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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학교·학생안전 문제가 6·4 교육감 선거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것이긴 하나, 기본 중의 기본인 학교·학생안전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는 현상은 분명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지금 얼마나 부실한 기초 위에 서 있는가를 방증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 마음은 한결같다. 그들은 자녀가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여유 있게 학교를 오가고, 안전한 시설에서 즐겁게 공부를 하며, 품질과 안전성이 검증된 먹을거리로 영양을 보충하면서 학교 생활을 해 나가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큰일이 터지고 나서야 학교·학생안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은 앞다투어 안전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진보 단일 후보로 나선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학생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조 후보는 '학교안전과 신설' 등 '학생안전 4대 공약'을 발표했다. 보수 후보로 분류되는 문용린 전 서울교육감이나 고승덕 변호사도 각각 '안전관리단'과 '학교생활안전과'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런데 '안전' 문제만 해결하면 될까. 학교 운영 기조의 변화나 혁신 없이 안전 체험이나 안전 교육, 학교·학생안전을 전담하는 부서 신설만으로 학교 내 안전이 100퍼센트 보장될 수 있을까. 교육에서 안전 문제가 진정으로 뜨거운 선거 이슈가 되기 위해서는 '안전'뿐만 아니라 '학생'에도 동일하게 방점을 두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정책의 수립과 시행, 학교 내 교육활동을 포함한 학교 운영 측면에서 학생을 우선시하는 발상의 대변화가 있어야겠다는 말이다.

높은 학교만족도, 혁신학교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

 서울형 혁신학교 교사 및 학부모 연대는 11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학교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형 혁신학교 교사 및 학부모 연대는 지난해 7월 11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학교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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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학생들을 대상화한다. 이런 시스템 아래서는 언제든지 심각한 학생안전 문제가 터질 수 있다. 학생을 학교 시스템의 중심에 놓아야 하는 이유다. 현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예가 있다. 본격 도입된 지 5년여를 지나고 있는 혁신학교가 그것이다. 전국적으로 서울형혁신학교, 경기혁신학교, 전북혁신학교 외에 강원행복더하기학교, 빛고을혁신학교(광주), 무지개학교(전남) 등 다양한 명칭의 혁신학교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개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곳들이다.

공교육과 학교혁신에 큰 자극을 주고 있는 혁신학교 바람은 상당히 거세다. 찬성 여론도 높다. 전교조가 지난 3월 28~3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교육의제 관련 여론조사에서 혁신학교 확대에 찬성한 비율은 62.9퍼센트였다.(<교육희망> 5월 8일자 기사 '6·4 교육감선거 미리보기' 참조) 자사고 폐지 및 평준화 정책 유지(55.7퍼센트)나 무상교육의 고교 확대(55.2퍼센트) 의견보다 그 찬성 비율이 훨씬 높다.

실제 혁신학교 구성원들의 학교만족도가 높다는 점은 혁신학교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무엇보다 많은 아이가 학교를 가고 싶어한다. 혁신학교의 미래 청사진을 가장 확실하게 담보해 주는 요소이겠다. 교사들 역시 수업과 학교 생활에서 큰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 학부모들 사이의 입소문도 좋다. 그 덕분(?)인지 심지어 혁신학교 주변 아파트 값이 들썩인다는 말까지 나온다.

혁신학교의 성과나 만족도와 관련해서는 실증적인 증거가 제법 쌓여 있다. 지난 2월 25일, 경기도교육청은 <2013 후반기 혁신학교 중간평가 보고서>를 경기도혁신학교정보센터를 통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기혁신학교는 초등과 중등 모두 학생 만족도가 5년간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서 2013년으로 오면서 초등은 3.27점(5점 만점 척도)에서 4.35점으로, 중등은 2.34점에서 3.79점으로 뛰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학교행복지수 역시 일반학교보다 높게 나타났다.

경기·전북 혁신학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경기혁신학교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심혈을 기울인 정책이었다. 2009년 9월부터 시작된 경기혁신학교는 현재 총 230교에 이른다. 초등이 114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각 90교, 26교다. 전국 최대 규모다. 김 전 교육감은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로 이미 경기도를 전국적인 교육 이슈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얼마 전 그는 새정치연합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경기혁신학교의 미래가 조금 불투명해 보이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마냥 부정적이지는 않다. 경기교육감 후보로 나온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월 출마선언을 하면서 "김상곤 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경기 혁신교육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300교가 안 되는 경기혁신학교 수를 2015년 이후 1300교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경기혁신학교의 밝은 미래를 점쳐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라북도 혁신학교(전북혁신학교) 또한 전망이 밝다. 전북혁신학교는 현재 유치원 1곳과 초·중·고교 각각 67교, 28교, 5교 등 모두 101교가 운영되고 있다. 전체 규모면에서 경기혁신학교에 이어 전국 두 번째다. 재선을 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김승환 교육감 후보가 재임중 추진한 업무 목록의 맨 앞자리에 놓이는 핵심 사업이다.

경기혁신학교와 마찬가지로 전북혁신학교 또한 학교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지난 4월 3일자로 공개된, 전북교육청의 <2014 유·초·중등 전문직 연찬회> 자료에 실린 '2013년 혁신학교 전체 학교 효과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북혁신학교 학생들은 미래핵심역량·수업공동체·학교생활 만족도 등 3대 평가 영역 모두에서 일반학교 학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주었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평가 점수도 일반학교보다 높았다.

전북혁신학교는 올해 도입 4년차에 접어들었다. 2010년 제1기 직선제 전북교육감으로 당선된 김승환 교육감이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4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혁신학교를 뛰어넘는 학교혁신을 꿈꾸고 있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김 후보는 당선 뒤 도내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가 당선된다면 전북혁신학교는 순항을 계속할 것이다.

서울, 진보는 자사고를 보수는 혁신학교를 질타

혁신학교 정책이 우여곡절을 맞고 있는 곳은 서울이다. 이미 서울교육청은 혁신학교 지정 기한인 4년이 완료되면 기존 혁신학교를 재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서울형 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가 지난 4월 11~24일 서울시 혁신학교 17곳의 학부모 16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96퍼센트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학교 재지정을 희망하는 의견도 95퍼센트나 되었다.

서울에서는 혁신학교에 대한 진보·보수후보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진보 후보는 혁신학교 전면 계승 및 확대를, 보수 후보는 혁신학교 특장점의 선별적 계승이나 축소를 내세우고 있다. 자사고(자율형사립고)·무상교육 이슈와 더불어 6·4 교육감 선거 전체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인상이 짙다.

진보 진영의 단일후보로 추대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자사고를 폐지해 '사립형 혁신학교'로 전환하는 작업을 포함한 모든 학교의 혁신학교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보수 후보로 분류되는 문용린 전 서울교육감과 고승덕 변호사는 혁신학교 축소와 선별적 흡수·보완을 기조로, 각각 '행복한 학교'로의 전환과 '서울형 새학교' 도입 등을 내세우고 있다. 진보 교육의 상징적 아이콘인 혁신학교를 없애는 대신 자신들의 새로운 '학교 상품'을 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조희연 후보의 입장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혁신학교 이슈는 자사고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자사고는 그간 일반학교보다 턱없이 높은 학비(최고 3배 이상)와 성적 우수 학생 독점(내신 상위 50퍼센트 이상) 등으로 특권·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 지역에는 전국의 절반인 25교가 자사고로 지정되어 있어 그 어느 곳에서보다 논란이 거세다.

자사고 폐지 의견을 내걸 정도로 자사고에 비판적인 조 후보와 달리 문용린 후보는 자사고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 후보는 자사고 평가 결과 기준 점수를 받지 못한 학교도 스스로 강하게 존속을 원하면 학교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사고 지정 취소를 해당 학교의 자율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조 후보 쪽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혁신학교와 자사고는 그 반대론자들로부터 비슷한 논지를 바탕으로 한 비판을 받고 있다. 가령 혁신학교 폐지를 외치고 있는 문 후보는 일부 특정 학교에만 매년 1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는 현행 혁신학교 제도의 균형성과 공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조 후보 쪽에서는 입시 위주 교육과 고교서열화를 조장하는 자사고의 특권·불평등교육 문제를 비판한다. 두 주장 모두 형평성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할까.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핵심적인 기준 단서가 있기는 하다. 혁신학교와 자사고 중 어느 쪽이 진정으로 공교육에 기여하느냐가 바로 그것. 이른바 공교육 정상화나 학교 살리기에 더 많은 도움을 주는 게 무엇이냐는 것이 혁신학교와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을 푸는 고갱이라는 말이다.

상호 이질적인 교육 철학과 이념 사이의 싸움

혁신학교는 전체적으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자사고는, 서울의 경우 2010년에 지정된 14교가 올해 처음으로 재지정 여부를 가르는 평가를 5~6월 사이에 받는다. 그런데 모든 평가 과정이 마무리되어야 하겠지만, 자사고 평가에서는 그다지 좋은 결과가 나올 성싶지 않다.

무엇보다 학교 교육과정이나 수업 방식은 예전 그대로이면서 고비용 학비를 받는 이른바 '무늬만 자사고'인 경우가 많아 보여서다. 얼마 전 서울교육청 고위 관계자도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자사고의) 일반계고 전환에 반발이 따르더라도 정리할 건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자사고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 발언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의 전교조 여론조사에서도 자사고를 폐지하고 고교평준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55.7퍼센트의 시민들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의 논평마따나, 그동안 자사고를 중심으로 하는 특권학교 정책이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런 비판 여론에 상당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사실 혁신학교와 자사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립은 상호 이질적인 교육 철학과 이념 사이의 싸움이기도 하다. 혁신학교는 민주·자치·협력·소통 등을 바탕으로 공교육 전체 혁신을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모델 학교다. 여기에는 모든 학생 하나하나를 배움의 장으로 이끌자는 보통·평등교육의 정신이 깔려 있다. 자사고는 사립학교의 건학이념과 교육과정·학사운영의 자율성 등이 보장된 학교 형태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발된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권·선별교육을 학교 운영의 기조로 삼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 전체의 발전에 어느 쪽이 더 큰 도움을 줄까. 진보·보수 교육감 후보들은 대체적으로 혁신학교와 자사고에 대해 뚜렷이 상반되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들 모두 자신들의 공약이 대한민국 공교육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종 판단은 시민들에게 달려 있다. 깨어 있는 유권자들의 지혜로운 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정은균 기자는 6.4 지방선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특별취재팀입니다.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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