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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긴급 토론 - 세월호 참사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김호기 교수,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세월호 참사 <10만인 클럽> 긴급토론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긴급 토론 - 세월호 참사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김호기 교수,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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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이거 하나만 약속합니다. 여러분, 세월호 참사 이후 '나 이민갈거야' 이런 말 많이 하시죠? 이제는 농담이라도 하지 맙시다. 여기 있어야 합니다. 이민 가지 않겠다고 저랑 약속 하시겠습니까?" 

28일 <오마이뉴스>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열린 토론회 '세월호 이후,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이 청중에게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안타깝게도 절망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서해훼리호가 침몰하고,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는 등 큰 재난을 여러 번 겪었지만 또다시 세월호가 침몰한 것은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하지 못한 시민의 잘못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세간에서 분석하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동의하지 못했다. 일각에서 '재난 안전 매뉴얼을 만들지 못했다'는 의견에 대해 "아무리 두꺼운 매뉴얼이라도 전문가가 모여 일주일이면 만든다"라며 "중요한 것은 훈련과 연습"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런데 우리는 전쟁에 대비하는 민방위 훈련만 해왔고, 정작 시민의 안전과 생명 위협에 대비하는 연습을 하자고 정부에 요구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시민 중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도록 시민이 직접 감시하고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소장은 "오늘부터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그는 희망제작소에서 준비 중인 위험지역과 위기 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을 지도상에 표시하는 '시민안전지도 만들기', 시민단체 후원을 생활화하자는 '노란지갑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며, "남들이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일단 나부터 시작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자"고 말했다.

"산업화와 신자유주의 등 앞만 보고 달려온 모습 반성해야"

또 다른 발제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이전 참사보다 슬픔과 분노의 깊이가 큰 것은 "우리가 위기의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전 점검으로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었고, 구조 가능성이 적지 않았음에도 한명도 구출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 다수가 '국민 없는 국가'에 살고 있으며, '국가 없는 국민'이 된 심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위기로부터 공동체를 구출하려면, 이런 위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당장 재난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산업화와 신자유주의 등 앞만 보고 달려온 스스로를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욕망에 충실한 사회였지만 이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경제적 가치와 노동·복지 등 인간적 가치가 공존하는 '살림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연호 대표는 '자존감과 연대의식의 부재'를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많은 문제 중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무책임하게 탈출한 것은 자존감과 연대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세월호 뿐만 아니라 전체 내항 여객선을 분석해 봐도 70%이상이 비정규직"이라며, 자존감과 연대의식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을 지적했다.

그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덴마크의 택시노동자와 식당 점원의 사례를 예로 들며, "기본소득이 보장되고 사회안전망이 튼튼한 나라의 노동자들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자존감이 넘친다"고 설명했다. 또한 "덴마크가 세계 1위 행복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룬트비 농민운동, 협동조합 만들기 등 150여 년 동안 시민이 주도한 운동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까지 한국 사회는 '미국의 길'만 따라왔는데 이제는 덴마크와 같은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토론회 말미에는 청중의 참여도 활발했다. 한 중년 남성은 "이번 참사로 사회 곳곳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사람들이 분노만 할 뿐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여성은 "가장 중요한 것은 유가족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라며 "지금 밖에 나가면 노란리본을 단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데 오늘 이 시간부터 다시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자"고 제안했다. 한 중년 남성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기본권인 '투표권'을 충실히 활용하자"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 #덴마크 , #이진순, #김호기,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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