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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들의 선정적 보도가 도를 넘었다. 특별히 인터넷판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보수 신문의 아이콘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아래 조·중·동)의 인터넷판과 자매지인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스포츠동아>는 아예 대놓고 성적 표현들과 선정적 구호들로 가득하다. 신문이라기보다 19금 성인잡지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대부분의 포털은 첫 화면에서 그들이 배치한 대로 뉴스를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네이버 뉴스스탠드는 본인이 구독 설정을 해주지 않는 한 첫 화면에서 주요언론사의 누리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나는 이 기능을 편리하다고 생각해 자주 이용한다.

<중앙일보> <일간스포츠>, 이래도 되나

28일자 <중앙일보> 인터넷판 메인 화면의 갈무리 사진이다.
 28일자 <중앙일보> 인터넷판 메인 화면의 갈무리 사진이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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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스탠드는 모든 신문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치한다. 여기에서부터 나의 신문읽기가 시작된다. 문제는 조·중·동이 첫 화면부터 선정적인 제목 뽑기를 한다는 데 있다. 지난 29일 오후 8시 <중앙일보>의 선정적 제목은 아래와 같았다.

내연녀 살해 후 옷 찢어 벗긴 뒤… 40대 전직 경찰관 결국
엘리베이터 함께 탄 여중생에 "잘래" 했다가
20대男 나체로 침대에 팔다리 묶여
日 원정 성매매 한국女, 누군가 하니
"유사성행위 해달라"…50대女 찾아온 男 알고 보니
미혼 여성들 등쳐 7억 가로챈 30대男, 수법이…

치골 드러난 수영복 입은 女가수, 손 위치가...

배우들 '쾌감의 절정' 표정 담긴 포스터 공개… 파격 포토
여전한 머라이어 캐리, 풍만 몸매로 무대 압도하며 사진
속옷女 수십 명 모여 도발 포즈를…무슨 일?
전처 이름 지우는 문신男, 일그러진 표정으로 움켜쥔 건
흰 옷 입은 청순女, 온몸에 물감 통째로 들이붓더니 사진
주사기 든 벌거벗은 간호사…이번엔 무슨 시위?


<중앙일보> 자매지인 <일간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네이버가 보여주는 주요언론사 뉴스스탠드 면만 그런 게 아니다. 실제로 클릭해 들어가 보니 고스란히 그 제목에 그 기사가 선정성이 짙은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같은 시간대 <일간스포츠>는 "'노팬티' 女가수, 푸짐한 엉덩이골 노출 '헉'"이라는 제목의 메인 뉴스를 실어놨다. 기사 내용을 보니 유명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가 모나코에 위치한 호텔을 떠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기사는 두 문장 4줄 짜리였다.

28일자 인터넷판 <일간스포츠>의 갈무리 사진이다.
 28일자 인터넷판 <일간스포츠>의 갈무리 사진이다.
ⓒ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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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지난 29일 치 <일간스포츠>의 선정적인 기사 제목들이다.

'노팬티' 女가수, 푸짐한 엉덩이골 노출 '헉'
英 왕세자비, 돌풍에 치마 뒤집혀 '민망 노출'
이채영, 초미니로 계단 오르기 '민망 상황' 포토
레이디가가, 관객 앞 상의 탈의 '망사스타킹만..'
'19금급' 비키니 군단 '이런 뮤비 처음이야..'
'G컵녀' 예능 출연, 압도적인 볼륨감 공개!
파파라치에 포착된 女, 비키니 입고 '파격 포즈'
日 유명 베이글녀, 볼륨이 '부담스러울 정도?'


<동아일보> <스포츠동아>도 마찬가지

<동아일보>와 자매지 <스포츠동아>도 매우 선정적이었다. 같은 시간대 <동아일보>는 선정적이거나 성적 자극을 유도하는 제목의 기사 다섯 개를 뉴스스탠드 첫 화면에 배치해놨다. 자매지 <스포츠동아>에는 "국내 지하철 4호선, 실제 성행위 커플 포착… 경악!" 등 10개의 기사가 노출돼 있었다.

같은 시간대 <중앙일보>가 선정적인 기사 13개, <일간스포츠>가 8개를 배치한 것에 비하면 적은 수치였다. <동아일보>와 <스포츠동아>의 5월 29일 오후 같은 시간대에 노출된 선정적인 기사 제목은 아래와 같았다.

20대男, 나체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경찰 수사
'엉덩이 미녀'의 핫팬츠 벗기는 개… 노팬티 "어떡해
지연, 공중파에선 못보는 '섹시 골반댄스' 선봬
톱스타 부모 둔 22세女, 맨가슴 드러낸 채 도심 활보…왜?
포토&동영상 꼭지에는 거의 성인잡지 수준이다.(이상 <동아일보>)


슈퍼모델, 이번엔 대놓고 전라노출 촬영
톱女배우, 남성 6명에 집단 성폭행 당해… 경찰 수사
국내 지하철 4호선, 실제 성행위 커플 포착… 경악!
유명배우 딸 나체 거리 활보 "가슴노출 뭐 어때서?
'2014 부산 국제 모터쇼' 차정아, 터질 듯한 애플힙
차정아, 초밀착 패션 터질 듯한 볼륨감 '헉!'
나체상태로 거리 활보 19금 노출에 '초토화'
재벌상속女, 음부 쩍벌 모자라… '충격 셀카'
해변가를 나체로? '男心 코피 쏟겠네…'
미인대회출신女, 과감 탈의…안 입었나?(이상 <스포츠동아>)


28일자 <스포츠동아> 인터넷판 갈무리 사진이다.
 28일자 <스포츠동아> 인터넷판 갈무리 사진이다.
ⓒ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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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이런 선정적 기사 제목들 사이로 "'불륜-막말 판치는 '空營(공영)방송'… 심의제재 건수 상업방송 능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였다. 신문은 이 기사를 통하여 KBS의 불륜과 막말 방송을 비판하고 나섰다. '끝장 예능'이니, '막장 드라마'니 하는 표현들을 동원하여 맘껏 방송을 때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KBS 관계자는 '시청률만 높게 나오면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는 따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회사원 박재석 씨(39)는 "선정성, 막장 논란이 터지면 '매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공영방송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동아일보> 5월 29일 자)

누가 누구의 선정성을 비판하는지 모르겠다. '똥 묻는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선정적인 기사 제목들 사이의 "'불륜-막말 판치는 '空營방송'… 심의제재 건수 상업방송 능가"라는 제목은 초라하기까지 하다.

<조선일보>와 그 외의 신문들은?

<조선일보>와 자매지 <스포츠조선>도 선정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29일 오후 9시에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놓은 기사는 각각 2개, 3개였다.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의 선정적 기사 제목은 아래와 같았다.

남자는 40차례 찔린 채 나체 상태로 묶여있었고, 여자는…
전효성, 아슬아슬한 '하의 실종 패션' 선보여(이상 <조선일보>)


경기도 여고, 男교사 3명-女학생 2명 성관계' 추잡
브루스 윌리스와 데미 무어의 딸 "젖꼭지 안돼?" 나체로 뉴욕 거리 활보
'기변투미' 메이킹영상도 네티즌 폭주, NS윤지 미공개 섹시버전 있다고?(이상 <스포츠조선>)


그 외에도 <한국경제>는 "50대 귀부인들, 호텔방서 영계男과 '발칵' " 등 6개의 선정성 짙은 기사 제목을 노출시켜놧다. 경제신문 치고는 과하다 싶을 정도다. <매일경제>가 '포토엔조이'에서 "힐튼, '헉' 소리 나는 노팬티 패션"과 '스타화보'에서 "조세희, 누드 비키니로 아찔하게!"라는 제하의 기사를 노출시키고 있다.

OSEN은 "고은아, 가슴에 손 넣고 겁 없는 섹시..." 등 3개의 선정적 기사 제목을 노출시켰다. <서울신문>에도 선정적인 기사가 3개 걸려 있었다. 보수언론이 그토록 날을 세우는 진보언론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정적인 기사는 보이지 않았다. 혹 한두 개의 기사가 눈에 띌 때도 있지만 앞선 사례에 비해봤을 때 그렇게 두드러질 정도는 아니다.

28일자 인터넷판 <스포츠조선>과 OSEN의 가장 많이 본 뉴스 화면 갈무리다.
 28일자 인터넷판 <스포츠조선>과 OSEN의 가장 많이 본 뉴스 화면 갈무리다.
ⓒ 스포츠조선,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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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성 짙은 이런 기사들이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동일의 보물창고'(http://www.han21.net/2575)에서 정동일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헤드라인만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은 성폭행의 천국, 사고의 천국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라고 말한다.

황색언론의 선정성은 진실을 호도하고 가치를 혼돈하게 한다. 유독 조·중·동에 선정성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신문들이 가치로 여기는 신자유주의 보수성이 혼란의 지대에 놓여 있다는 반증이다. 모호한 가치는 모호한 선정성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퓰리처는 이를 상업주의의 발로라고 봤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진열대에 있는 상품은 최대한 잘 보여야 한다. 그래야 팔린다. <스포츠조선>과 OSEN의 가장 많이 본 뉴스(사진)를 보면 이는 여실히 증명된다. 이런 낚시성 제목을 선정적으로 달고 있는 기사들이 잘 팔렸음(?)을 보여준다.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한 선정적 기사보다는 사실과 진실에 앞장서는 보도가 국민이 바라는 언론상이란 걸 언론들은 자각해야 할 것이다.


태그:#황색언론, #조중동, #선정성, #선정적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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