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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영국연방 '유니언 잭' 국기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영국연방 '유니언 잭' 국기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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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가 운명을 건 선택을 앞두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현지시각)을 기해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결정할 주민투표(9월 18일)를 위한 16주간의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1707년 '영국'이라는 이름으로 잉글랜드와 통합된 스코틀랜드는 307년만의 독립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잡았다. 이 기간에 각 정당과 시민단체는 독립 여부를 놓고 선거 운동을 할 수 있고, 유권자도 후원금을 낼 수 있다.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선거 운동을 손꼽아 기다려온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집권당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연방제 유지를 강조하는 영국 중앙정부 집권당 보수당의 공방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주민투표는 2012년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SNP 당수가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협정문에 전격 합의하면서 성사됐다.

투표 방식은 간단하다. '스코틀랜드가 영국 연방에서 분리독립해야 하는가'라는 단일 문항에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기표하면 된다. 스코틀랜드 거주민에게는 출생지와 관계없이 투표권을 주지만 스코틀랜드 출신이라도 다른 지역 거주자는 투표할 수 없다. 대신 투표 연령을 16세로 낮춰 최대한 많은 거주민의 의사를 반영토록 했다.

스코틀랜드, 왜 독립 원할까?

스코틀랜드의 독립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하트'
 스코틀랜드의 독립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하트'
ⓒ 파라마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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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독립을 위한 스코틀랜드의 노력은 역사 그 자체다. 스코틀랜드의 독립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실제 주인공 윌리엄 월레스는 1298년 잉글랜드와의 폴커크 전투에서 적군에게 잡혀 처형당하는 순간 "프리덤(자유)"을 외치며 눈을 감았다. 윌레스는 지금까지도 스코틀랜드의 독립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영국 연방으로 묶여 있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같은 민족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엄연히 뿌리가 다르다. 잉글랜드는 앵글로색슨족이고, 스코틀랜드는 켈트족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지만 게일어라는 토속어를 갖고 있다.

1603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후사 없이 사망하자 스코틀랜드 스튜어트 왕조 메리 1세의 아들 제임스 6세가 영국 국왕 제임스 1세로 즉위하면서 두 나라는 사실상 연합의 길을 걷게 됐고, 1707년 스코틀랜드는 결국 영국에 완전히 합병됐다. 그리고 1999년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일부 자치권을 허용하면서 스코틀랜드도 자치 정부와 의회를 열게 됐다.

하지만 민족적 자부심이 강한 스코틀랜드는 항상 분리독립을 향한 열망을 버리지 않았고,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중앙정부가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도 강력한 긴축재정을 요구하자 분리독립 여론이 거세졌다.

영국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스코틀랜드의 자신감은 풍부한 자원에서 나온다. 스코틀랜드 앞바다에 있는 북해 유전과 천연가스전은 영국 전체 원유 및 천연가스 자원의 95%를 차지한다. 영국이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로서는 국가 수입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북해 유전을 보유하고도 일방적인 재정감축을 강요하면서 막대한 세금을 가져가는 영국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다. '예스, 스코틀랜드'라는 선거 구호를 내세운 SNP는 지난 28일 재정전망 보고서를 발표해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하면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5개국 수준의 경제규모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SNP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1조5천억 파운드의 가치를 지닌 북해 자원이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스코틀랜드는 더욱 번영할 수 있는 사람, 자원,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 앞에서 망설이는 스코틀랜드

성공한 국가는 규모와 상관없다며 분리독립 지지를 호소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 포스터
 성공한 국가는 규모와 상관없다며 분리독립 지지를 호소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 포스터
ⓒ S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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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분리독립의 암울한 청사진을 내놓으며 스코틀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 재무부는 27일 "스코틀랜드가 독립적인 국가를 수립하려면 15억 파운드(약 2조6천억 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스코틀랜드 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대니 알렉산더 영국 재무부 차관은 "스코틀랜드는 영국 연방의 안정된 세금과 복지 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어떻게 하면 분리독립을 할 것인지만 고민하고 있는 반면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한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월 캐머런 총리도 공식 연설에서 "BBC, 스카치 위스키, 셜록 홈스 등 영국은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며 "스코틀랜드가 떠난다면 영국 연방의 위상은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독일, 프랑스와 유럽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영국으로서는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할 경우 영토와 경제규모가 지금의 '3분의 2'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이 같은 고민은 스코틀랜드도 마찬가지다. 북해 유전의 생산량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고, 인구 520만 명의 경제 규모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B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에서도 46대34로 분리독립을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다. 영국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주민투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하나의 유럽'을 지향하고 있는 유럽연합(EU)도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에 부정적이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분리독립은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해도 EU의 회원국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바호주 위원장은 "EU에 가입하려면 모든 회원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며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분리독립 후 EU 가입을 원하고 있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영국은 '우리 함께 더 좋은 길로'라는 구호를 내세워 스코틀랜드를 붙잡고 있다. 스코틀랜드 역시 불투명한 앞날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월레스가 죽는 순간까지 간절하게 원했던 독립의 꿈을 이룰지, 아니면 앞으로의 현실을 선택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태그:#스코틀랜드, #영국 , #잉글랜드, #윌리엄 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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