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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취재 : 안홍기·강민수·박소희·유성애·손지은·송규호 기자

강남 3구 즉 강남·서초·송파구는 지난 두 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마지막 보루였다.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역전승하는 듯했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를 기사회생시킨 곳,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에 표를 몰아준 곳도 이 강남 3구였다.

최근 두 번의 큰 선거에서 강남 3구와 가장 대조적인 투표를 한 곳이 관악구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득표율 상위 10개 지역 가운데 7곳이 관악구였고,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 상위 10개 지역 가운데 9곳이 관악구였다. 이곳은 대학생과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계급투표와 세대투표의 바로미터로 꼽혀왔다.

서울의 강북 지역으로 분류되는 도봉구와 성북구도 야당세가 강한 곳이다. 구청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4일 투표소에서 만난 시민들의 지지성향도 다르지 않았다.

[강남] "빌딩 세우고 대기업 유치하는 개발 시장 필요"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안 대치2동 제2투표소에는 오전 10시께부터 늘어난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투표 순서를 기다렸다. 대부분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이었다.

"우리 집은 남편 빼고 다 정몽준이야. 남편이 박원순 뽑는대서 몇 번 싸웠다니까."

딸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김윤희(58, 전업주부)씨가 말했다. 그는 "박원순은 이념이 의심스러워서 싫고, 정몽준은 믿을만하다"라고 지지이유를 밝혔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투표장을 찾은 직장인 신명석(33)씨는 정몽준 후보의 '개발정책'이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그는 "빌딩 세우고 대기업 유치하는 개발 정책이 좋은데 박원순 후보는 그런 개발과 거리가 먼 후보"라고 말했다.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홍아무개(61)씨 역시 "정몽준을 뽑으면 건설업이 활성화되고 내 사업에도 도움이 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후보를 뽑았다는 유권자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첫 투표를 한 스무살 서혜란(여)씨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어서 경제 성장보다 복지에 투자하겠다는 후보를 뽑았다"라고 전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손영민(38)씨는 "세월호 사건 때 정부의 대처를 보고 이번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박 후보를 뽑은 이유를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주민(49)은 "박원순 후보가 좋다기보다는 성장보다 분배를 중요하게 여기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을 향한 표심은 대부분 문용린 후보에게 모였다. 머리가 희끗한 70대 주민은 스스로를 "딱 봐도 보수인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보수끼리 서로 교육감 하겠다고 싸울 게 아니라 고승덕은 딸이 폭로했을 때 사퇴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최동현(27)씨는 "국어교육을 전공하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많다"라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니 (교육감을) 빨리빨리 바꾸기보다 문용린 후보에게 성과를 낼 시간을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서초] "고승덕씨 좋게 봤지만 딸 폭로 대응에 실망"

더 미켈란, 트라움하우스 등 최고급 빌라 밀집지역과 가까운 서울고등학교 강당 서초3동 제3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에서도 새누리당 강세는 느껴졌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한 50대 여성은 지지 이유를 "안정이 제일이다, 여당을 밀어줘야 안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 막판 새누리당이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여성은 "세월호하고 이 선거는 따로다, 박 대통령 좋아하지만 박 대통령 도와주려고 여당 찍은 게 아니고 서울시장 후보와 구청장 후보를 보고 찍었다"고 했다.

"이건 철저하게 비밀선거니까"라면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밝히길 거부한 76세의 한 여성도 정치적 견해는 비슷했다. "젊은 층이 지금 (정부에) 다 반대하고 손자들도 나한테 누구 찍지마라 누구 찍지마라 그러지만 '내 표는 내가 주도적으로 할 테니 간섭하지 마라' 그러고 나왔다"고 한 이 여성은 "지금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안 시끄럽게 되는 쪽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세대차가 심하다"고 말했다.

투표 열의를 엿볼 수 있는 장면도 있었다.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끌고 투표장에 나타난 2명의 20대 여성은 투표를 끝내고 종종 걸음으로 가방을 끌며 서울고 앞 공항리무진 정류소로 향했다. 이들은 "지금 해외여행 가서 바빠요"라면서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진 않았지만 "투표는 꼭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고승덕 후보 딸의 폭로가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 한 30대 부부는 "잘 알려진 사람이 고승덕 후보밖에 없어서 찍어줄지 긴가민가하고 있다가 딸이 폭로한 내용을 들었다"며 "투표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59세의 한 남성은 "평소에 고승덕씨를 좋게 봤다, 회사에서 초빙 특강을 들은 적도 있어서 찍어주려고 했는데, 이번에 딸 문제가 나오고 또 그에 대응하는 부분에서 많이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딸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아버지라면 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을 하고 음모론 같은 걸로 반격하지 않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고 후보가 아직 젊은 편인데 나같았으면 사퇴하고 좋은 이미지로 다른 기회를 기다렸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시장으로 박원순 후보를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몽준 후보는 서울시장뿐 아니라 대선주자로도 꼽히는 사람인데 TV토론이나 유세한 내용을 보면서 많이 실망했다"며 "네거티브로 일관하는 게 초등학교 반장선거 수준도 안됐다. 이념 논쟁은 대선에선 통할 수 있지만 시장 뽑는 데서 그런 얘길 하는 걸 보고 '아주 게임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파] "그래도 대통령 믿어야" - "흑색선전 않는 박원순"

 송파구는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이 강세를 보이는 강남 3구에 속한다. 지방선거 투표일인 4일 오후, 송파구 잠실3동 갤러리아팰리스 연회장에 설치된 제4투표소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개 여당을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송파구는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이 강세를 보이는 강남 3구에 속한다. 지방선거 투표일인 4일 오후, 송파구 잠실3동 갤러리아팰리스 연회장에 설치된 제4투표소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개 여당을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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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3동 갤러리아팰리스 연회장에 설치된 제4투표소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개 여당을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운동화에 편한 옷차림으로 투표소를 찾은 손아무개(여, 59)씨는 "박원순 후보는 후원받고 살아서 싫다"며 "서울 경제발전에 대해 더 신경을 쓰는 정몽준씨를 뽑았다"고 말했다. 갤러리아팰리스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는 70대 남성은 "당연히 다 새누리당으로 찍었지"라고 짧게 대답했다. 

송파2동 제2투표소(중대초등학교)에서 만난 65세 여성도 "나라가 안정돼야 한다"며 "야당이 나온다고 해서 정치를 잘 할 수 있겠느냐, 그래도 대통령을 믿어줘야 한다"고 새누리당 지지를 밝혔다. 또 다른 여성유권자(65)도 "대통령이 저렇게 힘든데 대통령 규탄한다고 이상한 소리하는 사람들 찍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20~30대의 젊은 유권자일수록 야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이 첫 번째 투표라는 20세 여성 이아무개씨는 "정치에 별로 관심은 없지만 젊어 보이는 박원순 후보로 뽑았다"고 말했다. 황아무개(남, 34)씨는 "일 잘하고 남을 비방하는 흑색선전을 안 한다"는 이유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민들은 교육열이 높은 송파구 특성을 반영한 듯, 타 지역에 비해 교육감 선거에도 관심이 많았다.

지지후보를 밝히기 거부한 20대 중반 박태희씨는 "예산을 현실적으로 내고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후보를 골랐다"고 말했다. 박씨는 고승덕 후보의 최근 논란과 관련해 "정치인의 가족사는 교육감의 자질과는 별개다, 그 사람이 일을 잘할지를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꽃무늬 양산을 쓰고 온 60대 중반 여성도 "(서울교육감 후보 중) 고승덕이 제일 낫다고 본다"며 "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무슨 음모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손아무개(59, 여)씨는 "교육 경험이 많고 가장 전문성이 있는 것 같아 문용린 후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관악] 2040세대 "박원순이 4년 더 해서 결실 맺어야"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제2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제2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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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제2투표소와 보라매동 제3투표소에서 만난 20~40대 12명 중 8명은 박원순 시장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3명은 지지후보를 명확히 말하지 않았지만 "진보성향"이라거나 "기존 사업이 이어가길 원한다"며 박 시장을 선택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2040세대들은 박 시장을 지지하는 이유로 '지난 2년'을 꼽았다. 이충명(44·회사원)씨는 "시정 활동이 합리적이었고, 시민을 (정치적)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선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며 "임기가 짧았으니까 더 해야 한다고도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장아무개씨는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서울시장은 기존에 했던 일들을 꾸준히 이어가서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투표했다"고 했다. "너무 짧게 바뀌는 것도 좋지 않다, 서울시장은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황주희(21·대학생)씨 의견은 달랐다.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그는 이번에는 정몽준 후보를 찍었다. "현실에 투표"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처음엔 정 후보가 너무 개발만 얘기한다 싶었는데 박 시장의 개발공약과 비교해볼 때 더 구체적이었고, 저도 학생이지만 반값등록금 혜택도 별로 못 봤다"고 했다. 그는 야당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세월호 사고가 안타깝지만 그걸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다만 교육감은 조희연 후보를 선택했다. 황씨는 "교육을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뷰에 응한 50~70대 6명은 모두 정몽준 후보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두 명은 원래 박 시장을 뽑았지만 "농약급식(강아무개씨·63·남)"과 "경제(50대 여성)"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안경식(73)씨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61)은 "새누리당이 (정권) 잡았으니까 잘 하겠지", "원래 대통령을 지지했다"며 절대적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투표소 분위기는 대선보다 차분했다. 이날 보라매동 제3투표소에선 지난 대선 때처럼 구민들이 당곡초등학교 건물에서부터 운동장까지 줄서서 기다리는 풍경은 없었다. 한 안내요원은 "낮 12시부터 있었는데 숫자는 큰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계속 사람들이 오고 있다"며 "250명 정도 왔고, 30~40대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도봉·성북] 박원순 우세 뚜렷... "정몽준, 시민 마음 몰라"

 6.4 지방선거일인 4일, 오후 3시경 시민들의 투표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2동 제2투표소가 설치된 장위실버복지센터.
 6.4 지방선거일인 4일, 오후 3시경 시민들의 투표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2동 제2투표소가 설치된 장위실버복지센터.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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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창5동 제1투표소가 설치된 도봉구민회관에서 만난 시민들 사이에서는 박원순 후보의 우세가 뚜렷했다.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주부 김화연(43)씨는 "짧은 임기였지만 박원순 후보가 아이 돌봄, 여성 안전 귀가 서비스 등 세세하게 신경 쓰고 있다고 느꼈다"며 "내 아이 결혼시키고 늙어가면서 필요한 일들을 척척 잘 할 것 같다"고 박 후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서 김씨는 "새로운 정책과 대안은 없고 박원순 후보한테 계속 욕만 했다"며 "뉴타운 때문에 동네가 시끄러웠는데도 계속 재개발을 추진한다고 해서 별로였다"고 말했다.

다섯 살 손자와 함께 나온 김미옥(67)씨와 이동운(68)씨도 투표소를 찾았다. 이씨는 "당연히 박원순 후보를 찍었다"며 "박 후보는 세월호 사고로 세상이 조용한데 상대후보를 욕하지 않고 선거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인 김씨는 "투표율이 높지 않은 것 같은데, 집에서 쉬고 계시는 분들 나와서 투표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다는 대학생 윤아무개(21)씨는 "강남과 강북 지역을 균형있게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 후보가 적임자"라며 "현대 회사를 잘 운영한 사람은 서울시도 잘 이끌 것 같다"고 말했다.

성북구 장위2동의 제2투표소가 위치한 장위실버복지센터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시민들은 박 후보를 선택한 이유보다 정 후보를 택하지 않은 이유를 강하게 설명했다.

민덕기(52)씨는 "(박 후보가) 지난 임기 동안 서울 살림도 잘하고 소란없이 무난하게 잘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씨는 "정 후보가 기업은 잘 운영했지만 서울시정은 다르다"며 "(정 후보가) 시민들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난개발을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이아무개(39)씨는 "정 후보가 막내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 때문에 사과했을 때 진실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박 후보는 정 후보보다 깨끗하고 정직하게 선거 운동했다, 시장이 된다면 지금껏 했던대로 공약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아내와 동행한 허아무개(66)씨도 정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허씨는 "정 후보가 자꾸 박 후보의 이념을 따지는데, 문제가 됐으면 처벌을 받으면 되지 선거에서 자꾸 그 문제를 꺼집어냈다"며 "자꾸 이념가지고 따져서 싫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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