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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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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최종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사과했다. 그리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34일 째인 19일 오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박 대통령의 모습이다.

이를 앞두고 많은 이들은 기대감을 보였다. 특히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아래 가족대책위)의 유경근 대변인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내일 담화에는 가족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니 기대해보려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저희 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가 이 국가의 위기를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16일, '유가족 의견이 중요하다'며 가족대책위를 청와대로 불러 면담하기도 했다. 유 대변인의 기대처럼, 대국민 담화문에는 실제 가족대책위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을까. 가족대책위의 요구 사안인 '진상조사위 구성'과 '실종자 구조'가 어떻게 반영됐는지, 가족대책위의 요구와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비교해봤다.

[진상조사위] 강제조사권 부여는 언급 안 해... 국회에 공 넘긴 듯

가족대책위 요구의 가장 큰 핵심은 진상규명이다. 이를 위해 정부나 국회 주도가 아닌 '유가족이 포함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진상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여기에 강제조사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잊지 않고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한 유가족들의 핵심 요구사안이었다.

가족대책위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16일 대통과의 면담에 앞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진정한 진상규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라며 "저희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위기를 낭비하지 않는 대통령으로서 국가적, 사회적 신뢰 재건에 앞장서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단 세 문장으로 진상규명 방안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한다"며 "거기서 세월호 관련 모든 문제들을 여야가 함께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진상조사위 구성에 일부분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로 '국회'에 방점이 찍힌 듯한 모습이다. 또 가족대책위가 요구한 강제조사권 부여와 유가족 참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국회로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에 대해 "세월호 특별법안에는 성역 없는 조사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조사 대상에서 정치권도 예외일 수 없다, 진상조사위에는 유가족 대표의 참여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특별법 제정은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 참사에 관한 한 정부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며 "정부의 '셀프개혁'만으로 결코 거듭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실종자 구조] '1번' 요구인 최우선 구조는 일언반구도 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1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군청에서 세월호 사건 실종자 가족들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1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군청에서 세월호 사건 실종자 가족들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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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대책위는 그동안 실종자 구조를 최우선적으로 요구해왔다. 16일 발표한 성명서에는 "단 한 명의 실종자 유실도 없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진상규명보다 실종자 구조를 먼저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는 실종자 구조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구조자 0명을 기록한 해경의 해체만 강조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은 "해경의 구조업무가 사실상 실패했고 그 원인은 해경이 출범한 이래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 하고, 수사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해온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되어왔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 배려는 전혀 없었다.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의견 표명도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우려하는 시신 유실 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일언반구도 없었다. 19일 오후 현재 18명의 실종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는 40여 명의 가족들이 기약 없는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즉각 반발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진도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자 구조 부분은 언급조차 없었다"며 "대통령 담화는 정부의 실종자 구조 원칙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해경이 크게 동요하고 수색에 차질을 줄 것은 명약관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은 "마지막 한 명까지 모든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돼야 한다"며 "정부는 실종자 구조라는 대원칙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족대책위는 대국민 담화문과 관련해 진도의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회의를 연 뒤 20일 중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태그:#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가족 대책위,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조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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