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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인적 사정으로 여성전문 병원에서 일주일 통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여성을 위한 의료 서비스가 다양한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물론 그 중에는 낙태를 위해 병원을 찾은 사함도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자연히 그들은 '티'가 났다. 대부분 '불안'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원하는 동안의 짧은 시간에 나는 꽤 많은 커플을 볼 수 있었고, 원래도 '낙태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현대에 낙태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낙태라는 문제는 이제 눈 돌려서는 안 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자 그러면 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한 여학생이 자신의 남자 친구와 관계를 가져 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 어린 학생은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습니다. 당장의 여유가 없었을 뿐더러 아직 자신들은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이들은 낙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 알려지는 것이 무서워 알리지도 못한 둘은 최대한 적은 돈으로 낙태를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병원은 일명 '야매'병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물론 일반적인 병원에 가보기도 하였습니다. 최대한 어른스럽게 꾸미기는 했지만, 왠지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을 쳐다보고 이야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찾아간 산부인과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불법이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는 경우도 있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산부인과에서 요구하는 금액은 그들이 단번에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천천히 내도 된다고 하는 수술 후 여러 가지 이름 모를 주사 비용도 그들은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에 비해 '야매'병원에서의 수술은 그들이 약간 무리를 하면 가능한 금액이었습니다. 또 사후 치료도 받지 않아도 된다고 그 병원 의사를 장담했습니다. 믿어도 된다, 괜찮다 하는 병원 사람들의 말로 아이들은 어렵사리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에도 계속 일어났습니다. 수술 후 지친 몸과 계속 쏟아지는 피에 아이들은 당황할 뿐이었습니다. 다행히도 피는 일주일이 되지 않아 멈춰서 부모님께는 생리라는 이름으로 속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 사건은 잊혀져 가는 듯싶었지만, 여자아이는 결국 일년이 채 되지 않아 자궁을 들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술 후 처리가 잘못되어 자궁 유착(상처 난 자궁벽이 서로 엉켜 붙는 현상)이 일어났고, 결국 그 자리에는 종양이 생기고만 것입니다. 그렇게 여자아이는 평생 자신의 아기를 가지지 못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그저 여자아이를 비난하실 수 있을까?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지 않았다고, 생각 없이 피임도 하지도 않고 관계를 가졌다고, 불쌍한 어린 생명을 함부로 죽였다고, '다 네 잘못이야! 자업자득이네!' 하고 몰아세울 수 있을까?

'낙태'는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법으로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그 통제 속에서도 '불법'이란 이름 아래에 수없이 일어나고 있고, 더군다나 '불법'이기 때문에 그 건수가 얼마나 일어나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패악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 누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들의 잘못이라는 비난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과에 대한 해결책이다. 책임을 묻는 것은 그 이후에라도 충분하다.

나는 낙태라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불법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낙태에 대한 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나는 3개월(임신 10주, 수정 8주) 즉 배아라고 불리는 아이가 태아라고 불리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한 완화를 제안한다.

여자가 임신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데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보통의 임신테스터기의 경우는 수정 후 2주, 즉 (생리주기를 28일로 따졌을 때) 다음 생리가 할 때쯤이면 99% 정확하게 임신여부를 확인 할 수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생각하는 여성이라면, 특히 관계 후 임신이 걱정되는 여성이라면 분명히 확인 가능할 것이다. 만약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여성이라 하더라도, 3개월이라는 시간은 결코 적은 기간이 아니다.

이미 달이 두 번 차고 지는 동안 여자는 몸이 평소와 같이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생리를 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속의 더부룩함, 평소와 같지 않은 기분상태 등 여러 임신 증상을 느낄 수 있을 것 이다. 물론 이것 역시 자신의 관계여부를 고려했다면, 당연히 깨달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원치 않는 임신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3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3개월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합법화 한다는 문제에 많은 반대가 있을 것 이다. 하지만 법은 효용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악용할 여지가 많은 법이라면 더더욱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바꾼다고 하더라도 무분별하게 이용하려는 자 역시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을 무조건적인 불법으로 막아둔다면, 미래를 위해 정말로 낙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그 '불법'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두 번의 아픔을 겪게 된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이 생기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태그:#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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