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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에서 거리유세를 하던 중 수박을 들고 두드리고 있다.
▲ 정몽준 "수박이 잘 익었습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에서 거리유세를 하던 중 수박을 들고 두드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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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2일 KBS 방송연설을 통해 "서울호는 가라앉고 있는데 선장인 박원순 시장은 시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제는 희망을 얘기할 때이다, 제자리걸음만 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를 '세월호'에 비유하며 2011년 10.26 재보궐선거 이후 시장직무를 수행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를 '세월호 선장'에 빗댄 것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에게 탈출 방송 대신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 대형 참사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박 시장이 일을 하지 않아 서울을 망치고 있다는 맹비난이었다. 

이와 함께, 정 후보는 "누구나 말은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실천할 수는 없다"라며 "시민운동을 하시던 시장은 소소한 잔소리는 할지 몰라도 서울을 바꾸는 큰 그림은 그릴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2002년 월드컵 유치와 현대중공업 그룹 경영 경험을 앞세우며 '일(자리)·복(지) 터진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도 했다.

박원순 후보 쪽은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치고는 도를 넘은 것"이라고 발끈했다. 특히, 정명수 캠프 부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정몽준 후보의 27년 국회 활동은 어떠했는가"라며 "정 후보가 (의원 재직 27년 동안) 대표발의한 법안은 15개에 불과하다, 그 중 네 개는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안을 재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도대체 국회에서 무얼 했는지 궁금하다"라며 "진정 가만히 있으라 했던 분은 정몽준 후보가 아니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즉, "3년 동안 일하지 않은 시장"이란 비판에 "27년 동안 일하지 않은 의원"이라고 되받아친 셈이다.

27년간 1인·대표 발의한 법안 수 15개... 그나마도 '재탕법안' 포함돼

실제로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정 후보의 입법활동은 박 후보 쪽의 비판대로다.

정 후보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등원했다. 이후 정 후보가 19대 국회까지 자신의 이름을 포함시킨 법안 발의 수는 총 250건이다. 그러나 정 후보가 1인 발의하거나 대표발의한 법안 발의 수는 총 15건에 불과하다.

발의한 법안이 실제 국회 본회의를 거쳐 법제화된 경우도 단 3건이다. 1988년 발의한 '소득세법 중개정안'과 2008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 일부 개정안'은 대안으로 다른 법안에 반영돼 법제화됐다. 정 후보가 2001년 발의한 '교육기본법 중개정안'은 수정가결됐다.

박원순 후보 측이 지적했던 '재탕법안'은 정 후보가 2001년 발의했던 '외국대리인 로비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안'이 대표적 사례다. 외국정부·정당·외국인·외국법인 등 '외국당사자'에게 의뢰받은 외국대리인, 즉 로비스트를 법무부에 등록시켜 건전한 로비활동 및 입법과정 등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정 후보는 이 법안은 2004년과 2011년 다시 대표발의했다. 2011년 발의 때는 '외국이익대표행위자의 등록에 관한 법률안'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해당 법률은 매번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04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딱 한 차례 다뤄졌지만 당시 '국내 로비스트법도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이유에 밀려 폐기됐다.

2011년 발의했던 사회서비스품질관리법안·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임기만료로 폐기된 후 2012년 8월 다시 발의됐다.

이같은 '실적'은 4년 임기를 채 채우지 못한 19대 국회의원보다 못하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정리한 각 국회의원 별 대표발의·1인발의 건수를 살펴보면, 이명수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지난 2012년 5월 30일부터 올해 5월 19일까지 모두 170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하거나 1인 발의했다.

2012년 5월 30일부터 올해 5월 24일까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대표발의 법안 건수 1만221건을 19대 국회에 등원했던 의원 300명으로 단순 계산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의원 1인당 평균 대표발의 법안 건수는 34.07개에 달한다.

이는 18대 국회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012년 2월 발표한 '18대 국회의원 법안 발의 및 가결 분석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8대 국회 당시 국회의원 1인당 법안 발의 건수는 32.5건이었다. 정 후보는 이 보고서에서 '법안 발의 10건 미만' 현역 의원 28명 중 1명으로 꼽혔다.

입법보다 두드러진 의원외교활동... "의미있는 법안 발의 여부가 더 중요"

물론, 법안발의 숫자라는 '양'으로만 의정활동 전부를 평가할 수는 없다. 실적 중심의 양적 평가에 치우치다 보니, 일부 의원들이 법률안 발의를 남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안 발의를 제외한 정 후보의 의정활동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의원외교활동이다. 정 후보는 19대 국회 들어 발족한 한·중 의원외교협의회의 초대 회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2월에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초청을 받고 여야 의원 40여 명과 함께 3박 4일간 중국을 방문했다.

18대 국회에서는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하기도 한 그는 이같은 활동으로 쌓은 경험과 인맥을 이용, 지난해 2월 미국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며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15대 국회 때부터 한일의원연맹의 부회장, 고문 등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국회의정 및 선거, 공약이행 등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으로부터 2006년, 2007년 2년 연속으로 통일외교통상 분야 국정감사 우수국회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정 후보 측도 "법안발의 숫자만으로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수희 캠프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성실히 직무를 수행한다'고 선서한다"라며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입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발의한 법안 개수만 따질 게 아니라 얼마나 의미있는 법안을 발의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라며 "정 후보는 당대표 당시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지방의회 여성의무공천제'를 반영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관철했고 공공기관 여성임원 할당제도를 담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발의한 바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법안 발의뿐만 아니라 문제있는 법을 반대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현재 국회에서 논란되고 있는 국회 선진화법에 대해서도 정 후보는 끝까지 반대의사를 편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태그:#정몽준, #박원순, #의정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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