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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렬 전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법무법인 '동안'의 사무장으로 일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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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0시 30분, 구로에 위치한 법무법인 '동안' 사무실,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줄무늬 티셔츠에 배낭을 메고 들어온 그는 연신 "늦어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판사 법복을 벗었지만 변호사 대신 법률사무소 사무장의 길을 선택한 이정렬 전 부장판사. 그의 목덜미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지만, 얼굴에선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지난 2004년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듬해에는 전업주부를 특수노동자로 인정하면서 가사노동의 가치를 연봉 3000만 원으로 산정하기도 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모델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 소송에서 비밀 사안인 재판부 합의 내용을 공개해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은 이력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패러디물 '가카새키 짬뽕'을 트위터에 올려서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던 그가 또 한 번의 파격적인 걸음을 내딛었다.

그는 판사 출신이 법률사무소 사무장을 맡은 것에 대해 "국내 최초가 아니라 세계 최초, 아니 은하계 최초일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그는 "법조인은 국민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봐야한다"며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변호사가 국민의 기본적인 마음도 이해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가 됐든 사무장이 됐든 포장지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이정렬 전 판사와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요지이다.

"변호사든 사무장이든 포장지의 문제... 법률 지식 활용이 중요"

- 법무법인 동안의 사무장을 맡게 됐다. 사무장을 맡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어차피 법률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활동을 할 것이면 변호사가 됐든 사무장이 됐든 포장지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용물은 달라질 것이 없다. 법률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서 얼마나 올바르게, 똑바로,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 사무장으로서 어떤 일을 맡게 되나?
"법률가 생활을 했었으니 조금 더 심도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뢰인이 오면 사무직원이 1차 상담을 하고, 사연을 듣고, 사실 관계를 파악한다. 그리고 법률적으로 의미가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정리해서 변호사에게 전달한다. 다른 변호사들과 의논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의뢰인에게 승산은 있는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상담할 수 있을 것이다."

- '판사출신 사무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판사 재직 시절에 아무리 피고에게 가까이 가려고 마음을 먹어도 실제로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무장이 되면 사전에 의뢰인과 먼저 만나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사소한 것, 비법률적인 것까지 다 들어야 한다. 의뢰인보다 더 낮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를 다 염두해 두고, 내가 의뢰인이라면 무엇이 아쉬울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사무직원일 수도, 상담사일 수도 있다. 의뢰인보다도 먼저 더 화가 나고 열을 받을 수도 있는 사람이다."

- 사무장을 맡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격려와 응원이 많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과분한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다. 많이 부담스럽다. 앞으로 제대로 하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큰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동시에 '내가 지금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실질적으로 내용에 있어서까지 제대로 할 것인가, 이 부분을 더 고민하고 있다."

- 변호인으로서의 롤모델이 있는가?
"마음속으로 제일 존경하는 변호인은 조영래 변호사다. 정말 훌륭한 변호사 아닌가. 다음으로는 영화 <변호인>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등기가 제대로 되어야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권리다. 당시 관례를 깨고 들어갔다. 사무장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호사 아니면 어떤가. 존경하는 대통령도 당시 인식을 깨고 등기 사건을 맡았는데, 사무직원으로 일을 해도 제대로만 하면 되지 않겠나."

- '인터넷 법률상담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의뢰인이 상담을 원할 때, 일단 변호사 사무실에 와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우선 이 문턱을 깨야한다. 변호사가 직접 다니면서 어디가 잘못됐는지 살필 수는 어렵지 않나.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접속해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생각했다. 의뢰인이 더 싸게 좋은 법률 서비스를 받게 된다면 더 좋지 않겠나. 금전문제가 있지만 언젠가 꼭 하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 시민 권리 보장 0점... MB 때보다 더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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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동안' 사무장으로 일하게 된 이정렬 전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시민들에게 제대로된 법률서비스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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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세월호 사건도 분명 뿌리가 있다. 이 뿌리를 찾아가면 친일파가 있다. 나라가 망했는데 나라를 찾으려고 애썼던 사람들은 생명과 재산을 잃고, 그 후손은 어렵게 살고 있다. 반대로 나라를 뺏어간 사람들에게 부역하고, 잘 보이며 행동했던 사람들은 승승장구했다. 권력자가 되고, 마치 과거의 행동이 떳떳한 것처럼 행동한다. 그것이 뿌리다. 가지나 열매가 썩은 것은 현상이다. 세월호든 전관예우든, 열매나 가지를 치면 그 부분은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뿌리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반복된다. 이것이 국가대개조다. 열매나 가지를 치는 것은 빨간약을 바르는 정도다."

- 역사문제를 법률적으로 다뤄보겠다는 계획도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한때 국유지였다가 을사늑약에 의해 일본 혹은 조선총독부의 소유가 됐을 가능성이 있는 땅들이 있다. 해방이 되고 나면 이런 토지는 대한민국의 소유가 되는 것이 이론상 맞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이 땅이 어떻게 비국유지가 됐겠는가. 일제 시대 때 친일의 대가로 넘어갔을 수 있다. 이런 것을 조사해보고 싶다. 친일파의 땅을 환수해서 대한민국의 소유로 돌리는 것을 꿈꾸고 있다.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것이다."

- 패러디 사진을 올릴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에 비판적이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민의 권리 보장에 있어서는 0점이다. 이명박 대통령 때보다 더 후퇴하고 있다. 한 시민이 지하철역에 그림을 그리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일반 시민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불법 집회자들을 격리한다. 원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나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법률 해석을 왜곡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응징하고 이들과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공권력이 집단으로 폭력행위를 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국가가 아니다. 언론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너무 후퇴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청와대로 향한다고 했을 때 경찰이 유족들을 에워싸지 않았나. 그것은 감금이다.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경찰의 인권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찰관은 사람이지 물건이 아니다. 물건 쌓듯이 사람으로 바리케이드를 쌓았다. 사람에 대한 가치를 전혀 취급하지 않고 있다. 그런 사회,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어떻게 백성과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나. 말이 안 된다."

- 어제 검찰이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남북정상대화록 유출 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고 정문헌 의원은 약식 기소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했다는 이유로 약식기소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감금은 무슨 감금인가. 본인이 안에서 문을 잠근 것인데 이해가 안 간다. 검찰은 여당도 일부 기소했고, 야당도 일부 기소했으니 공정하게 형평성을 맞췄다는 논리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이 왜 같이 나가나? 설령 수사가 비슷한 시기에 끝나서 우연히 결론을 같이 냈을 수도 있다. 그래도 피해야 한다. 이렇게 발표하면 작심하고 낸 것이다. 정치가가 정치를 하지 않고, 법률가가 법을 집행하지 않는다. 세월호 문제와 더불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도 꼭 특검을 했으면 좋겠다. 만약 하게 된다면 내가 꼭 특검보를 맡아서 직접 수사하고 싶다."

- 트위터 프로필에 '똑바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중'이라고 적었는데 무슨 뜻인가?
"누구나 똑바로 살고 싶고, 올바르게 살고 싶고,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어 한다. 똑바로 살아야 한다고 아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내가 하는 행동이나 노력이 발버둥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거라도 해야 나한테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별거 아닌 사람이다. 분식집의 김밥과 쫄면을 좋아하고, 치킨과 소맥, 짬뽕국물을 좋아한다. 누구나 다 비슷하다. '쟤는 뭐가 되니까 좀 다르겠지'라고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똑바로 살기 위해서 다짐을 계속한다는 뜻이다."

-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법무법인에 도움을 청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될 문제가 아니다. 변호사 업계가 얼마나 문턱을 낮추고 갈 것인가의 문제다.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씀을 주시고, 우리가 그런 노력을 보이면 '해봐야 뻔하지'라고 하지 마셨으면 좋겠다. 조금만 마음을 열어주시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