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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무총리에 지명된 문창극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문창극 "기쁘지만 않다, 마음이 무겁다" 신임 국무총리에 지명된 문창극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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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다. 정홍원 총리가 지난 4월 27일 사의를 표명한 지 44일만이다. (관련기사 : 국무총리 <중앙> 출신 문창극·국정원장 이병기 주일대사)

장고를 거듭한 박 대통령이 보수색 짙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발탁한 것은 '파격'에 가깝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후 거론돼온 총리 후보군에 전혀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깜짝 인사'라고 할 수 있고, 국무총리 후보에 행정 경험이 없는 기자 출신이 발탁된 것도 헌정 사상 최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장고 끝에 내놓은 '파격'에서는 새로움과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게 묻어난다는 평가다. 특히 박 대통령이 총리 인선 기준으로 제시한 "국가개혁의 적임자로 국민이 원하는 분"이라는 조건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44일만에 공개한 파격 인사... 기대 보다는 우려

우선 이번 문창극 총리 후보자 발탁에도 역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문 후보자는 '박정희'를 고리로 한 '김기춘 인맥'으로 분류된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3년 김기춘 실장이 박정희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에 올랐을 때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과 함께 이사를 지냈다. 

문 후보자는 이미 지난 2011년 12월 23일자 '위대한 시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위대한 시대로 꼽으면서 "그 시대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재가 쏟아졌다, 그 정점에 박정희가 있었으며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등이 일찍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개척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었다"고 썼다.

박정희 유신이 맹위를 떨치던 1975년 <중앙일보> 기자로 언론계 생활을 시작한 문 후보자는 '박정희 재평가'에 앞장섰고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유신헌법 초안을 작성한 김기춘 실장과 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들 두고도 박 대통령 수첩인사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언론인 시절 박근혜 비판... 총리 돼서도 직언 가능할까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문창극 후보자는 '박정희'를 고리로 한 '김기춘 인맥'으로 분류된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문창극 후보자는 '박정희'를 고리로 한 '김기춘 인맥'으로 분류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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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과거 문 후보자가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점을 들어 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불통의 장막에 구멍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문 후보자는 지난 2011년 4월 '박근혜 현상'이라는 칼럼에서 박 대통령의 세종시 원안 고수와 영남권 신공항 추진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실장과 문 후보자의 관계를 고려해 봤을 때 그가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 또 책임총리제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여전하다.

과거 30여 년 동안 언론인으로서 주로 비판에만 익숙할 뿐, 국정운영 참여 경험이 없는 문 후보자가 내각 장악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국정 장악력을 바탕으로 사실상 '부통령' 역할을 하고 있다는 김 실장에게 더 힘이 쏠리는 인선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다른 대한민국을 만든다고 했는데 문 후보자가 이에 적합한 인물인지 우려스럽다"면서 "이번 인사 역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위한 인사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극우적 시각 대변해 온 문창극... 사회통합에 적합할까

문 후보자 기용이 화합형 인사와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충북 청주 출신인 문 후보자 기용은 부산·경남(PK) 편중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역 안배 차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6·4 지방선서에서 여권이 참패한 충청권의 민심 달래기 차원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극단적인 보수우파의 논리를 대변해온 문 후보자의 칼럼을 보면 '사회 통합'에는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 후보자는 <중앙일보> 재직 시절 칼럼에서 햇볕정책을 부정하면서 핵무장을 주장하는가 하면,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킨 무상급식을 북한의 배급제에 비유하는 등 철처하게 반공보수의 성향을 드러내왔다. 극단의 주장을 배격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기보다 색깔론 등으로 상대를 배격하는 데 익숙했다.

특히 지난 2009년 병상에 누워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확인되지 않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문제 삼아 국민장에 반대하는 등 거친 비판을 퍼부어 논란을 일으켰다. 야권 정치인들은 물론 지지자들에게까지 큰 상처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문 후보자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에서는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야권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문 후보자의 극우적 정치 성향을 정조준 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공석 중인 국가원보원장에 '친박계' 인사인 이병기 주일대사를 내정한 것도 국정원 개혁을 고려하기 보다는 믿을 수 있는 측근 발탁에 방점을 찍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태그:#문창극, #김기춘, #박근혜, #이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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