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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알지 못했다. 우리 아파트, 학교, 과수원 근처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이 있다는 것을. 이 고약한 냄새는 금세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쉽게 내 몸을 망가뜨릴 줄은 몰랐다. 사전에 알려줬다면 이상한 낌새를 차렸을 때 가능한 조치라도 취했을 것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관리,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편집자말]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24시간 동안 화학 물질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자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각종 생활용품과 건축자재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을 밤새도록 들이마신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벤젠과 포르말린 등 각종 발암물질이 혼합되어 있다. 새로운 가구나 새집일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특히 밤에 더 환경이 안 좋아지는데, 이는 밤새도록 창문을 닫아 놓아 밀폐된 환경이 장시간 지속되기 때문이다.

눈 뜨고 일어나 잠들 때까지 유해물질과 '함께'

여러가지 화장품들.
 여러가지 화장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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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샤워하면서도 유해물질은 온몸으로 흡수된다. 일부 샤워용품에는 각종 합성보존제와 파라벤(parabens) 등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특히, 파라벤은 유방암을 일으키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파라벤이 함유된 화장품만 약 2만5000개일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아침식사를 준비할 때도 예외는 아니다. 기름을 이용하여 음식을 준비하면, 각종 열분해산물(VOCs 등)에 노출되며, 프라이팬을 사용할 때는 테프론 코팅제가 벗겨져 우리 몸 안으로 흡입될 수 있다. 테프론 코팅제로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perfluorooctanoic acid, PFOA)은 동물 실험에서 기형을 유발하고 간 독성을 유발하며 성적인 발달을 지연시키는 물질이다. 이 물질 역시 프라이팬은 물론이고, 종이컵 등 1회용 음식용기의 코팅재료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식사 후 양치질을 할 때는 어떤가? 일부 치약 속에는 미백과 세척력 향상, 향균을 목적으로 한 트리클로산(Triclosan)이라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트리클로산은 치약뿐만 아니라 일부 세정제와 화장품 등 수많은 위생용품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한 연구진은 최근 이 물질이 인체의 내분비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를 만들어낸다고 보고했다.

여성들은 식사 후 예쁘게 치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된다. 일부 화장품에는 수 백 가지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성인 여성들이 사용하는 일부 립스틱에는 납 등 각종 중금속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일부 화장품은 항균과 미백, 각종 기능성(향료 등) 향상을 목적으로 쓰이는 프탈레이트, 파라벤, 벤조페논-3, 트리클로산 등 수많은 유해물질이 들어 있는 화학물질 덩어리인 셈이다.

또한 화장품은 직접 피부에 바른다는 점과 점차 화장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벤조페논-3은 자외선 차단과 변색 방지를 목적으로 일부 선크림 등에 사용되고 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궁내막증과 생리통의 원인 물질로 의심받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경우, 자외선 차단 효과에 따른 이익보다는 해로움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집을 나서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직장에 출근해서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지갑이나 호주머니 속에는 물건을 살 때 받은 영수증 한 장씩은 가지고 있다. 코팅된 종이컵이나 영수증 표면에는 비스페놀-A가 들어있을 수 있다. 비스페놀-A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작용을 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정자수를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성조숙증과 어린이 행동장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현대인들은 유해물질이 문제가 되는 화장품이나 각종 세정제, 1회용 컵, 식품 캔 등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생활환경에서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물질이 각종 플라스틱, 섬유, 페인트 등에 화재 위험 방지를 목적으로 첨가되는 난연제와 제품의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첨가되는 각종 가소제들이다.

이 중 브롬화난연제는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으로 정자 감소 등 생식독성과 신경독성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문제로 이미 유럽연합에서는 2006년부터 폴리브롬화비페닐,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부 플라스틱 제품에 첨가되는 가소제는 플라스틱 분자 사이의 끌어당기는 힘을 약하게 만들어 잘 휘게 하거나 경화된 재질을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첨가되는 물질이다. 특히,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장난감, 학용품 등 각종 PVC 제품과 목재 가공 및 향수의 용매, 가정용 바닥재 등에 이르기까지 아주 광범위하게 쓰인다.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다이뷰틸프탈레이트(DBP), 뷰틸벤질프탈레이트(BBP) 등은 내분비계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물질로 여러 국가에서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암 덩어리' 규제 완화보다 중요한 지역사회 알권리법

2012년 불산누출사고가 났던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휴브글로벌 공장. 2013년 2월 촬영한 것으로 폐허가 된 모습이다.
 2012년 불산누출사고가 났던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휴브글로벌 공장. 2013년 2월 촬영한 것으로 폐허가 된 모습이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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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유해물질에 24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히 공장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공장에서 방출되는 각종 유해물질에 추가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그 해로움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한 정보들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고, 알고자 한들 알려주는 곳도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정보를 숨기려 하고, 이를 감시하고 규제해야 할 정부는 대통령이 '암 덩어리'라고 규정한 규제들을 어떻게 완화할지에 더 큰 관심이 있을 뿐이다.

주변 환경으로부터 노출되는 유해물질에 의해 실제 엄청난 재앙들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부터 문제되기 시작한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습기 분무액에 사용한 살균제로 인해 수십 명의 아이들이 폐질환으로 사망하였다. 미스트 상태로 분무되는 유해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탓이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화학물질 누출 사고도 마찬가지다. 주변 공장에서 어떤 유해물질을 사용하는지, 그 물질에 노출되면 건강상 어떤 장애가 생기는지, 그리고 만약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어떤 대처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12년에 발생한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그랬다. 주민들은 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으며,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대피하면서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소비자들은 내가 사용하는 제품에 어떤 유해화학물질이 들어 있고, 집 주변 공장에서 어떤 유해물질을 사용하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기업은 이러한 정보들을 소비자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으며, 정부는 기업을 감시할 의무와 권한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근거들을 정해 놓은 최소한의 규제가 바로 '알권리법'이다. 만약 우리 사회에 유해물질에 대한 알권리법이 실현된다면 소비자들은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한 제품들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유해물질-Free' 제품 개발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에 있는 토론토시에서는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Chemtrac 프로그램)를 통해 우리집 주변에 있는 공장은 물론이고 세탁소, 세차장, 카센터 등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공개하고 있다. 어떤 제품들이 유해물질-Free 제품인지를 공개하여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감시 기능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알권리와 관계된 관심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안전 사회'의 기본 또한 알권리에서부터 출발한다. 알권리는 곧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 활동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 지난 5월 15일 국회의원 53명의 공동발의로 6월 국회에서 논의될 '지역사회알권리법(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아고라 서명운동에 참여해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일과건강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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