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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지방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을 선출하는 6.4지방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가 지난 20일 보수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임원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사실 이 모임은 이날 참석한 한기총 부회장이 세월호 참사 관련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관련) 눈물을 흘릴 때 함께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은 모두 다 백정이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여론의 뜨거운 질타를 받았다.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측은 지난 23일 JTBC와 한 인터뷰에서 한기총 임원회의에 참석한 적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측은 지난 23일 JTBC와 한 인터뷰에서 한기총 임원회의에 참석한 적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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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임원회의에 고승덕 후보가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24일 고 후보측은 서둘러 "한기총 임원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조 목사의 세월호 관련 발언 시에는 현장에 없었다"라며 "회의가 끝난 뒤 회의장에 들어가 임원진과 약 5분간 인사를 나눴으며, 이는 통상적인 종교계 방문 일정이었다"라고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그러나 고 후보측 해명은 고승덕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거짓말 논란으로 확대됐다.

인사를 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공개된 후에노 고승덕 후보는 "한기총 회의 참석 문제는 사진자료가 공개되었어도, 제 말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한기총 임원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끝났다는 말을 듣고 회의실로 안내 받았으며 회의가 끝난 후 짧게 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명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거짓말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고승덕 후보를 동행 취재했던 기자들이 '고승덕 후보가 회의 시작 전에 이미 회의장에 도착해 인사를 나눴으며, 중간에 다시 들어와 정식으로 인사했고, 회의가 끝날 때까지 앉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원칙 어긴 고승덕의 신우회 발언

일부 언론들은 교육감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특정 종교단체 임원회의에 참석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난 고승덕 후보가 해명하면서 내놓은 거짓말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책적 성향이나 교육에 대한 이해는 다를 수 있지만, 거짓말 하는 후보는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 교육감으로서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 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 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회의가 끝난 뒤 잠깐 인사만 했다는 해명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선거 시기에 개신교 신자인 고 후보를 회의시간 동안 기다리게 했다가 인사만 받고 보냈다는 것도 납득이 안 된다. 이 의혹은 한기총과 고후보가 도착시각과 회의 시작·종료시각, 참석시각 등에 대한 명백한 근거를 내놓으면 쉽게 해소될 것 같다. 회의 내용을 기록한 동영상이 있으면 공개하면 되겠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CCTV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라도 찾아서 공개하면 논란은 쉽게 정리될 것이다.

거짓말 논란 외에 고승덕 후보의 한기총 임원회의 참석 자체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이날 한 발언이다. 고 후보는 "신우회 활동 같은 것이 많이 위축이 되어 있다, 신우회 못하게 하는 학교들이 꽤 된다고 얘기 들었다"라며 "그런 부분들을 시정하고, 하나님 그리워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 신앙만큼 하나님나라 구현하면서 살겠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우회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초중교고 교직원들의 모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종교의 자유를 헌법적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종교를 박해할 수 없지만, 특정 종교만 편향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금지한다는 선언이다. 교육기본법에도 교육의 종교적 중립성이 규정돼 있다. 변호사에 고시 3관왕인 고승덕 후보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이런 헌법적 원칙인 종교의 자유를 공직사회에서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공무원법 제59조의2(종교중립의 의무)는 "①공무원은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②공무원은 소속 상관이 제1항에 위배되는 직무상 명령을 한 경우에는 이에 따르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친절·공정한 업무 처리)는 "②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종교 등에 따른 차별 없이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승덕 교육감 후보의 학교 내 신우회 지원 발언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원칙을 어겼을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는 국가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의 종교중립의 의무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전교조 비방 선거전략

이 신우회 발언에 조계종 평화위원회, 종교자유정책연구소와 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등 불교계뿐 아니라 다른 종교 단체들까지 발끈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의 교육 정책을 이끌어 가야할 서울교육감 후보가 학내에서 특정 종교 활동 지원을 약속하며 지지를 부탁한 것만으로 후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 후보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종교동아리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가 있다는 말에 종교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지난 27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신우회...하나님 나라 구현" 고승덕 한기총 해명은 거짓말?>에 따르면, 해명조차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MB정부 때 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종교 관련 처신과 개신교 편향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종교계와 정부가 갈등을 빚었던 것을 떠올리면,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 그가 초중등교육의 수장을 맡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문제는 더 크다.

이 모임에서 문제가 된 발언은 또 있다. 언론에 보도된 "전교조는 무슨 수를 쓰든 조처하겠다"는 발언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고 후보는 해명자료를 통해 "'전교조는 무슨 수를 쓰든 조처하겠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한기총의 한 인사가 '전교조 좀 제대로 해봐요'라고 해 '네'라고 답했을 뿐"이라며 "정확한 표현은 '전교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임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28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해명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고승덕 후보는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이 "전교조와 싸울 용기가 있느냐"라고 묻자 "전교조만큼은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고 후보가 '전교조 관련해서 동조할 수 없다,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뉘앙스로 분명히 말했다, '네'라고만 말하진 않았다"는 당시 현장 취재기자의 발언을 덧붙였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매니페스토정책선거실천협약식에서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매니페스토정책선거실천협약식에서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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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후보는 앞서 문용린 후보가 전교조와 혁신학교를 빌미로 조희연 후보를 공격하는 것을 두고 '교육에는 진영논리가 작용해선 안 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랬던 고 후보가 "전교조는 좌편향적인 교육을 하고 정치에 관해서 집단행동 하는 그런 부분들이 일부 잘못된 게 있다"고 말했단다. 고 후보의 이 발언은 이중적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전교조를 비방하는 선거 전략이 종종 등장했는데, 올해 선거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 교사만 6만 명에 가깝고 매일 그들에게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수백만 명이다. 교총과 더불어 우리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교원단체를 좌파, 종북으로 매도한 뒤 당선된 교육감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특히 교육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런 발상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고승덕 후보가 찾은 한기총과 전교조는 2000년대 내내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한 바 있다. 전교조는 사학비리 척결과 민주화를 위하여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한기총은 종교의 자유라는 건학이념을 명분으로 개정을 반대했다. 최근에는 학생인권조례 문제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성향은 달라도 함께하는 것이 현실이고 운명인 상황이라면, 특히 그것이 교육 분야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정 단체를 비난하거나 거기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정략적 행위는 하지 않았어야 한다. 고승덕 후보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 아닌 것으로 확인된 영주권 의혹, 하지만...

서울의 조희연 후보를 비롯해 부산의 김석준, 강원의 민병희 등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다수 후보들이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인 교총이나 다른 교원노조를 비난하는 선거 전술을 쓰는 것을 거의 못 봤다. 이런 측면에서 고승덕 후보의 '전교조 조치' 발언은 노골적인 색깔론은 아니지만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략적 색깔론의 아류나 다름없다.

고승덕 후보와 조희연 후보가 벌이던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소지 관련해서는 최근 고승덕 후보가 비자와 여권 등 서류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이에 대한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기자 또한 고승덕 후보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고 후보의 영주권과 더불어 불거진 고 후보 자녀들의 시민권 문제는 그냥 넘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자녀들도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고 후보는 아이가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감 후보로 나선 이가 자신의 자녀는 해외에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이가 미국에서 태어났고 가정사로 인해 부득이하게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초중등교육에 대한 큰 포부를 가지고 후보로 나선 이라면 초중등자녀들을 둔 부모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의 자녀는 해외에서 공부시키면서 교육감이 되겠다고 나선 이를 좋은 마음으로 찍어줄 부모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고승덕, #한기총, #미국 영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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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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