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 서산시 마선거구(동문1~2동, 수석동)에 출마한 무소속 정진호 후보의 모습
▲ 자전거로 골목길 누비는 후보 충남 서산시 마선거구(동문1~2동, 수석동)에 출마한 무소속 정진호 후보의 모습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은은한 커피향이 좋다.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워진 실내 풍경은 아늑한 카페와 비슷하다. 출입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기타 연주하던 중년 남성이 반긴다.

"어서 오세요. 정진호 후보 사무실입니다."

6·4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가 선거사무실에 카페를 차렸다. 충남 서산시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진호(44, 마선거구)가 그다. 매일 아침 커피 내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이 카페의 유일한 바리스타다.

정 후보는 하루 대부분을 자전거로 골목길을 누비며 보낸다. 언뜻 한가해 보이지만 그는 생애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8일 그의 선거사무실 '정진호의 풀뿌리 마을카페'를 찾았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선거캠프가 이색적이다. 카페로 연 이유는?
"후보자들의 선거사무실을 가보면 대개 정당인 또는 후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일반 유권자는 없다. 평범한 유권자가 쉽게 후보자 사무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선거사무실을 카페로 열었다. 편안하게 후보자를 만나고 주민들이 삶을 공유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 직접 로스팅을 하는지.
"7~8년 전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할 때, 시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창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때 교육 프로그램 중 바리스타 과정이 있어 배웠다. 요즘은 선거사무실에 나오면 가장 먼저 커피 내리는 일을 한다."

- 바리스타인가?
"전문가는 아니고 초보 수준이다. 커피는 볶는 온도에 따라 몇 백 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쓴맛의 정도만 구분하는 실력이다. 개인적으로 평상시 차를 즐겨 마신다.(웃음)"

- 가격이 없다. 커피는 무료 제공인가?
"그렇다. 관련법에 따르면 선거사무실에서 1인당 3000원 미만의 다과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 가까운 지인이 집에서 만들어 온 식혜도 종종 제공한다."

"정당 얽매이지 말고 인물 보고 선택하시길"

- 어떤 주민들이 방문하는가?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 무렵에 자주 찾는다. 이전에도 이곳은 커피숍이었다.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들까지 합하면 하루 100명 정도가 찾아온다."

- 카페는 6월 4일까지만 운영되나?  
"지금까지 계획은 그렇다. 하지만 아쉬워 하는 주민이 많아 고민이다. 계획된 것은 아니나 향후 협동조합으로 마을카페를 운영하면 좋을 듯하다. 편안하게 동네 이야기를 하고 지역을 바꾸는 토론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있다."

선거사무실을 카페로 차린 정진호 후보가 커피를 내리는 모습
▲ 커피 내리는 후보 선거사무실을 카페로 차린 정진호 후보가 커피를 내리는 모습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 선거사무실인데 후보 사진보다 마을풍경을 담은 사진이 더 많다.
"지역구 마을 사진인데, 재개발로 철거가 예정된 곳이다. 앞으로 아파트가 들어서 현재 모습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마을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세 달 전부터는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마을 연재'를 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주민들이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자연부락이라서 골목도 많고 집의 형태도 다양하다. 참 아름다운 동네다."

- 화제를 바꿔 보자. 정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유는?
"정당정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풀뿌리 정치는 정당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 정당정치는 국회 단위에 필요하다. 정당정치의 구조 속에서 지역사회가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실제로 현역 시의원에게 물어봐도 '필요없다'고 말한다. 풀뿌리 지역은 정당정치의 폐해만 심각하다."

- 자전거 타며 선거운동을 한다고 들었다.
"지역구가 구도심이다. 골목길이 많아 자연스레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루 대부분 자전거 타고 골목길을 누비다 보니, 밤이 되면 몸이 엄청 피곤하다. 좋은 자전거가 아니라 충격 흡수가 잘 안 된다.(웃음)"

- 주요 공약은?
"그동안 시민사회운동을 하며 이슈 좇기에 바빴다. 하지만 마을에 살면서 마을이 모든 운동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작은 단위의 마을부터 변화시키고 주민들의 참여를 이끈다면 지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본다. 마을이 희망이고 마을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출마했다. 정책의 기본 단위는 마을이어야 한다. 주민들의 삶 속에서 문제를 찾고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 당선 가능성은?
"당선 가능성을 논하기 전에, 출마를 하면서 생각한 것들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지지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내가 생각하는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유권자들에게 반응이 좋아 다른 출마 후보자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올바른 선거문화를 다지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가능성을 확신한다."

- 출마를 위해 펀드를 개설한 것으로 안다. 목표액은 달성했나?
"다행히 목표액은 도달했다. 지지자들의 도움이 컸다. 개인적으로 재산이 없다. 월세 산다.(웃음) 하지만 선거라는 게 돈이 의외로 많이 든다. 다른 후보가 한다고 다 하면 한도 끝도 없다. 건강한 선거를 위해서도 돈 드는 선거운동을 지양해야 한다."

- 끝으로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당을 떠나 꼭 투표에 참여했으면 한다. 생활의제가 정치의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시민이 주체적으로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이 '갑'이고 후보자가 '을'인 정상적인 관계가 성립된다. 지금은 정반대다.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라고 대화조차 거부한다. 출신학교와 고향부터 묻는 유권자도 많다. 연고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인물을 보고 선택했으면 한다."

정진호 후보에 대해 궁금하다면 그의 선거사무실이자 카페를 찾아 커피 한 잔을 마셔보는 것도 방법이다. 충남 서산시 동문동 광장 근처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정대희 기자는 2014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방선거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합니다.



태그:#6.4지방선거, #서산시, #정진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