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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옥의 <핸드드립커피> 책 표지
 권대옥의 <핸드드립커피> 책 표지
ⓒ 이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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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심코 커피 하우스에서 시켜 먹는 아메리카노라는 커피 메뉴에 대하여 그 유래를 아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실은 그게 정식 커피 메뉴의 이름이 아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진한 커피인 에스프레소가 일반적이다.

미국인 관광객들이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시키면 에스프레소가 나오니까 너무 진한 게 싫은 그들이 거기에 물을 섞어 마셨다. 이탈리아 바리스타가 그 모습을 보고 미국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커피가 바로 아메리카노이다. '미국(America)'에 이탈리아어 '노(no)'를 붙인 말인데 '~처럼'이란 뜻이다.

1999년 우리나라에 들어 온 스타벅스가 이 말을 여과 없이 사용하면서 우리는 어느새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하며 미국시민이 된 양 거드름을 피우게 되었다는 얘기다. 스타벅스가 들어오기 전에는 '아메리칸 스타일 커피', '레귤러커피', '하우스 블랜드 커피'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이탈리아에 가서 아메리카노 달라고 하지 말라

이탈리아 장인 바리스타들!
관광객들이 와서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하면 절대로 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아무아 스포르카(더러운 물)'라 하며 보낸다고 한다.(책 53쪽)

조심하라. 이탈리아에 가서 미국인처럼 커피 마시려다가는 까딱 잘못하면 더러운 물 마시는 별난 사람이 될 테니까. 다행이다 싶다. 아메리카노를 커피 하우스에서 시켜 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집에서야 핸드드립이지만 커피 하우스에서는 달달한 캐러멜 마키아토이니까.

이 책은 이렇게 상식적인 커피 이야기를 한두 군데서 하긴 하지만, 대체로 아주 전문적이다. 먼저 핸드드립의 기본 개념을 여과력, 물줄기, 볶음도, 물의 온도, 뜸과 추출의 중점, 입자와 교반, 신맛, 짠맛, 쓴맛의 조율 등으로 말해준다. 다음 장에서 핸드드립 기구별 특징을, 마지막 장에서 세계 커피의 종류에 따라 약 볶음, 중 볶음, 강 볶음에 따라 추출하는 기술을 서술하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를 마신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내 코를 납작하게 만든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무지기수다. 커피 책을 섭렵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 우리는 그 용어조차 하나가 되어 있지 않다. 약볶음, 중볶음, 강볶음이라는 말로 이 책은 그 로스팅 정도를 표현한다.

그러나 이미 로스팅의 8단계(라이트, 시나몬, 미디엄, 하이, 시티, 풀시티, 프렌치, 이탈리언<커피 한 잔,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이렇게 하라> 참고)를 알고 있는 나로선 이 책이 갖는 핸드드립의 전문적 지식에 반하는 간단한 로스팅 단계 소개에 의아할 뿐이다. 하여튼 그것만 그렇지 대부분은 낯선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이 글에 쓰인 용어들은 표를 참고하기 바란다).

커피는 맛과 향을 음미하기 위해 마셔라

점사식, 가는 물줄기, 굵은 물줄기에 따라 달라지는 여과력, 볶음도에 따라 달라지는 중점의 높낮이, 1차에서 5차에 걸치는 추출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신맛에서 단맛, 짠맛을 거쳐 쓰고 떫은맛에 이르는 과정과 캐러멜향에서 캔디향을 거쳐 쓰고 탁한 향에 이르는 과정 등을 그림을 통해 잘 가르쳐 주고 있다.
▲ 설명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일례 점사식, 가는 물줄기, 굵은 물줄기에 따라 달라지는 여과력, 볶음도에 따라 달라지는 중점의 높낮이, 1차에서 5차에 걸치는 추출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신맛에서 단맛, 짠맛을 거쳐 쓰고 떫은맛에 이르는 과정과 캐러멜향에서 캔디향을 거쳐 쓰고 탁한 향에 이르는 과정 등을 그림을 통해 잘 가르쳐 주고 있다.
ⓒ 이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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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그의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그 답을 사랑에 두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사는 것 같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서?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 즐기기 위해서? 명예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하여튼 '사랑을 위해서'라는 밋밋한 대답에 동의할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커피는 왜 마시는가? 커피의 맛과 향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커피 이외의 요소에 있는 것 같다. 커피 하우스의 분위기, 사업상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친구들과의 교제를 위해서, …. 여타의 이유들 때문에 커피를 마시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면, 커피가 몹시 서운해 한다.

커피는 맛과 향을 음미하며 행복하게 마셔야 한다. 커피의 맛과 향을 위해서는 커핑, 드립핑, 에스프레소 세 가지 형식의 음미법이 있다.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거나 로스팅 포인트별 맛과 향을 구분하는데 드립핑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굳이 드립핑에 대하여 책을 쓴 이유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핸드드립커피라는 책을 쓴 가장 큰 이유는 드립핑을 통해서 커피의 맛과 향을 구분하게 된다면, 핸드드립과 로스팅의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발전시킬 수 있으며, 아울러 드립핑에 의한 그린빈의 품질평가를 통해 좋은 품질의 그린빈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도록 하는데 일조하기 위함이다.(책 7쪽)

분위기 때문에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맛 때문에 마시는 커피, 바로 저자가 주장하는 것이다. 저자는 카페들이 실패하는 요인을 맛있는 커피에 승부를 걸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패한 커피, 물을 희석한 커피, 설탕이나 크림을 넣은 커피, 헤이즐넛을 가미한 커피가 실패를 자초했다고 한다. 맛있는 커피는 소비자의 몫이 아니고 바리스타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는 단호하기 말한다.

소비자는 커피 맛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단지 커피 맛을 구별되게 만들어주지 못했을 뿐이다.(책 67쪽)

핸드드립의 결정판을 보다

저자는 핸드드립이라는 커피의 한 추출방법을 상세하면서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연구한 강볶음 커피를 얼마나 맛있고 부드럽게 내려 사람들에게 제공하느냐 하는 피나는 그의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커피의 맛과 향은 어떻게 볶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로스팅 정도라도 어떻게 드립핑했느냐가 또 맛을 좌우한다.

보통 사람들은 핸드드립에 대하여 간단하게 생각한다. 점사식, 가는 물줄기식, 굵은 물줄기식 정도로 익혀 단맛과 신맛, 쓴맛을 어떻게 적절히 조절하여 추출하느냐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 방면의 전문가답게 매우 전문적으로, 또한 세분화된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러나 서평의 한계 상 이런 걸 다 쓰지 못하는 게 아쉽다.

물 내림의 회전속도, 시간, 필터 접는 법 등으로 쉽게 설명한 다른 책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커피입자와 물줄기, 볶음도에 따른 다양한 뜸과 중점의 위치, 물줄기의 변화에 따른 맛과 향의 변화 등에 대하여 상세히 언급한다. 모든 설명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세히 표현된 사진을 동반한다.

핸드드립의 핵심은 뜨거운 물을 커피입자에 투과시켜(확산, diffusion) 좋은 맛의 커피 성분을 추출하는 것이다. 당연히 나쁜 맛은 추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줄기가 굵거나 상하로 추출하면 깊은 맛을 낼 수 없고, 너무 장시간 추출하면 여과력이 떨어져 커피의 본래 맛을 추출할 수 없다.

점사식, 가는 물줄기, 굵은 물줄기에 따라 달라지는 여과력, 볶음도에 따라 달라지는 중점의 높낮이, 1차에서 5차에 걸치는 추출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신맛에서 단맛, 짠맛을 거쳐 쓰고 떫은맛에 이르는 과정과 캐러멜향에서 캔디향을 거쳐 쓰고 탁한 향에 이르는 과정 등을 그림을 통해 잘 가르쳐 주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마니아라면 일독을 권한다.

용어설명
◈핸드드립(드립핑)- 중력의 원리를 이용하여 여과지를 얹은 깔때기 모양의 드립퍼에 물을 흘려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 이 책은 바로 이 방식을 전문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과력- 커피의 추출 정도
◈커핑- 전문 감별사들이 커피의 맛을 분별하는 것
◈뜸- 추출에 앞서 커피가루에 물을 부어 뜸을 들이는 일
◈중점- 물을 부으면 가운데가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그 최고점을 말한다.
◈교반- 커피가루와 물이 적절하게 잘 혼합되도록 하는 것
◈그린빈- 커피 원두를 말한다. 커피콩
◈로스팅- 커피를 볶는 일, 이 책에서는 그 볶음의 정도에 따라 약 볶음, 중 볶음, 강 볶음으로 분류

권대옥은 누구인가?
저자 권대옥은 현재 서래마을 시실리 커피 & 파스타 대표. 성신여대, 단국대 평생 교육원 강사 및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개인 아카데미를 통해 다수의 커피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특히 로스팅 분야에서는 국내 및 외국 잡지에 소개될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본서에 소개된 중앙집중 분리형이라는 핸드드립의 기법을 연구, 개발하여 아카데미를 통해 보급에 힘쓰고 있다. 전문 로스터들도 접하기 힘든 강볶음 커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수준에 위치해 있다.

덧붙이는 글 | 권대옥의 <핸드드립커피> / 권대옥 저 / 이오디자인 출판 / 2012년 초판발행 / 172쪽 / 값 18000원



권대옥의 핸드드립 커피

권대옥 지음, 이오디자인(eodesign)(2012)


태그:#커피, #핸드드립커피, #권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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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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