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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울산공장) 가족 운동회 회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울산공장) 가족 운동회 회보
ⓒ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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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을 운동장. 지난 1일 하루 그곳이 시끌벅적했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조합에서 '가족한마당'이 진행된 날이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나누어준 선전물에 가족한마당을 하는 이유를 간략히 설명해뒀습니다.

'10년 동안 함께 울고 웃으며 투쟁해 온 자랑스러운 조합원 동지들과 가족 여러분! 법 대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을 뿐인데, 해고·정직·고소고발·손배가압류 등 우리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숱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서로 고통을 보듬어 안고 싸워 당당히 승리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바탕 아울리며 소통하고, 단결된 힘을 불어넣는 자리에 함께 합시다!'

시작 시각은 오전 10시께였습니다. 명분상 조합원인 저에게도 참여하라는 문자가 와서 가보게 됐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참 고맙습니다. 지난 5월 28일 오후 4시 비정규직노조는 그동안 불법파견에 대한 현대차와의 협상 내용과 소송진행상황 등을 공유한다며 전체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날 저는 비정규직 노조에 고마움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날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불법파견 단체소송을 맡은 자문 변호사가 나와서 소송 진행상황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변호사가 이야기하기를.

"현대차는 재판을 질질 끄는 게 주된 목적입니다. 현대차 변호사는 파견법이 아니라 하면서 불법파견에 해당되는 자 몇 없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회사 변호사가 주장하는 게 사사로운 것 조차 무시하고 넘어 갈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반박 가능한 건 반박 자료와 함께 준비해 변론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응은 개인별 절차가 필요한 게 많습니다. 청구 취지를 변경해야 하거나 회사를 변호하는 쪽에서 서류를 보자고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조합원들에게 서류를 제출해 달라고 개별 문자를 보내보지만 고용보험 이력내역·병무기록·세무기록 같은 중요한 서류들이 늦게 들어와 변론 기일이 늦어 지고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 집단소송 하고 있습니다. 막바지에 온건 분명한 사실인 거 같습니다. 41부 원고가 많은건 사실이지만 6월 말이나 7월 초 선고가 가능할 거 같습니다.

현대차 변호사는 불법파견 아니라 주장하고 있고, 최대한 그 수를 줄이려고 대법에서 인정한 5개 조항을 개별적으로 일일이 적용하여 검토하고 점검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의장도 100% 불법파견이라고 장담할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단체소송 받으면서 현재 일하고 있는 조합원과 해고자도 소송자로 받았으며, 사직서를 쓴 분들도 조합원 자격을 만들어 부당해고자로 소송에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소송을 진행시키고 있어 다양한 변론이 필요한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여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자녀에게 줄 자전거를 조립하는 노조 간부들.
 참여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자녀에게 줄 자전거를 조립하는 노조 간부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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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초에 현대차 사내하청 1차 업체에 취업하여 일을 다닌지 10여 년이 다 되어 가던 저는 2010년 3월 중순경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제가 다니던 공정을 현대차가 외주업체로 넘기면서 정규직은 다른 공정으로 발령이 났고, 하청업체 다니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정리해고당하고 말았습니다. 모양새야 누가 봐도 사직서를 쓰고 나온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정규직과 차별을 당해서 그런지 억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정규직은 모두 다른 공정으로 발령냈음에도 비정규직은 모두 권고사직된 상태였으니까요.

그날 비정규직 노조 고문 변호인은 "현대차 변호사는 하청업체 사직서 쓰고 나간 사람조차 인정 할 수 없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현대차는 아직까지 대법원에서 2010년 7월 22일 판결된 '현대차는 불법파견'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1차나 2·3차 하청업체를 통해 일을 다니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는 판국에 저처럼 억울하게 사직서 내고 나온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선 얼마나 더 인정하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현대차의 입장과는 달리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저처럼 억울하게 권고사직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다 구제 대상으로 여기고 있으니 저로선 참 고맙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날 오전 10시께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서 가족 한마당을 한다는 그 운동장으로 찾아가 하루 같이 보냈습니다. 같이 공도 차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운동회를 시작하기 전 개회식에서 "현대차는 불법파견 인정하라!" 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
 운동회를 시작하기 전 개회식에서 "현대차는 불법파견 인정하라!" 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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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돼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온 가족과 함께 와서 즐겁게 지내는걸 지켜봤습니다. 지난 한 해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대법판결 이행하라!'며 투쟁에 나섰던 박OO 지회장은 구속돼 있는 상태임에도 그 가족도 함께 참여하여 함께 보내는걸 지켜 보기도 했습니다. 전국 노동단체에서 갖가지 물품이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모두 행운권 추첨을 통해 다 나눠줬습니다. 대부분 젊은 가족이 와서 그런지 어린이들도 많았습니다. 노조는 어린이를 위한 재미난 놀이도 마련하여 선물을 아낌없이 나눠줬습니다.

현대차 재벌 기업주만 가족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현대차에서 불법파견으로 부당하게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모두 가족이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대차 공장 현장에서 당하는 인간차별과 노동착취는 노동자뿐 아니라 고스란히 그 가족에게까지 그 고통이 전달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현대차 재벌 기업주는 그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요? 거기엔 우리 가족도 포함되고 있다는 사실도...

가족 운동회를 진행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가족 운동회를 진행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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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현대차 불법파견, #체불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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