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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4일, 강원 횡성군 공근면 어둔리에 여성 농민들과 도시 소비자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가족들, 친구들 손을 잡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나누고, 텃밭 체험도 하고, 함께 식사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여느 주말 농장 체험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 보였지만, 사실 이날 모임의 목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 '토종씨앗'을 지키는 '토종씨앗지킴이'들과 여성 농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중요한 날이었던 것이지요.

이날 토종씨앗지킴이들과 여성농민들은 함께 모여 어떻게 하면 토종씨앗을 잘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함께 토종씨앗채종포에 씨앗을 심으며 '토종씨앗심기' 행사의 의미를 다졌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아이부터 대학생, 어르신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지키려고 하는 이 '토종씨앗'은 과연 무엇이고, 왜 지켜야 할까요.

토종씨앗, 왜 중요한가

토종씨앗 언니네텃밭의 토종씨앗
▲ 토종씨앗 언니네텃밭의 토종씨앗
ⓒ 윤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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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역사의 시작부터 존재해 온 소중한 자연 자산입니다. 농사를 짓기 위한 기본이며, 더불어 먹을거리의 기본입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먹을거리를 지속적으로 공급시켜주기 위한 씨앗의 발견과 보존이 없었다면, 농사의 역사도, 인류의 역사도 없었을 것입니다.

씨앗은 농사의 수확물이기도 하며 동시에 생산 수단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생산과 수확, 수확과 생산은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또한 농민에게도 일반 소비자에게도 씨앗은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중 토종씨앗은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하도록 변화한 우리 먹을거리의 근본으로 그 중요성과 가치는 두 말 할 것이 없습니다.

토종씨앗에는 경험과 실험을 통해 쌓아온 농촌 공동체의 지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예전에는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전 과정이 농민들의 결정으로 이뤄졌습니다. 다음 해 어떤 농사를 지을 것인지는 한 해를 갈무리하고 어떤 씨앗을 좋은 것으로 골라 남길 것인가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농촌에서는 농민들 스스로 이런 결정을 통해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어느 새 씨앗은 지적재산권과 특허라는 이름으로 기업과 개인의 소유로 넘어가버렸습니다. 씨앗에 대한 권리, 농사에 대한 결정권 등은 이미 농민들의 손을 떠난 지 오래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토종씨앗의 보존과 대물림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종자시장의 현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규모 있는 국내 종자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외국 종자 대기업이 우리 농촌을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동부팜한농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채소 종자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52.3%에 이르고 있습니다.

외국 종자 기업의 잠식은 농촌에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WTO가 TRIPs(무역관련지적재산권) 협정을 통해 생명체나 유전자도 특허로 인정해 종자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만들었는데, 그 결과 연간 200억 원에 이르는 돈을 외국 종자 기업에 로열티로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업이 '지적재산권' 또는 '특허'라는 이름으로 씨앗에 대한 권리를 농민에게서 빼앗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매운맛으로 상징되는 청양고추에 대한 로열티도 세계 최대 종자기업 미국 몬산토에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얼마나 될까요.

문제는 로열티뿐만이 아닙니다. 이를 통한 종자값 상승은 농촌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금보다 비싼 씨앗이 나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금이 1g에 4만 원쯤 하는데, 토마토와 파프리카 종자 중에는 1g에 13만 원이나 나가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씨앗을 매년 수확물에서 파종해 농사지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종자회사들이 판매하는 씨앗은 F1(잡종1대) 품종으로, 다음 해 씨앗의 수확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먹을거리의 1차 수확은 할 수 있지만 씨앗을 수확해 다음 해 파종을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씨앗이 한 번 밖에 발아할 수 없도록 막아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농민들은 해마다 기업에게서 씨앗을 새로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연구라는 명목으로 조금씩 개량한 씨앗을 비싼 값을 받고 팔면서 이와 함께 그 종자에 사용하는 농약·제초제 등을 함께 판매하며 유기농업을 방해합니다. 기업에서 판매하는 종자들은 화학물질에 의지하지 않고는 들판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농민들이 스스로 파종한 씨앗을 자연이 키우는 농사가 아닌, 외국 종자 기업이 개량한 씨앗, 그와 함께 판매하는 농약과 제초제가 농작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 GMO

그러나 종자 시장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윤의 확대를 위해 농업환경과 소비자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 종자의 개발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외국 종자 기업은 더 많은 수확을 위한 GMO 개발에 열을 올리며 이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GMO(유전자 조작식품)은 혁명적인 과학 기술의 발전, 세계적 식량 위기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우리의 식탁을 조금씩 침범해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GMO 종자를 생산하는 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도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농민들이 GMO 종자 사용을 반대하는 것은 우리의 땅과 몸을 오염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담겨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전자 조작식품의 수입을 허용하고 있으나 연구 목적 이외의 재배는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2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발간한 <2012 LMO(유전자변형생물체) 자연환경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연구>에 의하면 유통과정에서 유출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내 자생 현황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수입되는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해서 정부와 기업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게 되면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위험한 종자가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토종씨앗을 지키는 여성농민 그리고 소비자

토종씨앗 채종포 언니네텃밭이 운영하는 토종씨앗 채종포
▲ 토종씨앗 채종포 언니네텃밭이 운영하는 토종씨앗 채종포
ⓒ 윤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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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환경 속에서 토종씨앗은 외국 종자 기업이 점령한 종사 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농민들이 토종씨앗을 지키고 보존하는 데 힘쓰며 획일화된 종자 시장에 대항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확산해야 한다는 데 의식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중 여성농민들은 전통적으로 한 해의 씨앗을 갈무리하고 서로 교류하며 종 다양성을 유지 발전시켜온 역할을 해온 입장에서 토종씨앗을 지키는 데 더욱 앞장서고 있습니다. 자본과 기업에 의해 토종씨앗에 대한 농민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이 파괴되면서 여성농민은 농사에 있어 소중한 역할과 과정을 송두리째 빼앗겨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농업구조와 전 세계적인 식량체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농민의 권리와 토종씨앗의 보존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되찾기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성농민들의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성농민들이 공동으로 모여 토종씨앗 채종포를 운영하는 것과 동시에 한 명의 여성농민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토종 종자를 지키는 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토종씨앗 채종포는 토종씨앗을 심고 늘려 농민들에게 토종씨앗을 보급하는 밭인데, 2013년 현재 전국 15개 시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채종포에는 사라져가는 토종씨앗을 20~30여 종 심어 전통농사의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지역에 사는 여성농민들이 공동경작합니다. 이 밭은 오로지 토종씨앗을 늘리기 위해 작물이 심어지며 거둬집니다. 수확해 파는 것이 아니라 수확한 씨앗을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토종씨앗 채종포는 토종씨앗 교류의 장소이자, 씨앗에 대한 토착지식을 교육하는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종자에 대한 권리를 지적재산권이라는 이름으로 빼앗아 가고자 하는 기업에 맞서 토종 종자 실태조사를 넘어 취합한 종자들을 기록하고 책자로 발간해 지식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종자를 모아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이들에게 배포하기 위한 종자 보급소 설치를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농민들 사이의 토종씨앗 확산과 보급 외에도 도시 소비자들과 함께 토종씨앗을 나누고 지키는 활동도 활발히 이루지고 있습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식량주권사업단 '언니네텃밭'은 토종종자를 키워 수확한 토종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으며, '제철꾸러미'를 통해 토종농산물의 지속적 생산과 소비를 연결해갑니다. 꾸러미 공동체 생산자 회원은 1인당 세 가지 토종씨앗 심기를 실천하고, 이를 통해 수확한 토종 농산물은 제철꾸러미를 통해 안정적으로 소비함으로써 토종씨앗 농사가 가능하게 합니다.

도시 소비자는 제철꾸러미와 토종농산물의 직거래를 통해 지속적으로 토종농산물을 소비하고, '토종씨앗 지킴이' 활동을 통해 여성농민의 토종씨앗 지키기 활동에 후원을 합니다. 1년 1만 원의 토종씨앗기금 후원으로 여성농민이 안정적으로 토종씨앗을 지켜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토종씨앗심기 체험 언니네텃밭 토종씨앗지킴이와 함께하는 토종씨앗심기 체험
▲ 토종씨앗심기 체험 언니네텃밭 토종씨앗지킴이와 함께하는 토종씨앗심기 체험
ⓒ 윤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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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과 토종씨앗지킴이들은 주기적으로 만나 토종씨앗에 대한 가치를 나누고 의지를 다지는 시간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지난 5월 24일 '토종씨앗심기' 행사도 이런 모임의 일환이었습니다. 이날 모임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토종씨앗을 살린다는 것은 생산자·소비자 나누지 않고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꼭 알리고 대를 이어 지켜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라고 전하며 토종씨앗지킴이로서의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자연을 거스르고 다음 세대의 생산이 불가능하도록 조작된 씨앗,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여 농사지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씨앗, 품종의 다양성을 버리고 다수확과 유통의 편의성을 중심으로 획일화된 씨앗은 우리 몸과 우리 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토종씨앗은 이러한 종자 시장에서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농촌을 만들어 가는 대안이자 희망입니다. 씨앗은 한 번 사라지면 다시 복원하거나 소생시킬 수 없습니다. 우리의 토종씨앗이 다 사라지기 전에 농민들은 자주적으로 농사지을 권리, 소비자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토종씨앗을 지키는 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토종씨앗지킴이로 여성농민을 후원하는 소비자들과 여성농민들의 작은 움직임으로 우리 농업과 먹을거리 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를 꿈꿉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윤정원님은 언니네텃밭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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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언니네텃밭은 제철 텃밭 농사로 자급적이고 친환경적인 농사로 변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관계맺는 유통으로 변화, 식탁의 변화를 위해 제철꾸러미사업, 언니네장터 사업을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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