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편집자말]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다 전교조 때문이다!'

보수세력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교조는 만악의 근원이다. 보수세력은 무슨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전교조를 꺼내든다. 그러면서 말한다. 전교조가 순진한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게 선동하고 정치편향 수업을 한다고. 과연 그런 것일까?

전체 교원 중 13.3%가 전교조 소속... 35%는 교총

큰사진보기
▲ 교원단체 가입현황 2010년 조젼혁 의원실에서 공개한 교원단체 가입현황
ⓒ 조전혁 의원실	관련사진보기

실제 전교조에 소속된 교사는 얼마나 될까. 2010년에 있던 교원단체 명단공개 파문을 기억하는가? 당시 한나라당 소속 조전혁 의원이 교원단체 소속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었다. 이 명단에 따르면 45만5907명의 교원 중 6만1273명이 전교조 소속으로, 전체 교원의 약 13.3%의 수다.

그에 반해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약칭 교총) 소속 교원은 16만 280명, 전체의 34%다. 전교조 소속 교사보다 월등히 많았다. 거기다 교장 교감 상당수가 교총 소속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교조 교사가 학생들을 선동하거나 정치편향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이 정치편향 수업을 하면 학교 내에서의 위치와 인원 수가 우세한 교총 소속 교사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전교조 교사가 아닌 교총 교사가 정치편향 수업

오히려 전교조 교사보다 교총 소속 교사가 정치편향 수업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대학생인 이아무개군은 교총 교사에게 정치편향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3년 전, 부산에서 중학교 3학년 때 교총 소속 역사 교사에게 친박정희 정치편향 수업을 들었다. 그 교사가 교총이었던 것은 내가 학부모 상담을 통해 들은 거라 확실하다. 일제강점기 부분을 배우다가 그 교사가 느닷없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북한을 물리친 구국의 영웅이고 박 대통령이 경제발전해서 우리가 이렇게 먹고사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일어업협정으로 독도를 팔아먹었다고도 했다. 또 다른 교총 소속 사회 교사에게서도 정치 편향 수업을 들었다. 그 교사는 사회 시간에 항상 EBS 다큐를 틀고는 EBS가 좌편향되어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교육을 받고 매우 심한 거부감이 들었다. 교사에게 차마 대들 수가 없어 이를 듣고도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어서 이 군은 그에 반해 전교조 교사에게서는 정치편향 수업을 듣지 못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교총 소속 교사와 달리 전교조 소속 교사에게서는 정치편향 수업을 단 한번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아이들을 인간으로 대우하는 인격자셨다. 졸업할 때까지 아이들을 체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필자도 학교에서 1학년 때 교총 출신 교사에게서 정치편향 수업을 들은 적 있다. 그 교사는 장장 두 시간에 걸쳐서 박정희 대통령과 미국의 업적을 칭찬하는 말을 이어갔다. 결국 참다 못한 아이들이 교사에게 항의했을 정도였다.

문제는 전교조가 아닌 보수세력에게 있다

"전교조는 좌측 편향적인 교육을 하고 정치 관련 집단행동을 하는 부분에서 일부 잘못된 게 있다."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23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6·4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보수 교육감 후보들 사이에서 전교조를 향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일선에는 단연 문용린 교육감이 있다. 지난 5월 20일 '전국 보수 단일후보 10인 교육정책 협약식'에서 문 교육감은 '종북좌파 이념을 주입하는 전교조와 좌파세력으로부터 어린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누가 편향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발언만 놓고 보자면 전교조 보다는 보수세력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말을 되돌려드린다.

"수구 보수적으로 편향된 사고를 가르치는 보수세력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