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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석 고양시장 후보(새누리당)의 책자형 선거공보 표지와 내지. '고양시민 300명'이 상대후보인 최성 시장을 고발한 사실을 실었다. 그런데 고발을 주도한 김성호씨는 새누리당 예비후보 진영에서 300명의 명단을 확보해 최 시장을 '청부고발' 하는 등 이번 선거에서도 강 후보의 선거운동을 막후 지원하고 있는 최측근 인사임이 밝혀졌다.
 강현석 고양시장 후보(새누리당)의 책자형 선거공보 표지와 내지. '고양시민 300명'이 상대후보인 최성 시장을 고발한 사실을 실었다. 그런데 고발을 주도한 김성호씨는 새누리당 예비후보 진영에서 300명의 명단을 확보해 최 시장을 '청부고발' 하는 등 이번 선거에서도 강 후보의 선거운동을 막후 지원하고 있는 최측근 인사임이 밝혀졌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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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최근 고양시민 300명이 최성 시장(50, 새정치민주연합 고양시장 후보)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의 이면을 추적했다. 또한 이 사건은 강현석 전 시장(61, 새누리당 고양시장 후보)의 측근인사인 김성호 원장(고양시 청소년역사문화교육원)이 강 후보와 사전 교감 하에 기획한 네거티브 정치공작임을 3회에 걸쳐 고발했다.

요약하면, '고양시민 300명의 수상한 고발'은 ▲ 김성호 원장이 '고양시지킴이'라는 단체를 급조해 ▲ 새누리당 고양시장 예비후보 진영에서 '시민 300명'의 서명 명단을 확보한 뒤에 ▲ 최성 시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 이를 법정 선거공보물에 싣는 방식의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을 벌이기 위한 사전 각본에 의해 진행된 사건의 일부라는 것이다.( 관련 기사 : 고양시장 고발한 '시민 300명'... 다수가 새누리당 당원?)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위의 '사전 각본'에는 중요한 한 단계 과정이 빠져 있다. 바로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 전략이다. 즉 ▲ 고발 사실을 일부 인터넷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고 ▲ 이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확대 재생산하는 이른바 '언론 플레이' 전략이다.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고양시장 선거

이는 어디서 본 듯한 선거공작이다. 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SNS를 통한 불법 대선개입 공작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검찰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했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 심리정보전단의 '인터넷 매체 관리대상 명단'을 확보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우호적인 보수매체와 논객을 동원해 특정 이슈를 기사화한 뒤에 이를 트위터 등 SNS에 퍼날라 여론을 조작했다.

고양시장 선거도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성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김성호 원장이 지인들에게 강 후보 지지를 호소하면서 '시민 300명 고발'을 이슈화하기 위해 특정 언론과 공조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면서 그 특정 매체가 <NSP통신>이라고 지목했다.

실제로 네이버 등 포털에서 '최성 고발'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 유난히 <NSP통신> 기사가 눈에 띈다. <NSP통신>은 3월 27일 '시민 300명 고발' 건을 유일하게 보도했다. (관련기사 : 고양시민, 최성 고양시장 서울중앙지검 고발...혐의, '업무상 배임-직권남용' )

이어 5월 20일에도 김 원장의 추가 고발 건을 거의 유일하게 보도했다. 또한 고발 기사 뒤에는 강현석 전 시장을 인터뷰하는 보도 패턴을 보였다. 첫 고발 기사 이후 김 원장이 낸 성명서와 추가 고발 관련 보도 등 다른 매체에서는 보기 힘든 <NSP통신> 기사를 날짜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3월 28일 강현석 전 시장 인터뷰 "요진 Y-CITY 부지 용도변경은 특혜" 주장
▲ 4월 24일 고양시, 세월호 참사 속 꽃 축제 '강행'…고위직 공무원들, 부부동반 터키여행
▲ 4월 25일 백성운, 최성 고양시장 때리기..."세월호 통곡 속 풍악놀이 웬말인가"
▲ 5월 20일 고양시민, 최성 고양시장 후보 검찰 '고발'..."후보자매수" 혐의
▲ 5월 22일 강현석 고양시장 후보, "어쩌다 고양시 이 지경 됐소"  

선거 땅! 하면 SNS에 무차별로 나간다?

지난 2011년 경제뉴스통신사로 등록한 <NSP통신>은 경제뉴스 전문통신을 표방하고 있다. 고양시 출입 기자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통신은 최성 시장을 비난하는 성명이나 고발 건을 어떤 매체보다도 신속하게 보도했다. 그 배경이 궁금했다. 추가로 확보한 법정증거자료(공증 녹취록)를 보고서야 그 의문이 풀렸다.

김 원장은 지난 주변 지인들에게 강 후보 지지를 요청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백성운과 최성 관련된 일들이 인터넷에 뜨고 한 거는 전부 내 작품이다. 성명서 내고 이런 거는 다 내가 한 거야."

김 원장은 자신이 최성 후보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서 강 후보와 경쟁한 백성운 예비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운동도 관여했음을 과시한 것이다. 여기서 말한 '성명서'는 김 원장이 4월 24일 '고양시지킴이' 명의로 낸 것이다. '고양시는 2014 고양국제 꽃박람회 전체일정을 연기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다. 세월호 참사 전에 예정된 고양시 공무원들의 터키 여행은 과장 전결사안이다. 그런데 성명서와 관련 기사는 최 시장이 세월호 참사 기간에 해외여행을 시킨 것처럼 메시지를 전파했다.

<오마이뉴스>가 추가로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원장은 또 주변 지인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고양시민 300명 이름으로 최성을 고발한 것이 <NSP통신>에만 보도되어 지금은 인터넷에만 떠 있지만, 선거 땅! 하면 SNS에 무차별로 나갈 겁니다. 강 시장이 유권자들한테 보내는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SNS로 완전히 융단폭격이 들어갈 거예요. 이거는 그대로 SNS에 그냥 퍼 돌려도 아무 상관이 없는 거거든. 이거는 기사를 퍼 돌린 거니까 상관이 없어요."

'시민 고발→인터넷 보도→SNS 융단폭격'은 전형적인 정치공작 선거방식이다. 이쯤 되면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의 '고양시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국정원 대선 여론공작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행위라면, '고양시 버전'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행위인 셈이다.

네거티브 대 포지티브 대결에서 최후의 승자는?

최성 고양시장 후보(새정치연합)의 선거 공보.
 최성 고양시장 후보(새정치연합)의 선거 공보.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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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장 선거는 이처럼 전형적인 네거티브 대 포지티브의 대결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역대 선거를 보면, 열세인 후보일수록 선거 막판에는 네거티브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강현석 후보는 각 가정에 배달되는 선거공보물에도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문구를 넣었다.공보물에 넣은 특혜 의혹을 근거로 최 후보를 비방하는 문자 메시지 선거운동도 계속되고 있다.

최성 후보 법률자문단(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등)은 1일 강 후보와 김성호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금지 및 후보자비방)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최 후보측은 "강현석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는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매우 중대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0년 충주시장 선거 당시 '신문기사를 토대로 상대후보에 대해 장학기금 강요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당선무효형인 벌금 700만원을 확정 선고한 바 있다.

고양시는 시민 거버넌스 조직이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곳이다. '고양 무지개연대'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초로 시장과 시의원후보까지 100% 야권연대를 이뤄냈다. 최성 후보는 당시 '무지개연대'가 선정한 시민후보로 출마해 54.4% 지지를 얻어 강현석 시장을 8.9%p 차이로 꺾었다. 최 후보는 이번에도 '무지개연대 2.0'이 선정한 '시민 후보'이자,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다양한 시민단체가 참여한 '100만 고양자치연대'가 선정한 '좋은 후보'로 출마했다.

시민단체가 선정한 '좋은 후보'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효과적인 방법은 뭘까? 바로 시민의 집단 고발이다. 김 원장은 고양 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출신이다. 시민단체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가 주도한 '시민 300명 고발'은 시민단체가 선정한 '좋은 후보'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이를 선거전에 활용하려는 1석2조의 네거티브 전략이다. 이는 김 원장이 지인들과 나눈 대화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오마이뉴스>는 관련 의혹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김 원장과 앞서 통화했던 휴대폰으로 지속적으로 전화를 했으나 2일 오후 현재 전화를 받지 않고 휴대폰을 꺼놓은 상태다.

수원시장 선거도 네거티브 대 포지티브 대결구도
김용서 수원시장 후보(새누리당) 선거사무소가 있는 수원 팔달구 녹산빌딩 건물에 ‘통진당이 접수한 기관, 수원서만 68억 지원 받았다’, ‘시민혈세 68억을 찾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다(김한영 사진). 위 오른쪽은 포지티브 선거전략을 고수하는 염태영 후보(새정치연합) 선거공보.
▲ 네거티브 대 포지티브 대결에서 최후의 승자는? 김용서 수원시장 후보(새누리당) 선거사무소가 있는 수원 팔달구 녹산빌딩 건물에 ‘통진당이 접수한 기관, 수원서만 68억 지원 받았다’, ‘시민혈세 68억을 찾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다(김한영 사진). 위 오른쪽은 포지티브 선거전략을 고수하는 염태영 후보(새정치연합) 선거공보.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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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최대 도시인 수원시장 선거 양상도 고양시처럼 네거티브 대 포지티브의 대결구도다. 김용서 후보(73, 새누리당)와 염태영 후보(53, 새정치연합)의 양강 구도다. 수원시장 선거도 고양시처럼 전-현직 시장의 '리턴 매치'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을 해봐서 서로 상대의 공격 포인트를 잘 안다. 그만큼 선거전은 치열한 양상을 띤다.

또 다른 공통점은 현직 시장인 염태영 후보 역시 시민단체가 선정한 '좋은 후보'라는 점이다. 그것도 대표적 보수단체가 포함된 5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유권자운동본부가 선정했다. 전국 기초단체장 후보 670명 중에서 뽑은 '좋은 후보 12인' 중의 한 명이다. 선정 이유는 청렴도와 도덕성, 행정능력, 법치주의와 통일비전 등에서 검증된 후보라는 거였다.

염 후보는 본래 수원환경운동센터를 창립해 10년간 공동대표를 맡아온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그래서 지난 4년간 사회적 기업 육성 등 시민 거버넌스 조직을 지원하는 시정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용서 후보측은 이에 대해 "시민의 혈세 68억 원을 RO(혁명 조직)에 퍼 주었다"고 색깔공세를 펼쳤다. 염 후보측은 "흑색선전에다가 종북 몰이 공세까지 가세했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수원시장 선거에 등장한 '색깔론', 먹힐까 )

현직 시장에 대한 '청부 고발' 의혹도 공통점이다. 한 시민은 선거일을 사흘 앞두고 1일 염 시장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김용서 후보측은 염 후보의 땅 투기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염 후보측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고발인이 한 언론사와 전화통화에서 김 후보의 협조를 받아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밝힌 문제다"고 일축했다.



태그:#고양시장, #최성, #강현석, #염태영 수원시장, #김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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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14 지방선거, 뉴스게릴라가 간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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