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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청산국민위원회 이이화 위원장, 김동춘 집행위원장, 유가족 대표등은 6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고, 4월 임시국회에서 과거사법 처리를 촉구했다. 채의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문경 유족회장이 과거사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문경 석달마을 민간인학살사건 피해자 채의진씨(오른쪽 끝,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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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채의진(78)씨는 "말이 안 된다"는 표현을 여러 번 썼다. 평생을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살아온 결과가 하루아침에 뒤바뀐 탓인지 점점 목소리가 높아졌다.

얼마 전 그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대법원이 5월 29일 채씨 등 문경 석달마을 민간인학살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금 소송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이었다. 희생자는 3억 원, 배우자는 1억 5000만 원씩 기준을 세워 원고마다 9억~18억씩 지급받도록 한 것이 너무 많다는 이유였다(관련 기사 : 민간인학살 희생자 목숨 값 깎는 대법원).

65년 전, 그는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았다. 1949년 12월 24일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속봉리 석달마을로 들이닥친 국군은 어린이, 부녀자, 노인을 가리지 않고 마을 주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가족 9명을 잃은 소년은 형과 사촌동생의 주검 밑에 깔린 덕분에 간신히 생존했다. 그 뒤 수십 년 동안 진상 규명을 위해 빨간베레모를 쓴 채 방방곡곡을 뛰어다녔다. 민간인학살규명법 제정 때까지는 이발하지 않겠다며 10년 넘게 길렀던 머리는 2005년 과거사법 이행을 요구하는 행사에서 처음으로 잘랐다.

'빨간베레모 할아버지'가 된 후에야 채씨는 웃을 수 있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의 진상 규명에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법원은 2011년 태도를 바꿨다. 반인륜적 국가 범죄에는 시효가 없다는 대법원 결정에 따라 채씨는 다시 서울고등법원의 심리를 받았다. 2012년 4월 27일, 법원은 마침내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채의진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문경학살사건이 일어난 지 63년 만이었다.

63년 만에 국가배상 받았지만...

단재 민족상을 수상한 채의진 선생 좌로부터 김삼웅(전 독립기념관장), 채의진선생, 김원웅(단재기념사업회장,전 통외통위원장)
 2012년 단재상을 수상한 채의진(가운데)씨.
ⓒ 김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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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법원 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은 최근 원심 판결을 두 번째로 파기환송했다. 피해자들은 이 사건만으로 여섯 번 재판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 채씨는 울분을 토했다.

"돈도 다 받았는데 이제 와 반납하라는 거냐. 말이 안 된다. 내가 징역을 살았으면 살았지, 한 푼도 반납 못한다."

그는 "내 나이가 팔십인데 징역을 살면 얼마나 살겠냐"며 "나한테는 돈이 없다"고도 했다. 1차 파기환송심 판결 직후인 2012년 5월 16일 국가는 그에게 배상금 전액을 지급했다. 4일 뒤 대법원에 상고하긴 했지만, 채씨 쪽은 이자(지연손해금)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배상금 원금 자체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채씨는 "배상금 대부분을 그동안 도와준 단체들에 기부했다"며 "그걸 어찌 다 갚냐"며 당황스러워했다.

1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정한 희생자 본인 기준 3억 원이란 액수는 그와 다른 피해자들이 청구한 금액이기도 하다. 이들은 학살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면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이고 오랜 시간 동안 '빨갱이 가족'으로 몰려 정부의 탄압을 받아왔다. 지난 세월의 한을 돈으로 갈음하기에는 부족했다. 채씨는 "원래 5억씩 신청하려다 3억으로 줄인 것"이라며 거듭 "부당하다"고 했다.

그는 2004년 <오마이뉴스>에 보낸 글에서 "언젠가는 억울하게 학살당한 분들의 통한을 꼭 풀어드리겠다는 그 일념으로 지금까지 내 삶을 지탱해왔다"며 "살아서 우리 원혼들이 해원하는 것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채씨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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