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대일>에서 그림자리더 역의 배우 마동석이 16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일대일>에서 그림자리더 역의 배우 마동석이 16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의문의 죽임을 당한 여고생 오민주를 살해한 범인을 쫓는 그림자들. 영화 <일대일>의 설정은 간단하다. 이름을 드러내지 않은 그림자들이 용의자들을 하나하나 잡아들이는 동안 이들의 리더(마동석 분) 역시 또 다른 폭력의 광기에 사로잡히며 그림자들을 당황하게 한다.

배우 마동석은 이번 작품에서 8벌의 옷을 갈아입었다. 그간 연쇄 살인마, 코믹한 전직 조폭 등 독특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맡으며 대중에게 다가간 그가 <일대일>에서만 8개의 직업군을 연기한 것. 서로 다른 용의자를 잡을 때마다 그림자 집단은 공수부대, 조직폭력배, 경찰특공대, 미 특수부대, 보안사, 국정원, 환경미화원 등으로 변장했다. 진짜 권력을 잡기 위한 가짜 권력의 등장인 셈이다.

여덟 가지 직업군을 연기하며 혼란스러울 법도 했지만, 마동석은 군말없이 김기덕 감독의 캐릭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번 영화는 내가 아는 선에서 캐릭터를 규정하려고 하지 않고 열어두려고 했어요. 김기덕 감독님은 캐릭터에 맞지 않거나 뜬금없는 대사를 많이 시키시는데, 그게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어요. 전 원래 '대사를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인데, 이번엔 '일단 소화해보자'는 마음으로 했어요. 그래야 감독님 영화니까요. 그러다보니 <일대일>은 애드리브 없이 100% 대사 그대로였어요."

김기덕 감독님이 좋은 이유? "쉽게 설명할 수 없어"

 배우 마동석과 김기덕 감독

배우 마동석과 김기덕 감독 ⓒ 핑크스푼


앞서 마동석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대일>에 참여하게 된 건 김기덕 감독 영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연히 시사회장에서 만난 마동석에게 "쉬고 있으면 다음 작품 같이 하자"고 직접 제안했다는 김기덕 감독. 마동석은 그런 감독 얘기를 할 때면 "나는 감독님 팬이다"라고 강조했다. <군도><상의원> 등 찍거나 찍어야 할 작품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흔쾌히 <일대일>에 참여했던 이유도 그에 대한 존경심이 컸기 때문이었다.

"감독님을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달리 뭐라 표현할 수 없어요. 애인을 좋아하는 이유를 두고 '손이 예뻐서', '팔이 길어서'라고만 대답할 수 없잖아요. 한 사람을 좋아하듯 감독님 작품의 독특한 느낌이 좋아요. 영화적 문법도 독특하고, 정말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작품에서 맡을 캐릭터를 아주 논외로 두는 건 아니다.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마동석의 마음을 움직이는 하나의 열쇠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동석은 "장르나 규모보다 시나리오에 끌리는 무언가가 있으면 따지지 않고 바로 참여한다"면서 "그림자 리더도 마음에 분명히 와 닿는 부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림자 리더는 우리 시각에서 보면 일종의 혁명가면서 테러리스트기도 해요. 권력의 무분별한 폭력을 응징하기 위해 그 역시 삐뚤어진 방법으로 용의자에게 폭력을 행하거든요. <일대일>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가해자면서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억압받은 분을 폭력을 통해 푸는 그림자들도 마찬가지죠. 어찌 보면 판타지적인 인물 설정이지만 마음에 와 닿았어요. 시나리오에 숨은 의미 역시 많았기에 배울 점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일대일>에서 그림자리더 역의 배우 마동석이 16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일대일' 마동석 "사실 감독님의 작품을 두고 연기 톤을 언급할 수는 없다고 봐요. 일단 감독님 작품에 등장하는 말이 일상 대화와는 다르거든요. 특히 이번 작품은 그림자들이 작품 속에서 여러 직업군으로 연기를 하잖아요. 용의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그들을 윽박지르지만 관객에겐 또 다른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죠." ⓒ 이정민


캐릭터들에 담긴 의미는 심오하지만, 실제 촬영은 딱 열흘 만에 끝났다. 빠른 흐름 때문에 배우 입장에서는 자칫 감정선이나 연기의 톤이 흐트러질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마동석 역시 김기덕 감독과의 작업을 "100미터 달리기를 뛰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감독님의 작품을 두고 연기 톤을 언급할 수는 없다고 봐요. 일단 감독님 작품에 등장하는 말이 일상 대화와는 다르거든요. 특히 이번 작품은 그림자들이 작품 속에서 여러 직업군으로 연기를 하잖아요. 용의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그들을 윽박지르지만 관객에겐 또 다른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죠. 

제가 그동안 사실적인 패턴의 연기를 좋아하긴 했는데 이번엔 여기에 맞게 연기를 해야 했어요. 연기하지 않는 듯 연기를 하면서도 그림자 리더가 갖고 있던 슬픔과 분노도 전달하고자 신경을 쓰며 했습니다."

"배우이기 전에 영화인, 예능 출연은 아직 생각 없어"

 영화<일대일>에서 그림자리더 역의 배우 마동석이 16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일대일' 마동석 "누군가는 제게 영화를 계속 할 수 있는 동력을 묻곤 하는데 그래도 좋으니까 하는 거예요. 이유를 굳이 대자면 가족을 위한 걸 수도 있고, 남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저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며 영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이정민


쉴 새 없이 꾸준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 마동석. 하지만 TV에선 좀처럼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많은 배우들이 영화 개봉 즈음 각종 예능 프로에 등장하지만 마동석만큼은 예외였다. 이를 두고 마동석은 "나가도 딱히 할 말도 없다"며 소탈하게 말했다.

상업영화든 저예산 및 독립 영화든 가리지 않고, 작품만 좋다면 출연하는 마동석은 그만큼 영화에 대한 열정이 컸다. 미국에서 체육 및 트레이닝을 공부하며 격투기 선수들의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2002년 한국에 들어온 이후 오로지 영화만 집중했다. 마동석은 "배우로 일을 시작했지만 영화 자체가 목표였다"고 전했다.

"예전에 SBS <정글의 법칙> 섭외가 온 적이 있었어요. 근데 제겐 영화 작업 자체가 진짜 정글이에요.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해야죠. 영화 하시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진짜 쉬운 건 하나도 없어요. 장면 하나 찍는 것도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야 하죠.

누군가는 제게 영화를 계속 할 수 있는 동력을 묻곤 하는데 그래도 좋으니까 하는 거예요. 이유를 굳이 대자면 가족을 위한 걸 수도 있고, 남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저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며 영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시나리오들이 더 재밌어지고, 좋은 게 많이 나오는데 저 역시 절실하게 참여하고 싶어요. 기획도 해보고 좀 재밌는 이야기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마동석 일대일 김기덕 감독 그림자 리더 정글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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