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배우 송강호와 전지현이 각각 영화, TV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제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배우 송강호와 전지현이 각각 영화, TV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일간스포츠


지난 27일 제 5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이 치러졌다. 영화인과 방송인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를 축하해주는 자리다. 이번에도 수많은 연예인들이 총출동했고, 각 부문 후보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레드카펫을 밟은 이들의 화려한 포토타임, 스타들의 눈부신 모습, 수상자들의 재치 있는 수상소감들로 꽉 채워진 시상식이었다.

영화 작품상은 <변호인>으로 돌아갔고, 영화 감독상은 <설국열차>의 봉준호, 영화 남자 최우수 연기상은 <소원>의 설경구, 영화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이 수상했다. 영화 남자 조연상은 <관상>의 이정재가, 영화 여자 조연상은 <감시자들>의 진경이, 영화 남자 신인상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이, 영화 여자 신인상은 <우아한 거짓말>의 김향기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TV부문에서는 <굿닥터>가 작품상을 받았고, <그것이 알고 싶다>가 교양 부문 작품상, <꽃보다 할배>가 예능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TV 연출상 수상자는 <밀회>의 안판석이었고, TV 남자 최우수 연기상은 <정도전>의 조재현, TV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보영에게로 각각 돌아갔다.

TV 남자 신인 연기상은 <응답하라 1994>의 정우, TV 여자 신인 연기상은 <기황후>의 백진희가 수상했으며, TV 남자 예능상은 <마녀사냥>의 신동엽, TV 여자 예능상은 <개그콘서트>의 김영희가 받았다. 백상예술대상이 수여하는 가장 큰 상이자 하이라이트인 대상은 영화 부문은 <변호인>의 송강호, TV 부문은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에게로 돌아갔다.

언제나 그랬다. 시상식이 치러지고 수상자들이 발표될 때마다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었다. 영화 시상식은 대부분의 상을 한 작품에 몰아주는 경우가 많아 편파적 결정이라는 쓴 소리를 들어야 했으며, TV 연기대상은 공동 수상과 의미 없는 인기상 남발로 헤픈 시상식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와 TV 부문을 종합하여 시상하는 자리라 자칫 잘못하다가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예전에도 수상 결과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모든 시상식이 그렇듯 백상예술대상 역시 석연치 않은 수상 결과라는 비난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만은 없었다.

50주년이라는 역사는 백상예술대상에게는 커다란 자긍심이기도 하다. 이렇다 저렇다 해도 이렇게 긴 세월 동안 영화인들과 방송인들에게 축하의 뜻을 표했다는 것은 감사할 만한 일이다. 수상 결과를 발표함에 있어서 한편으로는 부담감과 신중함이 배가됐을 테다. 반세기를 지낸 방송인들의 축제를 편협한 수상 결과로 인해 얼룩지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백상예술대상은 수상 결과에 있어서 사뭇 남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보다 신중을 기했다는 것이 읽혔고, 편중된 수상을 배제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오랜만에 흡족할 만한 수상 결과를 맞이할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수상을 한 자들과 수상을 축하하는 이들 모두 축제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영화 작품상을 <변호인>에게 안겨줬다는 것에 뜻 깊은 속내가 보인다. 정치적 성향을 띠어 영화제의 작품상 수상으로는 껄끄러울 수 있었을 텐데도 백상예술대상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는 외압이라든지 다른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기도 하다.

 제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한 (왼쪽부터) 배우 설경구, 심은경, 이보영, 조재현.

제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한 (왼쪽부터) 배우 설경구, 심은경, 이보영, 조재현. ⓒ 일간스포츠


TV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조재현에게 준 것도 이례적인 용단이다. <정도전>은 동시간대 방송되지 않았지만 시청률 면에서 <기황후>에게 밀렸던 사극이다. 조재현이 연기를 잘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품이 인기가 있어야 수상자로서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백상예술대상은 그 틀을 깨고 조재현에게 큰 상을 안겨줬다. 인기나 선호도로 연기상 수상자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설경구도 마찬가지다. <소원>은 크게 흥행하지는 못한 작품이다. 설경구는 연기자로서는 훌륭하지만 사생활로 인해 대중들과 거리감을 갖게 된 배우다. 그런 그가 최우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 역시 작품 속 연기, 그것 하나만 보겠다는 백상예술대상의 의지가 담겨있는 수상 결과가 아닌가 싶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수상소감을 밝힌 송강호도 멋졌지만, 그에게 영화 부문 대상을 수여한 백상예술대상도 멋졌다. 송강호는 여러 차례 수상했다는 이유와, 다소 불편한 영화들의 주인공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한 동안 영화 시상식에서 찬밥 신세가 됐었다. 하지만 백상예술대상은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으로 3000만 관객을 동원한 그의 공로를 외면하지 않았다. 당연히 대상은 그의 차지라고 여기고 그에게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 상이 돌아가더라도 말은 나오기 마련이다. 팬덤이 많은 이가 고배를 마실수록 불만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의 수상 결과는 여러모로 적절했다. 50주년다웠고, 그 만큼 뜻 깊은 자리가 아니었다 싶다. 이변이 아닌 듯했지만 그 자체가 이변이었던 수상 결과, 내년 백상예술대상도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
백상예술대상 전지현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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