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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권력의 종말>을 쓴 니코 멜레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가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한 서울디지털포럼 강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몰고 온 미디어, 문화, 정치 권력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멜레 교수는 인터넷전략컨설팅기업 에코 디토 공동 창립자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 상원의원 당선에 기여했다.
 <거대 권력의 종말>을 쓴 니코 멜레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가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한 서울디지털포럼 강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몰고 온 미디어, 문화, 정치 권력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멜레 교수는 인터넷전략컨설팅기업 에코 디토 공동 창립자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 상원의원 당선에 기여했다.
ⓒ SDF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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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들에게도 세월호 침몰사고는 큰 충격이었다.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강연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고, 유난히 안전과 보안 문제를 강조했다.

"위기 때마다 믿음 못 준 기관이 '세월호 불신' 불러"

<거대 권력의 종말> 저자인 니코 멜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언론 같은 '거대 권력'에 대한 불신을 '필연'으로 봤다. 멜레 교수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는 세계적인 뉴스였고 아내와 우리 가족도 슬퍼했다"고 애도하면서 "기관에 대한 신뢰 상실이 단시일에 해결하기 어려운 건 이전에도 위기 상황에서 기관이 우리를 실망시켰고 믿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멜레 교수는 "미국 언론과 정계, 경제계의 경우 아무도 그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이라크 전쟁과 누구나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금융 위기로 실망시켰다"면서 "이 때문에 사람들이 신뢰를 잃고 기관이 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고 우려했다.

멜레 교수는 "기관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과 참을성,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개인들이 기관 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해야 누군가 책임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더불어 신뢰가 추락한 한국 언론에도 "기자들도 기관에게 어려운 문제에 질문을 던져 답변을 들어 기관이 청렴성을 되찾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당부했다.

"한국 제조업-기술 성장... 윤리 분야도 글로벌 리더십 발휘해야"

대사관 직원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멜레 교수는 "서울 연희동에서 서울외국인학교에 다니던 1990년대만 해도 삼성이 소니를 누르고 LG가 GE에 도전하고 현대차가 포드보다 많이 팔리고, 싸이가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누를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멜레 교수는 "한국이 그동안 많이 성장했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면서 "한국이 제조나 기술 개발에서 글로벌 리더십 역할을 하듯이, 기술 여파를 생각해서 도덕이나 윤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멜레 교수는 디지털 기술 발달로 정치와 경제, 문화, 미디어 등 각 분야에서 '거대 권력'이 후퇴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멜레 교수는 "기술 발달이 개인에게 심오한 힘을 주면서 기관의 힘이 약해져 전통적으로 권력자가 되는 방법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치적 영향력이 거의 없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터넷에 힘입어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누른 사례를 들었다.

멜레 교수 자신도 2004년 미국 대선 경선 당시 하워드 딘 주지사 캠프에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펼쳤고, 인터넷 전략 컨설팅 업체인 '에코 디토'를 설립해 오바마 상원의원 당선을 돕기도 했다.

멜레 교수는 "나도 하버드라는 전통을 중시하는 세상에 살려면 이런 기득권에 도전하는 인터넷 세계도 속해 있다"면서 "기술의 잠재성은 높이 평가하지만 공공의 공간 붕괴 같은 위험성도 있다"고 밝혔다. 기술의 개인화로 '공공 뉴스'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대 뉴스 집단 사라지면 권력자에 도전하기 어려워져"

멜레 교수는 대표적 사례로 디지털 시대 위기에 처한 신문 사례를 들었다. 멜레 교수는 "신문사는 탐사 저널리즘 등을 통해 권력자가 책임지게 만드는 역할도 하는데 이런 역할이 약해지면서 간극이 생기는 건 흥미로우면서 무섭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멜레 교수는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미디어 기업 수익 모델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멜레 교수는 "미래에 돌아보면 20세기 신문들이 광고로 수익을 올린 것은 '역사적 사고'처럼 보일 것"이라면서 "광고가 정점을 찍어 더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매출 80% 이상이 광고 하나에 몰려있는 기업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수입원 다각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신문 구독자를 보호하려고 온라인 유료화를 시도한 <뉴욕타임즈>와 수입원을 25가지 이상으로 다각화한 디지털 신문 <텍사스 트리뷴>, 광고 비중을 5~10% 정도로 줄인 <허핑턴포스트>나 '복스(Vox)미디어' 사례를 들었다.

다만 멜레 교수는 "과거엔 광고를 기반으로 500~1000명에 이르는 기자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 시대엔 경제성 때문에 20명 남짓한 기자가 여러 군데로 나뉘어 일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면서 "거대한 뉴스 집단이 사라지면 권력자에 도전하는 힘이 없어지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멜레 교수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조직하는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공공 공간이 다시 탄생하길 기대한다"면서 기술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태그:#니코 멜레, #거대 권력의 종말,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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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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