행하느냐, 뉴스의 공정성이 KBS의 공정성을 가늠하는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은 장악과 개입 시도가 벌어진 영역이 뉴스 영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들이 가장 먼저 싸움을 전개하는 것이죠."

- 길 사장 해임만으로 이번에 불거진 KBS 사태가 끝날 것 같진 않습니다. 길 사장의 보도 개입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지금도 진상조사는 계속되고 있어요. 김 전 보도국장의 폭로뿐만 아니라 '길 사장이 시사프로그램에도 개입했다'라는 장영주 CP의 폭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모두 협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각종 제보도 받고 있어요. 왜냐면 폭로내용 이외에도 많은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정권의 방송 개입이나 통제를 끊는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제보를 받아 가면서 확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조사가 완료됐을 때 새로운 사장에게 정확한 데이터를 가져가 '개입을 막아낼 수 있는지' 물어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개입을 막아내겠다는 약속을 얻을 때만이 저희가 사장 선임에 동의한다는 근거를 만들 겁니다."

- 길 사장이 지난 9일 해임 제청 무효소송을 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길 사장이 끝까지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사실상 사장으로서 지위를 상실한 지 2주가 넘어가는데도 자리에 연연하고 있습니다. 이사회의 해임제청까지 있었는데도 사장 자리를 고수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죠. 스스로 사퇴하고 나가도 시원찮을 판에 아직도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지금 벌이는 시도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소송을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사회 의결은 합법적이기 때문입니다."

"KBS 새 사장의 기준은..."

- 이제 차기 사장 선임이 관건입니다. 새노조가 생각하는 KBS 사장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이번 사태는 정권의 외압을 못 막아서 벌어졌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새 사장의 덕목은 '정권의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고 하고 보도에 개입하려고 할 때, 새 사장은 흔들림 없이 국민만 바라보며 방송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덕목입니다.

두 번째는 '민주적 인사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KBS 내에는 상이한 이해와 목표를 가진 이들이 있어요. 구성원들의 의견을 조화롭게 수렴하고,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하고, 인사에 있어서도 실력과 공적에 근거해 처리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사장이 오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는 KBS가 오랫동안 정권에 장악돼왔기 때문에 '커다란 변화를 일궈내야 하는 인사'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새 사장은 과거의 잘못된 잔재와 관행을 떨쳐내야 합니다. KBS를 새롭게 탈바꿈해서 온전히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KBS의 장기 발전 비전을 제시하는 안목과 실천 의지를 갖춘 분이 오길 기대합니다."

- 하지만 청와대가 지난 8일 YTN 출신 인사를 홍보수석으로 임명했습니다. 함 부위원장이 말씀하시는 인사가 KBS 새 사장으로 올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청와대가 여전히 방송을 통제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윤두현 신임 홍보수석은 YTN에 있을 때도 많은 문제를 일으킨 인사였기 때문에 우려가 됩니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걸어봅니다. 그동안 청와대가 KBS에 개입하고 통제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가 KBS 사장 선임만큼은 국민적 불신을 덜어내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격을 갖춘 인사를 선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 정연주 전 사장 때도 논란이 된 내용입니다만, 대통령이 방송사 사장의 임면권을 갖고 있는 건 어떻게 보시나요?
"권력이 방송을 통제 대상으로 보지만 않는다면 누가 임면권을 가져도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권이 방송을 통제·장악의 대상으로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이전에도 정도의 차이만 있었지, 통제·장악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왔어요.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의 KBS 사장 임면권에 제약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이사회 구성으로 보면 제2의 길환영 사장 같은 이가 사장으로 올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 가장 우려되는 게 이 부분입니다. 여권 추천이사 7명이 단합만 하면 정권 지향적인 사람이 사장으로 올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이제는 함부로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이제 모든 국민들이 KBS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여권 추천 이사들이 정권지향적인 사람을 새 사장으로 앉힌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이사회가 이런 부분을 피부로 느껴서 이번에 해임제청안을 가결한 게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길환영 해임, MBC에도 영향 줄 것"

- 하지만 MBC에서는 정권지향적인 인사가 또다시 사장으로 선임됐었습니다.
"MBC는 170일 동안 파업을 했음에도 김재철을 몰아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안타까운 싸움이었죠. 하지만 저희는 길환영 퇴진에 성공했습니다. 지금 KBS 구성원들에게는 '민주적 사장 선임'이라는 열망이 가득 차 있습니다. 당시 MBC의 상황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또 MBC가 파업을 접고 들어갔을 때, 이미 시용기자가 일을 하고 있어 노조와 비노조간의 갈등도 컸습니다. 단합된 힘이 없었고, 국민적인 지지로 연결되지 못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온 국민이 KBS를 지켜보고 있고, 전체 구성원이 하나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 정권 지향적인 인물이 새 사장으로 오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 길 사장의 해임이 MBC에도 영향을 줄까요?
"분명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봅니다. MBC도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KBS로 향했던 국민들의 분노가 MBC로 옮겨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번에 저희가 국민들이 지지하는 싸움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국민들은 지금 MBC 보도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KBS를 보면서 '권력의 방송 통제'를 국민들이 알게 됐죠. 이런 상황이라면 국민들의 분노가 이제 MBC로 향할 것이고, MBC 내부 구성원들이 그 분노에 화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MBC에서 또다시 사장 퇴진 운동이 일어난다면 물리적으로 쉽게 탄압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길 사장 해임이 MBC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자신합니다."

- MBC 예능 PD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 뒤 징계를 받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인터넷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고 해서 탄압하고 징계하는 사장이 정상적인 공영방송 사장일까요? 본인 스스로 공영방송 사장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KBS 보도국장 임면 동의제 추진 중"

- 공정보도·제작자율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책의 마련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논의되고 있습니까?
"김 전 보도국장의 폭로에서도 드러났지만, 뉴스의 최종 책임자는 보도국장입니다. 하지만 보도국장을 향한 정권·사장의 개입이 직접적으로 있었거든요. 보도국장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부족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보도국장을 임명하고 해임하는 권한을 기자들이 갖는다면 보도국장이 정치적 외압을 막아내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것을 공식적으로 회사에 요구해 제도화하는 일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백용규 KBS제1노조 위원장과 권오훈 KBS새노조 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양대 노조 공동총회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가결에 대한 결과를 자축하는 의미로 포옹을 하고 있다.
▲ 포옹하는 KBS 양대 노조 위원장 '수고 하셨습니다' 백용규 KBS제1노조 위원장과 권오훈 KBS새노조 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양대 노조 공동총회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가결에 대한 결과를 자축하는 의미로 포옹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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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파업의 성과는 양대 노조의 협력일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이 관계는 유지되는 건가요?
"말씀하신 대로 이번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양대 노조가 한목소리로 싸운 데 있습니다. 그래서 새 사장 선임도 당연히 함께할 것입니다. 1노조도 그런 의지를 밝혔고, 저희 또한 협력하고 투쟁하는 것에 대해 한목소리로 결의한 상태입니다. 향후에도 양대 노조간의 관계는 흔들림이 없을 것입니다."

- 노조의 업무 복귀날이었던 지난 6일 <뉴스9>의 톱뉴스는 '연휴 시작 나들이객 북적… 곳곳 정체 극심'이었습니다. 이게 이날 톱뉴스로 보도될 만큼 중요했나라는 의문이 듭니다.
"국민들께서 노조 업무 복귀 첫날 뉴스를 보고 실망하셨을 겁니다. 저희가 제작 거부를 벌인 지 3주가 됐었습니다. 뉴스 정상화까지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 2012년 파업 당시 노조가 사측과 합의를 하고 복귀했지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저희가 여러가지 제도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그 제도를 논의하기 위해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조직체를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2012년 파업은 진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겼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요구사항을 관철 시킬 겁니다. 관철 시킬 제도에는 사람을 바꾸는 문제도 있고, 의사소통 구조를 바꾸는 문제도 있습니다.

일선 기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를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팀이 결성될 것입니다. 실효성 높은 제도를 만들어 다시 회귀하는 일이 없도록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곧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지켜봐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 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함철, #KBS, #길환영, #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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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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