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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에서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영역인데요. 그 안전이 흔들리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우려점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의료민영화가 현실이 되어 버린 어느 날. 유난히 어깨와 손목이 시큰거리는 하미진(53)씨는 참다못해 결국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하씨는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와 상담을 하고, 검사를 받고 싶었지만 예약이 밀린 관계로 6개월이 지난 오늘에야 겨우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진료 전, 손목과 어깨 상태가 어떤지 알기 위해 엑스레이를 몇 장 찍었다. 진료가 시작되자 의사는 몇 가지를 묻고 엑스레이 사진을 보더니 노화로 인한 현상이라며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행이다 싶었지만 하씨는 자주 반복되는 통증이 신경 쓰여서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 고민하던 의사는 이 병원의 자회사에서 만든 54만 원 상당의 건강보조제 하나를 추천했다. 선택은 환자가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고가임에도 전문의가 권하는 제품이라 하씨는 마음이 흔들렸다.

약 20분 정도 상담이 끝나고, 진료비를 계산하던 하씨는 한숨부터 나왔다. 엑스레이 몇 장 찍은 것과 의사와 몇 분 상담한 게 다인데, 병원비가 88만 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아들이 라면을 끓이다가 화상을 입어 응급차를 부르는 바람에 150여만 원이나 들었다. 그래서 이번 달 가계부가 적자인 상황. 하씨가 고가의 건강보조제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미진씨의 사례는 의료민영화가 되었을 시 대한민국의 의료 상황을 그려본 가상의 모습이다(비용에 대한 부분은 의료민영화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

의료비 폭등,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진료비 불법 과다징수 유형을 살펴보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을 임의로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하여 환자에게 징수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진료비 불법 과다징수 유형을 살펴보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을 임의로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하여 환자에게 징수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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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의 가장 큰 폐해는, 다들 우려하는 것처럼 의료비 폭등 문제다. 어쩌면 하씨가 지불한 것보다 더 큰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지금도 의료비는 만만치 않다. 고관절 수술, 심장 수술 등 좀 굵직굵직한 병으로 병원을 찾기라도 하면 우리는 진료비 명세서를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 각종 '비급여' 항목으로 인해 그 액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엠아르아이(MRI)'라도 찍는 날에는 100만 원 가까이 청구되기도 한다.

의료민영화? 의료영리화?
'의료민영화'는 2008년 촛불 정국 때부터 정착된 용어다. 2007년 마이클무어 감독이 미국식 민간보험제도를 비판한 <식코>가 상영된 뒤, 진보진영과 야당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지키자'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정치적 용어가 돼버렸다.

최근 '의료상업화'라는 단어도 심심치 않게 사용하고 있다. '의료공공성'의 반대용어로 건강보험 의료 수가 인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의료계가 환자 대상으로 장사를 할 수 있게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려고 하는 경향을 일컬어 쓰는 말이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의 '의료민영화'  찬성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2014년 3월 의사파업의 명분으로 '의료영리화'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가 꼭 대형병원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는 약 60% 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2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를 보면 2012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5%로 2011년(63.0%)보다 0.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의료비 부담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일부터 한시적으로 4대 중증질환 저소득층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을 시행한 걸 봐도 그렇다. 하지만 이것도 일부에 비용의 약 40% 정도만 보장될 뿐이다. 만약 의료민영화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단순히 비급여 항목이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검사와 수술 등도 늘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2013년 MBC <PD수첩> '소문난 병원의 수상한 비밀' 편에서 과잉진료의 심각성을 보여 주었다.

당시 한 병원에서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의 진료비는 900여만 원. 그런데 취재진이 다른 종합병원 척추센터를 찾아가 청구서를 확인해 보니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급여 제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급여 제품을 이용했고, 뼈 이식을 하고 난 후 하지 않아도 되는 고정 장치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은 드러내 놓고 하지 못하는 과잉진료도 의료민영화가 되면 오히려 병원 측에서 맘 놓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의료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들은 모른다는 데 있다. 병원 측이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 과잉진료를 한다고 해도 비전문가인 환자들은 알 턱이 없다는 말이다. 의료민영화는 결국 환자들을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수익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제도인 것이다.

"의료민영화 아니"라는 정부, "이건 뭐냐?"는 시민단체

 서울대병원의 진료 대기 모습.
 서울대병원의 진료 대기 모습.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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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점점 명의에게 진료받기가 힘들어진다는 점 또한 의료민영화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의료민영화가 되면 자금력이 되는 병원끼리 인재 스카우트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실력 있는 의사들은 대우가 좋은 곳으로 가기 마련일 테고, 그러면 그곳으로 환자들이 몰릴 테니, 진료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그런 현상은 쉽게 볼 수 있다. 지방에 사는 환자들은 조금이라도 큰 병이 생기면 서울의 대형병원을 방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소위 '빅5'라고 하는 대형병원에서 암과 같은 병에 대한 진료 받으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민영화는 이런 현상을 더욱 고착화시킨다. 예약기간에 사람이 죽거나 병이 악화되는 극단적으로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초 복지부장관은 의료민영화의 수순으로 보이는 '원격의료·자회사 허용'에 대해 "의료민영화 아니다"라고 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공기업인 경우에는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어서 이것을 팔면 되지만 병원인 경우에는 이미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민영화'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필요하다.

의료민영화의 여부를 결정하는 부분은 '국민건강보험과 당연지정제'이다. '당연지정제'는 건강보험과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에 대한 계약을 맺고 건강보험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100% 건강보험과 계약을 맺고 있으며 건강보험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병의원과 약국이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진료하고 이와 관련한 비용의 상당수를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야 한다. 병의원과 약국의 모든 의료비(수가)와 약값이 자동적으로 국가 통제 안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병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진료비를 정해 환자들이게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돈 없는 환자들은 원하는 병원이 있어도 비싸서 갈 수 없게 된다. '의료민영화=당연지정제 폐지=건강보험제도 무력화=환자 의료비 폭등'이라고 설명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말장난은 그만... 의료공공성 강화 정부 대책 있어야

 노동, 보건,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 보건,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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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논란의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정부는 "건강보험과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민영화'가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고 시민단체는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결국 당연지정제 무력화로 가는 수순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의료민영화'가 맞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이러한 시민단체의 의심은 당연하다. 제도가 가져올 폐해가 워낙 막급하기 때문이다. 진짜로 정부가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면 이에 합당한 행동이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민영화에 대해 말장난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할 것이 아니라 의료 공공성 강화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가천의대 임준 교수는 "유럽에도 영리병원이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공공병원과 공공성이 담보된 의료체계가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영리병원 정책을 추진하고 싶다면 유럽처럼 근처에 값싸고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난 뒤에 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책임있는 공공의료 정책을 주문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대표 역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을 도입을 하더라도 내국인 환자 진료를 금지하고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을 철회하는 등 의료민영화로 오해 받을 만한 각종 정책의 추진을 재고해야 의료민영화 할 생각이 없다는 정부의 말을 환자나 국민들이 믿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 주장만 믿고 가만히 있기엔 그동안 당한 게 너무 많다.

덧붙이는 글 | 김연희 기자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명예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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