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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역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역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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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무원들이) 뭐라 말하겠나. 그냥 유구무언(有口無言)일뿐."(경제부처 A국장)
"퇴직 공무원들이 유착과 비리 온상인 것처럼 보여서 안타깝다. 30년 가까이 국민 세금으로 쌓아온 전문성을 국가 차원에서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경제부처 B국장)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이름이 나가길 꺼렸다.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이후 경제부처 고위급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이른바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척결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주요 부처 고위직 공무원들은 이날 아침 박 대통령의 담화를 대부분 직접 본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부처 A국장은 "사무실에 텔레비전이 있는 경우에는 대체로 (담화를) 시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뭐라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이날 오후 주요 고위직 인사들과 접촉한 결과, 대체로 공직개혁의 방향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또 박 대통령의 관료개혁에 대한 발언이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이라는 반응이었다. 일부 고위 관료들은 "왜 그걸 나에게 묻나", "잘 모르겠다"면서 언급 자체를 꺼리기도 했다.

"할말 없다"는 고위급 관료들..."퇴직 공무원들이 비리의 온상?"

그러면서도 마치 퇴직공무원들이 비리의 온상인것처럼 국민들이 인식할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일부 인사는 "대통령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길게 봐서 공무원들도 제대로 일할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부처의 B국장은 "오늘 대통령의 담화가 생각보다 쎈 것들이 많았다"면서 "공무원 개혁은 예전부터 해왔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나온 내용들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정부조직법 등 많은 법률들을 바꿔야 한다"면서 "야당 등 국회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대통령과 야당과의 소통 구조로는 담화를 현실화하기까지 어려울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는 "대통령이 다양한 분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야당이나 시민사회쪽 이야기를 얼마나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벌써 야당쪽 반응을 보면 알수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경제부처의 또 다른 C국장은 "퇴직 공무원 한 두사람의 잘못을 전체가 그런 것처럼 보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공직자들도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을 잘해온 사람들이 그동안 쌓아온 경력을 국가를 위해 활용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대신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것을 말할 단계는 아닌것 같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또 다른 인사도 있다. 경제 사정기관의 D 국장도 "국민 세금으로 30년동안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온 사람을 무턱대고 일을 못하게 하는 것도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에 대한 공직 개방을 통해 공무원의 무사안일이나 복지부동 등 이런 것이 금세 사라지진 않는다"면서 "오히려 민간의 공직 진출을 통한 사익 추구를 더 확장할 위험성도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 고시 폐지 유도해야"

일부 고위 관료들은 박 대통령이 현행 고시제도의 문제점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민간전문가들의 공직 진출을 넓히기 위해 고시를 통한 획일적인 선발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필요한 업무에 맞는 사람을 그때 그때 전문가를 뽑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서 만난 C 국장은 "이는 장기적으로 사실상 고시제도를 없애겠다는 것인데, 이를 좀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면서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고시와 비(非)고시, 고시기수별로 파벌과 인맥이 작용하면서 부작용이 큰 것 또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택환 경기대 교수(언론미디어학부)는 "관피아 척결을 위해 대통령이 장관에게 부서 권한을 과감히 넘기고 부처는 자율적으로 인사를 수시로 할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고시 임용제도를 개혁해야한다"면서 "중앙공무원은 지역할당제 등으로 뽑아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고시제도 폐지를 주장했었다.(관련기사: "헬무트 슈미트는 총리직 걸었다, 꾸짖는 리더십 더는 안 통해" )

김 교수는 "관피아 개혁을 위해 국가재정 및 기금운용을 통폐합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면서 "이는 돈과 권력의 관계를 감시하고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세월호, #박근혜 대통령, #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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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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