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루시아 ⓒ 파스텔뮤직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뮤지션 루시아(심규선)가 이번엔 다소 긴 호흡으로 돌아왔다. 1년에 1장씩은 앨범을 내며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해 온 이후 약 1년가량 힘을 모으고 있었던 것.

지난 22일 루시아는 정규 2집 앨범 < Light & Shade chapter.1 >를 발표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엔 총 두 장으로 구성했다. 최근 인터뷰 차 만난 루시아는 "쉬지 않고 앨범 작업을 했는데도 다들 왜 이렇게 앨범을 안 내냐고 하는데 앞으로도 국수처럼 쭉쭉 뽑아내려고 한다"며 웃어 보였다.

"뮤지션이 1년에 1장의 앨범을 내려면 진짜 사생활 없이 작업해야 해요. 생각해보면 좀 지치는 부분도 있는데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감사해야죠. 그간 제가 갖고 있던 곡이 많았기에 억지로 짜낸 것 없이 앨범을 내온 거예요. 이번 음반도 봄철에 꽃이 피듯 제 시기를 찾아서 나온 거랍니다(웃음)."

풍부해진 앨범 구성..."음악은 도구이지 삶 자체를 이길 순 없어"

아이돌 가수나 여타 대중 뮤지션과 달리 루시아는 타이틀곡의 경계가 모호하다. 다시 말하면 앨범 전체를 고루 듣는 청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루시아 역시 한 두 곡을 밀기보다는 앨범 전체의 흐름과 곡들이 주는 시너지 효과를 생각하며 작업해왔다.

정규 2집을 두 장으로 구성한 것도 한 장에 넘치게 담기 보다는 느낌과 시기를 구분해 철에 맞게 내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두 번째 파트는 올 가을에 발매할 예정이다. 이건 어쩌면 '추남추녀'(봄과 가을을 타는 남성과 여성)를 모두 홀려버리겠다는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지 않나.

"(웃음) 그것까진 생각 못했는데! 돌아보면 항상 그 시기에 앨범을 내긴 했어요.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오랜 시간 들어주시기에 봄에 음반을 내면 여름의 뜨거운 감정을 내포하고 가을에 낼 앨범은 겨울의 혹독함까지 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봄과 가을은 특히나 예술 장르에 심취하기 좋은 때잖아요."

앨범을 준비하며 루시아는 지난해 12월까지 2개월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Music is My Life'라는 말을 곱씹으며 음악이 과연 삶 자체와 대등 시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오랫동안 해왔던 차였다.

"어릴 때는 '음악이 내 인생'이라는 말을 헛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음악에 자신의 삶이 도구로 사용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죠. 전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가며 노인이 되고 싶고, 오랫동안 삶에 대해 알아가며 존재 증명도 하고 싶어요. 사랑과 미움이라는 강한 감정도 우리 인생과 대등할 순 없습니다. 삶 자체가 소중하지 않나요. 앨범에 그걸 많이 녹이려고 했어요. 물론 완벽하다고 자신 있게 말은 못하지만 깨달아 가는 과정에 있다는 걸 보일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빛이 없으면 어둠도 없어, 서로 다르지만 우린 공존"

 루시아

루시아 ⓒ 파스텔뮤직


그런 의미에서 앨범 제목은 '빛과 그림자'도 루시아가 노력하고 깨닫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사랑에 대한 물음을 던진 노래를 비롯해, 특히 'WHO' 같은 곡은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사실 추상적이고 은유적이 되기 십상인데 루시아는 구체적인 화법으로 풀어냈다. 지난 앨범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다.

"빛과 어둠은 서로 다른 극단이라 생각하곤 하지만 빛이 없으면 어둠도 없잖아요. 지난 1년간 깨달은 바가 있어요. 반대의 것으로 보이는 게 원래는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었죠. 아무래도 제가 경험에 근거해서 노래를 해왔고 상상해서 부른 건 없어요. 겪었던 것, 이해하고 깨달은 걸 중심으로 작업을 했죠. 이번에도 그렇게 했고요.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삶에 대해 좀 더 멀리 보려는 의지가 생겼고, 연인에 대한 사랑이나 갈망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것과 달리 보다 직접적이고 선명한 느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길 원했죠."

이번 앨범의 또 다른 특징은 일단 앨범 표지로 루시아 본인 얼굴을 담았다는 점이고, 더블 타이틀곡(Be Mine, 데미안)을 내세웠단 점이다. 타이틀곡에 대해 루시아는 "'Be Mine'을 타이틀로 생각하고 작업했지만 '데미안'을 작업하고 나서 이번 음반을 관통하는 노래라고 생각해 회사에 우겨 결국 더블 타이틀이 됐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동안 소중한 사람의 사별을 접했어요. 그때 '데미안'이라는 곡이 다가왔고, 'Be Mine' 역시 그 감성을 담았죠. 노래를 통해 슬픔에 조응하려는 의도는 아니에요. 다만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라든지 물건 등을 당연하게 생각 말고 애틋하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사실 여자 뮤지션 분들이 얼굴을 앨범 커버로 담고는 하는데 전 피했어요. '홍대 여신'이라는 별칭 역시 선배 뮤지션들의 것이라 생각했죠. 속된 말로 얼굴장사에 자신도 없고요. 근데 이번 음반을 보니 예쁘게 잘 나왔네요(웃음). 악평이 있을까 많이 걱정했는데 아직까지 우려보다는 평이 나쁘진 않은 거 같아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길 바랄 뿐입니다. 가을 커버도 이미 찍어두긴 했어요(웃음)."

한층 성숙해진 루시아의 고민과 깨달음이 이번 앨범의 결정체라 할 수 있겠다. 끊임없이 삶을 노래할 수 있는 건 아마도 그녀가 최근까지 집중하고 있는 자기 치유의 덕이 아닐까. 누구나 힐링을 원하며 다양한 치유의 방법을 찾는 요즘이다. 루시아는 "외부에서 받은 상처를 외부의 것으로 치유하곤 하는데 바꿔 말하면 외부의 어떤 것도 상처를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기를 판단하거나 미워하는 걸 멈출 수 있어야 하고, 그것만 할 수 있어도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라며 진지하게 말했다.

"나를 치유하고 달래려고 노래를 만든다"는 루시아의 말을 기억하자. 그런 의미에서 < Light & Shade >는 자기 치유에 대한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루시아 심규선 산티아고 데미안 비 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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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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