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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20억 조회를 기념하는 이미지가 공개됐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20억 조회를 기념하는 이미지가 공개됐다
ⓒ YG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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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에도 <강남스타일>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2014년 6월 1일 현재 유튜브에 올라가 있는 <강남스타일>의 조회수는 20억이 넘는다. 20억뷰! 세계 최고의 조회수다. 앞일은 모르는 거라서 감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수년간 이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회수 20억 돌파는 <강남스타일>이 하나의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특별하고도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인터넷이 가능한 사람들은 모두 다 <강남스타일>을 봤고 즐겼고 유통시켰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한 강연에서 <강남스타일>을 강연의 주요 소재로 삼으면서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비틀즈 이후 최고라면서 현대 철학의 맥락에서 <강남스타일>을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인 콘텐츠 분석이론에 의하면 <강남스타일>이 하나의 세계적 사건이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해석 할 수 있다. 하나는 '보편적으로 좋은 콘텐츠'라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콘텐츠가 된 <강남스타일>은 당연히 보편적 가치와 그 보편적 가치를 풀어낼 보편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게 그 주 내용이다.

둘째는 '한국적 콘텐츠의 특성'을 <강남스타일>이 잘 살려서 세계적 콘텐츠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한류(Korean Wave)의 입장에서 <강남스타일>의 흥행 성공을 분석하는 견해들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 드라마의 중국, 동남아 진출과 K- POP(케이팝)의 유럽 시장 진출 성공의 맥락에서 <강남스타일>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

이 두 주장은 각기 다른 세계관을 대표하고 있다. 보편성과 특수성,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대립 또는 융합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 하나 다 중요한 주제들이다.

<강남스타일>과 <마카레나> 공통점과 차이점

우선 첫째 주장에 대해서 알아보자. <강남스타일>이 '보편적으로 좋은 콘텐츠' 라는 입장은 <강남스타일>의 빠른 확산속도, 특히 미국에서의 빠른 확산 속도와 관련이 있다. 영어권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콘텐츠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영화, 음악, 문학 작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아메리카 정서를 담보하고 있지 않으면 특이한 콘텐츠로 취급 받아서 일부 마니아층이나 특수 계층에만 수용되고 이내 소멸되어 버린다.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미국인의 감정에 이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보편적 미국인의 정서는 바로 세계적 보편성으로 쉽게 치환된다. 미국이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이 된 이후 이런 현상은 이제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이제 <강남스타일>을 보편적 관점이 아닌 한류적 관점에서 보자. 한류는 한국 콘텐츠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일으킨 일종의 사회적, 문화적 붐과 흐름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한류 콘텐츠는 꼭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콘텐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적 정서를 표현한 콘텐츠도 있지만 세계 시장을 겨냥해서 의도적으로 만든 콘텐츠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 하더라도 한국인이 한국자본에 의해서 한국사람들을 등장시켜 만든 콘텐츠라는 것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강남스타일>이 기존의 전형적인 한류 스타일의 콘텐츠는 아니지만 한국적 정서의 기반 위에서 탄생한 콘텐츠이고 그렇기 때문에 서구인들에게 충격과 신선함을 던져주었다고 볼 수 있다. 동영상에 나오는 많은 장면들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풍습을 재현한 것이다. 외국 소비자들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조작한 장면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오히려 <강남스타일>이 더 '한국적' 콘텐츠라고도 할 수 있다. 해외시장을 의도하고 계획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 분석과 달리 정보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종종 <강남스타일>은 <마카레나>와 비교된다. <마카레나>는 스페인 세비야 출신 음악 듀오 로스 델 리오의 경쾌한 노래다. 처음엔 스페인에서 히트를 쳤고 이후 라틴 아메리카, 푸에르토 리코 등을 거쳐 미국의 베이사이드 보이즈에 의해 리믹스 된 후 1990년대 중반 영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 14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얼마 되지 않는 외국어곡이다. 2012년 기준으로 빌보드 차트 HOT 100에서 1위를 차지한 6번째 비 영어권 노래다. 중독성 있는 후크송과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끌리는 춤 동작 등이 <강남스타일>과 흡사하다. 그러나 <마카레나>와 <강남스타일> 사이에는 큰 차이가 하나 있다. 바로 확산 속도다.

<마카레나>가 빌보드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약 4년간의 시간이 걸렸다. 원산지 스페인에서 출발하여 남미를 거쳐 마이애미, 뉴욕으로 긴 거리를 돌아서 왔다. 반면 <강남스타일>은 리얼 타임으로 미국 뉴욕에 입성했다. 유튜브에 올린 지 약 4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차트 2위에 올랐다. 매우 큰 차이다. 여기서 이 차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유튜브, SNS 등과 같은 소셜 미디어의 위력에 대해 언급하기 위해서다. <마카레나>는 유람선을 타고 세계일주를 거쳐 마지막에 미국에 도착한 느긋한 완행여행이었고 <강남스타일>은 뉴욕 직행 전세기를 타고 몇 시간 만에 미 대륙에 도착한 특급여행으로 비교될 수 있다.

저작권 방임과 그 반대급부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된 '국제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후속곡 '젠틀맨' 뮤직비디오와 춤 발표를 겸한 콘서트 'HAPPENING'에서 열창을 하고 있다.
▲ '싸이' 단독 콘서트 'HAPPENING'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된 '국제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후속곡 '젠틀맨' 뮤직비디오와 춤 발표를 겸한 콘서트 'HAPPENING'에서 열창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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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강남스타일>의 빠른 성공 요인 중에는 소셜미디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 요인을 논쟁적으로 분석해 보자. 소셜미디어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반면 <강남스타일>은 하나의 뮤직동영상이다. 모든 동영상이 보편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용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속도는 매우 빠를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로 너무 쉽게 묻혀 버릴 수도 있다. 순식간에 너무 많은 동영상이 생산, 유통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조금 전에 어떤 동영상을 봤는지 금방 잊는다.

유튜브에 영어로 뮤직비디오(Music video)를 치면 약 8000만 개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소셜미디어가 하나의 성공 요인일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비판은 이런 면에서 타당성을 갖는다.

<강남스타일>의 여러 성공요인 중 가장 재미있는 논쟁을 가져온 것 중 하나가 '저작권 포기(방임)가 있었기에 성공이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정보 공유차원에서 저작권 포기가 논의되는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정보를 사회적 자산으로 확산시키면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되고 결국 더 많은 정보가 유통되면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여러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많은 사례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유명 인사들의 동영상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TED(Ideas worth spreading, "널리 퍼뜨릴 가치가 있는" 을 모토로 만들어진 비영리 재단)와 칸아카데미(미국 비영리 교육사이트)를 언급할 수 있다. 여기에 출연한 강사들은 자신들의 수준 높은 강의를 아무런 대가 없이 동영상 사이트에 공개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실제로 이 동영상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계속 새로운 자료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과 달리 <강남스타일>은 상업성을 목표로 해서 만들어진 음악동영상이다. 앞에 언급한 사례들과는 탄생조건이 다르다. 또 뮤직비디오의 특성상 음원이 제한 없이 유통된다면 결국 최초 생산자에게 돌아갈 경제적 이익은 금세 소멸되고 만다. <강남스타일>의 경우 비영리를 목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음원의 자유로운 유통을 용인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스타일>의 성공요인은 저작권 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주장들이 많다. 우선 저작권 포기 때문에 <강남스타일>이 성공했다는 주장들을 들어 보자.

(KT경제경영연구소의) 보고서는 '<강남스타일>'의 성공 비결로 저작권의 포기, 제작 과정의 창의성, 소비 심리의 정확한 포착 등 세 가지를 들었다. 특히 "'<강남스타일>'의 확산 배경에는 패러디 영상물이 큰 몫을 차지한다"며 "이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소송보다는 패러디 독려를 택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저작권법을 내세워 패러디 창작을 제한했던 업계의 예전 사례와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중략) 보고서는 "싸이는 패러디를 소송의 먹잇감으로 보지 않고 저작권을 방임했다"며 "그 결과로 대구스타일, 경찰스타일, 교회스타일 등의 패러디 영상이 만들어졌고 미국의 대통령 후보 수락에까지 패러디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 <프레시안> 싸이 <강남스타일>이 성공한 진짜 이유?

KT경제경영연구소는 저작권의 포기가 <강남스타일>의 성공에 큰 몫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전까지 음원소유자들이 취했던 정책과는 다른 입장이다. 현행법상 음원의 전부 혹은 일부를 공개 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음원의 불법 배포가 되고 실정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 만약 의도했다면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모든 뮤직비디오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존 프레임의의 파괴

그러나 <강남스타일>은 음원의 저작권 행사를 포기했고 음원을 이용해 패러디 영상을 만드는 것을 허용했다. 싸이측의 이런 전략은 2010년에 있었던 '5살 어린이 저작권법 위반' 사례와 극명히 대조된다. 당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가수 손담비의 노래를 따라 부른 모습을 담은 5살 어린이가 네이버에 올린 UCC에 대해 삭제 요청을 했다. 5살 어린이의 부모 우아무개씨는 네이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김종근)는 18일 우아무개(39)씨가 가수 손담비씨의 노래 '미쳤어'를 따라부른 딸의 동영상을 삭제하도록 포털업체에 요청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중략) (그러나) 재판부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이유로 배상액을 20만 원으로 제한했으며, 협회의 요청으로 동영상을 삭제한 인터넷 포털 네이버 쪽에는 "저작권자의 요구에 따를 의무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 <한겨레> '미쳤어' 따라부른 동영상 "저작권 침해 아냐"

당시 재판부는 이 판결문에서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한 저작물을 널리 공유하게 하는 목적도 지녔다"며 원고 승소 이유를 밝혔지만 네이버가 관련 동영상을 삭제한 일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해 일반인의 음원사용에 대한 제한을 인정했다.

음원의 원 소유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패러디라 할지라도 유통이 힘들어진다. <강남스타일>은 처음부터 이런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 출발했다. 누구라도 음원을 이용해 댄스, 패러디 동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했고 실제로 <강남스타일> 음원을 활용해 많은 동영상들이 제작, 유통되었고 이런 영상들이 <강남스타일>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작권 방임은 <강남스타일>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의 품질이 아니라 정보의 속도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걸림돌이 없어야 한다. <강남스타일>은 모든 걸림돌을 없애고 초스피드로 전 세계로 확산됐다. 네트워크의 속성을 잘 활용한 경우다. 물론 모든 디지털 콘텐츠가 <강남스타일>과 같은 사례로 발전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지금 네트워크 시대에 살고 있고 네트워크가 만든 가상공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기존 프레임의의 파괴다. 창조적 파괴가 선행되어야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강남스타일>은 그것을 보여줬다.


태그:#강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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