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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후보측은 19일 정몽준 후보가 '독자적 핵무장'을 언급하였다고 정몽준 후보의 발언을 왜곡하고 있다. 정몽준 후보 발언의 근본 취지는 '한반도의 비핵화'다."(20일, 이수희 선거대책위 대변인)

'대선급' 이슈 하나가 서울시장 후보 선거전에서 나왔다. 통일·외교·안보분야의 핵심의제인 '북핵문제'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 1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평가해 달라는 패널의 요청에 "'너희(북한)가 핵무기를 10개 만들면 우리는 100개를 갖다 놓겠다'고 해야 그 사람들이 (핵실험 등을) 중단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쪽에서 "위험천만한 독자핵무장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후보쪽의 이수희 대변인은 "정 후보 발언의 근본취지는 '한반도의 비핵화'다"라고 반박했다. "북한의 핵무장 전략에 끌려다닌 대북전략을 우려한 것이다"라는 설명이다.  

2차 북핵위기 계기 '보수 강경론'으로 선회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답변하는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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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후보는 이날 발언에서 "북한이 모든 주도권을 가지는 포지티브 인센티브 시스템을 네거티브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가 표현한 '네거티브 인센티브 시스템'이란 남측이 "너희(북한)가 핵무기를 10개 만들면 우리는 100개를 갖다 놓겠다"라고 북측에 맞대응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 후보가 "북한의 비핵화를 가장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라고 주장해왔지만, 이날 발언은 그가 오랫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미국 전술핵 배치'나 '핵무기 보유' 등 핵무장론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원래 대북화해협력정책('햇볕정책')을 지지해왔던 정 후보는 지난 2002년 2차 북핵위기를 계기로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다. 지난 2002년 10월 17일 한미 양국에 의해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 발표되면서 자신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다. 이후 그는 '안보논객'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북핵문제에 관한 한 '보수 강경론'을 유지해왔다.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지난 2002년 당시 정 후보는 대북정책에서 "가장 극적인 태도변화"를 보인 대선후보로 평가받았다. <한겨레>(2002년 10월 30일자)는 "정몽준 의원은 '대화·협력 상대로서의 북한' 인식을 버리고 원점에서 대북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쪽으로 최근 선회했다"라고, <국민일보>(2002년 11월 14일자)는 "정몽준 후보는 당초 햇볕정책을 강하게 지지했으나 북한 핵문제를 계기로 갑자기 강경책으로 선회했다"라고 평가했다. 그가 내놓은 경수로 건설과 중유 공급 중단 등의 북핵 해법은 한미일 정부의 공식 의견보다 수위가 높았다.

박근혜, 전술핵 재배치에 "핵없는 한반도" 반박  

그러한 '선회 과정'을 거치면서 정 후보는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2월 24일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우리가 핵을 갖고 있어야 역설적으로 북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라며 "북핵이 폐기되는 순간까지 최소한 (미국의) 전술 핵무기 재반입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정 후보의 발언을 "지난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 선언에 따라 남측에 배치한 전술 핵무기를 모두 철수한 바 있다. 하지만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답변에서 "전술 핵 관련해 미국과 논의한 적도 없고, 앞으로 논의할 여지도 없다"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우리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라고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보수파 정부인 이명박 정부조차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등 핵무장론을 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정 후보의 '북핵 강경론'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지난 2011년 3월 29일(현지시각)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한 특강에서 "핵카드(counter-nuclear force)만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라며 "전술핵 도입은 최소한의 조치다"라고 말했다. 당시 <세계일보>(2011년 4월 22일자)는 그의 '전술핵 재배치 행보'의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북한의 핵무장 강화에 대한 국내의 불안, 반감이 커지는 상황을 계산한 '선제적 대응'으로 보였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그로서는 보수층 흡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인 듯했다."

정 후보의 경쟁자였던 박근혜 현 대통령은 "전술핵을 다시 우리나라에 들여온다는 것은 최선의 대안이 아니다"라며 "한미 동맹을 통한 실효적인 억제력과 핵우산이 작동하고 있고, 핵없는 한반도는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현해야 할 가치다"라고 정 후보의 핵무장론을 반박했다(2011년 9월 1일).

'전술 핵무기 배치론'에서 '독자핵무장론'으로 업그레이드

이후 정몽준 후보의 '전술 핵무기 재배치론'은 '핵무장론'으로 한단계 높아졌다. 지난 2011년 6월 13일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아산플래넘 2011 핵의 미래' 개막식 영어연설이 그 시작이었다. 그는 이 연설에서 "북한의 핵무기에 대항할 수 있는 핵무기 보유만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난 2012년에는 아예 '독자적 핵무장론'을 명시했다. 지난 2012년 6월 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그토록 우려했던 북한 핵무장이 현실화됐다, 미국에 의존하는 핵전략을 넘어 우리도 핵무기 보유 능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절대무기로, '핵에는 핵'이라는 '공포의 균형' 없이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 우리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원하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려면 역설적으로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하며 당장 자체 핵무기를 갖지 않더라도 적어도 보유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 후보는 "전갈이 맹수를 위협하기 위해 독을 갖고 있다"는 비유를 들어 "우리도 (핵무장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대선 공약에 '자체 핵무기 능력 보유'를 포함시켰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그동안의 전술핵 배치 주장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근혜 전 대표 등 당시 다른 대선주자들이 '복지행보'를 이어간 것과는 선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편 정 후보는 지난 2012년 4월 19대 총선 당시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70여 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에 의해 '낙천·낙선후보'로 선정됐다. 공동행동은 당시 정 후보 등을 포함 총 54명의 '찬핵 정치인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까지 나서서 "전술핵 재배치 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 후보는 북핵 강경론을 일관되게 이어갔다. 그는 북한에서 3차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인 지난 2013년 2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한 극단적인 모험주의를 선택했는데 이제 우리도 지금까지와 다른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결단의 시기가 왔다"라며 "우리로서는 북핵 폐기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 스스로의 핵 억제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음날(2013년 2월 13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참석해서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최소한의 자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라며 "자체 핵제력 보유가 필요하다"라고 거듭 핵무장론을 설파했다. "이웃집 깡패가 최신형 기관총을 구입했는데 우리가 돌멩이 하나 들고서 집을 지킨다고 할 수는 없다"라는 비유도 곁들였다.

정 후보는 지난 2013년 2월 19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주최하는 '아산 핵 포럼'에서도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할 때까지 모든 것을 1992년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려 놓은 것뿐이다"라며 "제가 전술핵 도입을 주장한 것은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핵뿐이기 때문이다"라고 다시 전술 핵무기 재배치론을 꺼내들었다. 

특히 정 후보는 '이스라엘 모델'을 언급하면서 '독자적 핵무장론'을 합리화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미국과 매우 가까우면서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라며 "핵무장을 하는 것이 북한과 '빅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해 3월 18일에는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 CNN과 한 인터뷰에서도 "북핵 억지력을 위해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는 핵을 보유할 수 없다고 본다"라고 반박했다(2013년 2월 20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전술핵 여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며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2013년 2월 15일).  심지어 마틴 뎀프시 미 국방부 합참의장까지도 "우리는 어떤 동맹국에서도 핵을 개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2013년 4월 11일).

그가 핵무장론을 고집하는 '흥미로운 이유'

이렇게 미국까지 나서서 '핵무장론'을 반대하고 나섰지만 정 후보는 고집스럽게 핵무장론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2013년 11월 20일 대정부질문에서도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핵이 없는 우리가 선제타격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핵무기는 핵무기로 대응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냉전이 주는 교훈이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가 무모하게 보이리만치 핵무장론을 고집하는 이유와 관련해 2013년 4월 26일자 <한겨레>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한겨레>는 '무기상 정몽준의 핵무장론'이라는 칼럼에서 현대중공업이 조선업뿐만 아니라 방위산업을 겸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나로호 발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즉 정 후보가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에) 빼앗긴 1위 자리를 되찾는 데는 군수산업만한 게 없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가 대주주(10.15% 지분 보유)인 현대중공업을 "독보적인 군수업체"로 키우고 싶은 야망이 핵무장론에 투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요즘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면서 아파치 헬기 1조8000억 원어치를 팔아먹고, 12조 원 이상의 차세대 전투기를 들이대는 미국 군수산업체의 판매전략이 그의 사업가적 상상력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


태그:#정몽준,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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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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